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에서 고난도 중증질환만 다룰 경우 기본적 질환 지식 및 술기 배우기 힘들어
전공의 교육 측면에서 역효과…2차 병원과 의원에 파견 교육 인정받을 수 없어 딜레마
외과학회, "전달체계 개편으로 인한 의료인력 교육·수련 방향 설정 醫·政 머리 맞대자"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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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이 외과 전공의 술기 능력 함양에 자칫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대한외과학회 차원의 우려는 현실이 될까.

외과학회가 지난 31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제71차 국제학술대회; New Challenge Surgical Leap'를 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따른 외과 전공의 수련 변화방향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외과학회 주장의 핵심은 의료계의 오랜 과제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큰 변화의 물결에 따라 전공의 교육 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안에 따르면 의료기관 종별 기능에 맞는 역할을 정립해 환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질환 및 희귀난치질환 진료, 의료인 교육 및 연구개발을 위주로 하도록 정의돼 있다.

여기서 외과 전공의 교육을 두고 딜레마가 생겼다는 게 외과학회의 설명이다.

윤동섭 이사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고 있는 상급종병에서 간단한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균형 있는 외과 전공의 수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면서 수련기간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본적인 질환을 중심으로 지식과 외과적 술기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고난도 중증질환만을 다루게 될 경우 정상적인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윤 이사장이다.

대한외과학회 윤동섭 이사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노성훈 회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대한외과학회 윤동섭 이사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노성훈 회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즉, 술기 중심의 외과 전공의 교육·수련이라는 것은 한 번에 여러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는데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외과 전공의와 지도전문의들에게 이를 강제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강영 총무이사(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는 "왜 학회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이야기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상급종병 전공의 수련 측면에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여럿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현행 규정 상 지도전문의가 근무하지 않는 2차 병원이나 의원에 전공의를 파견·교육하는 것은 수련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에 외과학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따른 외과 전공의 수련 교육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성훈 회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정부가 제시한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이 품은 문제 인식과 개선 의지는 상당히 고무적이고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세부적 사안에 대한 현장에서의 적극적 의견 수렴과 전문가 단체들과의 충분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이어 "학계와 정부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인해 변화되는 환경 아래 적정한 외과 전문인력 수급 및 교육·수련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고 강구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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