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이재갑 교수, 만성질환자 질환 발병 위험 높아 13가 단백접합백신 도입 고려해야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인플루엔자4가 백신과 20~40대 A형 간염 백신에 대한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이 확정된 가운데, 고위험군에 대한 폐렴구균성 폐렴 치료제인 13가 단백접합 백신도 NIP에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예방접종에 올해보다 2.1% 늘어난 3352억 32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번 예산안은 6개월~12개월 어린이와 65세 노인 뿐만 아니라 임신부에서 인플루엔자 4가 백신 접종이 지원되며, A 형 간염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 지원에 대한 비용도 포함됐다.

복지부의 NIP 정책 방향이 과거 영유아에서 성인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향후, 대상포진, Tdap 백신 등 성인을 중점으로 한 다양한 예방접종을 고려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백신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 주의가 필요한 질환에는 대표적으로 폐렴이 꼽히고 있다.

3년 간 폐렴구균 침습성 질환 발병률 추이
3년 간 폐렴구균 침습성 질환 발병률 추이

폐렴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사망률 및 입원률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 사망원인 4위, 호흡기질환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렴은 인플루엔자에 비해 사망률이 약 75배 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폐렴구균으로 폐렴구균성 폐렴은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 만성심질환 환자 등 만성질환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18세 이상 만성질환자와 건강한 성인의 폐렴구균 폐렴에 걸릴 확률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질환 환자에서 폐렴 발병률은 7.7~9.8배, 당뇨병 환자는 2.8~3.1배, 만성심질환 환자는 3.8~5.1배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또한, 국내에서 2016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폐렴구균 폐렴으로 인한 평균 치료비용은 1인당 약 193만원 (2017년 기준)에 달하는 등 질병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폐렴구균 폐렴의 위험성과 질병부담이 다양한 자료와 연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대중과 정부 관련 부처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확산되는 폐렴의 위험성, 사회적 경각 요구
폐렴구균 폐렴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으로, 성인에게 접종 가능한 백신은 현재 국내에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 백신이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폐렴의 질병 부담 및 사망률을 경감하기 위해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23가 다당질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폐렴구균은 고위험군에서 수막염 등 치명적인 침습성 질환을 야기한다.
23가 다당질백신이 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질환을 예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성인에서 이러한 침습성 질환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염병 감시 통계에 따르면, 폐렴구균 발생률은 2016년 441건에서 2018년 670건으로 약 52% 증가, 사망률은 2016년 16건에서 2018년 115건 약 6배 증가했다. 

만성폐질환, 심혈관질환, 당뇨, 만성신질환, 만성간질환 등 만성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침습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약 3~7배 증가하며, 두 가지 기저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8배, 세 가지 기저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는 20배까지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을 줄이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 ‘예방 접종’…폐렴은?
현재 보다 넓은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는 23가 다당질 백신이 NIP로 접종되고 있으나, 23가 다당질 백신의 경우 만성질환, 면역저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의 경우, 면역원성이 우수하고 면역 기억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임상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폐렴구균 감염 예방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질환자 등 폐렴구균 질환 취약계층에서 13가 단백접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재 정부는 23가 다당질 백신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만 접종을 지원하며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폐렴구균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접종 지원이 부재해 질환 발병 및 사망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노인과 만성질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개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인 질병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이 있는 만큼, 높은 질병부담을 지니며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통해 보다 선진적이고 적극적인 예방이 요구되고 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는 성인 중에서도 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임신부나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예방접종 지원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이며, 앞으로도 단순히 연령만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을 고려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폐렴구균은 만성질환자에서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 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13가 단백접합백신 도입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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