부산 소재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들, 지도전문의 폭행·욕설 혐의로 형사 고소
의료계 일각, 무법천지로 의료 배우던 시대 아냐…국민들 오해 생길 일 만들지 말아야
대전협, "폭행 사건 근절 문화 가속화 시키려면 더욱 강력한 처벌 기준 있어야 할 것"

ⓒ메디칼업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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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시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다.", "어느 조직이나 독버섯은 존재한다.", "막무가내로 의료를 배우던 전공의들이 예전보다 보호받을 수 있는 시대에 모두가 적응해야 한다."

일선 교수들이 전공의 폭행 사건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전후로 전공의 교육·수련 환경에 큰 변화가 따랐고, 생각 이상으로 법을 지키려는 교수가 대다수임에도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전공의 폭행 사건이 자칫 '여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최근 들어 생기는 전공의 폭행 사건은 개인의 일탈 행위인 경우가 많다는 진단을 내린 이들이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여전히 전공의 폭행·폭언은 다수 존재한다며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이 뒤따라야 근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부산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를 폭행하고 과도한 벌금을 부과했다는 의혹으로 한 교수가 피해 전공의들로부터 형사고소 당했다.

이어 제주대병원 전공의 4명이 병원 직원을 폭행했던 교수가 복직하자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겠다며 이동수련을 요청한 일도 지난 4일 발생했다.

이 같은 사례들을 접한 수련병원 교수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교수는 "아무리 관리를 해도 숲에서는 독버섯이 자란다"며 "예전 같으면 교수가 고발·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을 텐데 지금은 '아직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언론에 보도되는 전공의 폭행 사건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A 교수는 "언론에서는 법을 잘 지킨 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을 잘 보도하지 않는다"며 "단 한번이라도 이런 뉴스가 나오면 국민들은 자칫 모든 의사들이 제자를 폭행하는 것처럼 일반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외과계열 B 교수는 이전보다 대전협에서도 폭행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고 전공의법 이후 전공의의 지위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이를 교수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B 교수는 "생각보다 현재 교수들이 전공의법을 잘 지키고 있고 폭행·폭언 같은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며 "아무런 장치 없이 무법천지로 의료를 배우던 과거와 달리 요즘 전공의들은 부조리한 일을 당하면 대전협에 보고하고 있어 이에 적응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즉, 최근의 전공의 폭행 사건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수-전공의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자 교수 개인의 일탈로 인한 일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물론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교수들이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은 맞으나 이와 전공의 폭행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화된 환경을 법의 잣대로만 칼같이 지키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수련병원 C 교수는 "너무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수 없다"며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전공의법 등만 놓고 보았을 때 지금처럼 너무 법의 잣대로만 가면 질 높은 의료 인력을 배출하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이와 관련 대전협은 2017년~2019년에 접수된 폭행 사례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최근 보고된 16건보다 3배가량 더 많은 43건이라며 드러나지 않은 전공의 폭행 사건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반복되는 폭언과 사적인 잡일 지시, 수술 도구로 맞는 일이 잦아 주변에서 먼저 대전협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전공의 당사자가 원치 않아 공론화시키지 않은 일도 있는 것으로 말미암아 폐쇄적인 의료계 특성상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과 일로 만난 동등한 관계에서는 개인의 일탈에 대응을 할 수 있지만 전공의들은 4년간 수련을 받아야 하는 위치이기에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게 대전협의 첨언이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교수 개인의 문제로 인해 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전공의는 시스템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언제든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모든 개인의 일탈을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이에 박 회장은 전공의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규정을 더욱 강력히 확립해 같은 병원으로 가해자가 돌아올 수 없게끔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개인의 일탈이 줄어들지언정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슈화가 됐을 때 본보기를 보여줘야 같은 일이 재차 생기지 않는다"며 "수련병원, 복지부 등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프로토콜이나 처벌규정, 감시체계의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협 성경화 고문 변호사는 "폭행 등의 예방 및 대응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수련병원의 장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인데,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수련병원의 책임이 너무 약하다보니 폭행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한편, 개정된 전공의법에 따르면 전공의에게 폭행 등을 행사해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 지도전문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3년 내 업무를 정지하도록 명할 수 있는데 해당 조항은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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