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소아 환자 20년 추적관찰 결과 발표
FH 없는 형제와 20년 뒤 c-IMT 유사…FH 부모보다 CVD 발생률·사망률 낮아
세브란스병원 이상학 교수 "심각한 환자는 어릴 때 스타틴 복용…심하지 않으면 늦게 시작"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타틴 치료를 일찍 시작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FH) 소아 환자는 장기간 예후가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스타틴 치료의 중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스타틴을 복용한 FH 소아 환자를 20년 추적관찰한 결과, 죽상동맥경화 진행이 지연됐고 사망을 포함한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도 낮았다. 

FH 소아 환자의 죽상동맥경화 진행은 FH로 진단되지 않은 형제와, 심혈관계 사건은 스타틴 치료가 노년기부터 가능했던 부모와 비교한 것으로, 연구 결과는 NEJM 지난달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8~10세부터 스타틴 고려…USPSTF "장기간 치료 근거 부족"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FH 소아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스타틴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동맥경화학회(EAS)는 FH 환자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면서 8~10세부터 스타틴 치료를 진행하도록 주문한다(Eur Heart J 2016;37:2999~3058).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2018년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FH 소아 환자는 8~10세부터 스타틴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문제는 FH 소아 환자에서 스타틴의 단기간 치료 혜택은 확인됐으나 성인까지 장기간 예후를 추적관찰한 연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는 FH 소아 환자가 스타틴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적정한 나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장기간 스타틴 치료 혜택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8~10세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권고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어 20세부터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FH 환자 vs 형제, c-IMT 차이 0.013mm→20년 후 0.004mm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번 연구는 스타틴을 복용한 FH 소아 환자의 장기간 예후에 대한 근거를 쌓기 위해 시작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Ilse Luirink 교수 연구팀은 프라바스타틴의 유효성을 평가하고자 1990년대 진행된 단일기관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참여한 8~18세의 FH 환자 214명(FH군)과 FH가 없는 그들의 형제 95명(대조군)을 확인했다. 

이 중 설문조사와 신체검사를 완료한 FH군 184명(86%)과 대조군 77명(81%)을 20년간 추적관찰했다. FH군이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평균 나이는 14세였다.

먼저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FH군이 등록 당시 237.3mg/dL에서 추적관찰 후 160.7mg/dL로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조군은 99mg/dL에서 121.9mg/dL로 24% 증가했다. 

그러나 FH군은 스타틴 치료로 20년 뒤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졌지만 목표치인 100mg/dL 미만에 도달한 환자군이 20%(37명)에 불과했다. 이에 더해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으로 조절된 환자는 단 8명이었다.

반전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평가지표인 경동맥 내중막 두께(c-IMT) 변화였다. 

등록 당시 평균 c-IMT는 FH군 0.446mm, 대조군 0.439mm로 FH군이 유의하게 0.013mm 두꺼웠다(95% CI 0.002~0.021). 그러나 20년 뒤 c-IMT는 FH군이 0.555mm, 형제군은 0.551mm로 차이가 0.004mm로 줄었다. 

즉 FH군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군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틴 치료 시작 20년 뒤 대조군과 c-IMT가 비슷해진 것. 연간 c-IMT 변화는 FH군 0.0056mm, 대조군이 0.0057mm로, 성별을 보정한 두 군간 연간 c-IMT 변화 차이는 0.0001mm였다(95% CI -0.0010~0.0008). 

이어 연구팀은 FH군의 누적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을 FH 발병에 영향을 준 부모(156명)와 비교했다. 39세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FH군이 1%지만 부모는 26%였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은 FH군에서 단 한 명도 없었던 반면 부모는 사망률이 7%로 확인됐다. 

Luirink 교수는 "이번 결과는 FH 소아 환자가 스타틴 복용 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아도, 어렸을 때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면 c-IMT가 두꺼워지는 것을 지연시키는 혜택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가이드라인처럼 FH 환자는 8~10세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성인보다는 엄격하지 않은 목표치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증도 따라 스타틴 치료 결정…성인보다 목표치 완화해서 관리"

이번 연구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FH 소아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결과 해석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Jennifer Robinson 교수는 "스타틴 제네릭 의약품은 비용이 저렴하고 위약과 비교해 안전성이 동등할 정도로 안전하다"면서 "스타틴으로 FH 소아 환자를 치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근거가 있음에도 FH 소아 환자를 스타틴으로 치료하지 않는 것은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는 FH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개별화된 스타틴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이상학 교수(심장내과)는 "동형접합 FH 환자는 드물지만 이들은 초등학교 이전에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이형접합 FH 소아 환자는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스타틴 치료를 판단한다"면서 "FH가 의심되지만 중증도가 심각하지 않은 소아 환자가 있다. 이들은 스타틴 치료를 늦게 시작할 수 있다. 즉 환자군마다 개별화된 스타틴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FH 소아 환자의 경우 성인보다는 엄격하지 않은 목표치로 관리해야 한다는 연구팀 결론에 동의했다. 국내 치료지침에서 제시하는 FH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100mg/dL 미만,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70mg/dL 미만이고, 소아 환자의 경우 10세 이후 목표치가 135mg/dL 미만이다. 

이 교수는 "FH 소아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은 성인 환자만큼 낮아지지 않고, 성인보다 적게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FH 소아 환자는 장기간 스타틴 복용 후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미만에 도달하지 않을지라도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 즉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이상이어도 등록 당시보다 낮아지면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c-IMT는 최근 예후를 평가하는 좋은 지표로 보지 않는다. 또 부모와 심혈관계 사건을 비교한 점도 엄격하게 좋은 연구 디자인이라 할 수 없다"면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스타틴을 복용한 FH 소아 환자와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장기간 예후를 비교하는 것이 좋은 연구 디자인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