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노인의료,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1 일본 노인의료 정책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는 지난 6월부터 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커뮤니티케어)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년간 진행된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가 의료급여 등 다양한 연계사업과 지자체 자체 예산, 민간기관 예산 등으로 구성된 선도사업은 각 지자체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및 노숙인 모델을 선택해 사업을 기획, 실시한다. 
 

특히 노인 선도사업의 주된 대상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지역사회 복귀를 희망하는 노인이다. 한국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사업은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과 유사한 모델로 회복기 재활서비스를 비롯한 지역포괄케어를 아우르는 의료와 복지 통합체계 모형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노인의료를 비롯한 커뮤니티케어는 같은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차이점은 디테일과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지역에서 일본 노인의료복지체계 연수를 진행했다. 일본의 노인의료복지체계를 통해 우리의 커뮤니티케어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의료-복지 서비스 융합 가속화
한국과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최근 감소추세이며 2065년이면 총 인구가 8808만명, 고령화율은 38.4%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와 와상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인구변화 및 사회적 수요에 따라 정책을 변화시켜 왔다. 1989년 개호대책검토회를 설치해 1990년부터 1999년까지 고령자개호문제 해결을 위한 고령자보건복지 추진 10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며, 2000년부터 개호보험을 시행했다. 

또 2010년부터 2025년을 목표로 지역포괄케어 제도를 도입했다. 보험자인 기초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종합적인 복지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시스템인 지역포괄케어는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종합상담, 권리옹호, 지원체계 구축, 예방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일본 전역에 약 4300개가 설치돼 있으며, 지점을 포함하면 약 7000개가 넘는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 도입으로 시설서비스가 재가서비스로 확대되고, 치료에서 예방서비스까지 확대됐다. 특히 의료와 복지서비스의 융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정책 변화는 법령의 정비를 비롯한 의료와 개호를 사회보험방식으로 제공하는 체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이다. 과거 일본의 요양병원 역시 의식 없는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과잉투약, 과잉검사, 신체 구속 등을 일삼아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1983년 노인보건법 시행과 노인진료수가가 신설되고, 요양병원의 의료는 일반 의료로부터 독립된 범주에서 입원 시 의학관리료 감액, 수액 주사료의 포괄화 등 진료 수가의 틀 안에서 관리됐다. 

또, 1985년 의료비 억제를 위한 병상 수 규제가 시행돼 요양병상 증가가 억제됐으며, 의료시설기능의 체계화가 시작됐다. 일본의 노인의료시설기능 체계화 중 중요한 전환점은 노인보건시설과 같은 개호역량이 강화된 의료기관의 등장이다.

정액수가제인 입원관리료 도입은 포괄화에 대한 의료계의 ‘알레르기’를 불식하는 역할을 했다. 2000년 신설된 간병보험제도는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에 대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체가 보건의료와 복지에 걸친 간병의 각 서비스를 종합적, 일체적,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체계를 확립시켰다. 

최근에는 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와 복지의 통합화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민간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동일법인 혹은 관련계열법인을 통해 노인보건시설, 특별양호노인홈, 방문간호스테이션, 재가간병지원센터, 홈헬퍼(방문요양) 사업, 유료노인홈, 케어하우스, 예방건강증진시설을 개설해 보건의료 복지서비스를 사실상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노인의료 서비스와 간병서비스를 일체화해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개호보험의 실시와 지역포괄케어 정책의 추진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카스미케어그룹이 운영하고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 재활훈련실 모습
카스미케어그룹이 운영하고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 재활훈련실 모습

 

# 지역포괄케어 핵심 ‘Aging in Place’
일본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Aging in Place’로, 정든 지역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든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료에서부터 개호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고, 이런 서비스 외에도 지역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와 보건, 의료, 복지복합체’ 저자 윤재호 작가에 따르면, 지역에서 노인의료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제공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입장에서 복합체로 연결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환자 본인의 의사보다 보호자의 의사가 비교적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와 장기요양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

수요자 입장에서 노인의 장기요양 문제는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상호 긴밀히 연결돼야 하며, 같은 지역 내 시설들이 동일 법인 등에서 병원과 복지서비스가 연계돼 제공되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가 주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구조가 편리하다.

일본은 환자의 필요성(need)과 요구(want)에 차이가 있다는 접근방식으로 급성기와 만성기를 구분하고 있다. 급성기 환자가 증상 중심이라면 만성기 환자는 관계적 측면에서 보호자의 개입이 강하고, 고령으로 심신의 건강이 악화돼 환자의 요구보다 보호자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급성기는 치료가 목적이기 때문에 지역이 멀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성기 환자의 80%는 본인이 살고 있는 집 혹은 보호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반경 20km 이내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결국 요양병원은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쌓고, 환자의 존엄을 지키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 돌봄이 필요할 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역의 모든 자원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의료제공체계 중 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종합병원이 없다. 대신 지역 지원병원 제도가 있으며, 병동별로 기능이 세분화돼 있다. 종합병원 대신 지역거점형병원과 유사한 지역중핵병원이 각 지역의 의료기관 및 시설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설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한 분야를 특화한 전문병원과 노인보건시설이라고 하는 중간시설이 설치돼 있다.

일본은 질환별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병동구분에 따라 의료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설기준과 이에 따른 보험진료수가가 마련된 병동종류는 요양병상, 일반병상을 비롯해 결핵병동, 전염병동, 치매질환요양병동, 치매질환치료병동, 완화케어병동, 회복기재활치료병동, 개방형병동 등이다. 일본의 병원은 이들 병동이 한 병원 안에 혼재해 있는 케이스 믹스형 병원이 많고, 일본 정부는 이를 권장하고 있다.

동일한 병원건물에서 병동에 따라 각각의 사회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의 요구와 정부 정책 요구에 따라 병동을 가변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즉 일본의 병상 변화는 급성기병상, 요양병상, 회복기재활병상, 지역포괄케어병상에 이어 개호의료원병상까지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 

일본 정부는 노인의료체계에서 지역단위의 의료와 장기요양서비스가 복합된 형태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노인의료체계 철학은 '의료의 출구는 복지의 입구'이며, 의료와 복지서비스는 지역 안에서 연계를 통한 완결적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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