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철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제안
비급여 진료 증가와 행위별수가 진료지침 실효성 약화가 문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17년부터 문재인케어가 시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민간 의료보험 수입은 증가하고 있어 실질적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신기철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동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상해·질병·간병 보험을 지칭하는 민간 의료보험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보험료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월간손해보험통계에 따르면, 3개 민간 의료보험의 보험료 수입은 2017년 1~4월까지 월평균 3조 8192억원이었지만, 보장성 강화 정책 진행된 2019년 1~4월까지 월평균 3조 9791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보장성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민간 의료보험 수요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병 발생으로 인한 직간접 손실.
상병 발생으로 인한 직간접 손실.

이런 현상에 대해 신기철 교수는 가장이 상병으로 요양을 하게 됐을 때, 상실된 소득을 보장해 주는 법정유급병가나 상병수당제도가 없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비급여의료서비스 증가와 함께, 행위별 수가제도를 시행하면서 진료지침의 구속력이 약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직접 손실인 의료비는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만, 간접손실인 18개월 이내의 소득단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에서 보장하는 상병수당이나 기업체의 법정유급병가와 같은 사회안전망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병수당과 장애연금 및 유족연금 등 공적 보장이 취약할 때 민간 의료보험이나 생명보험이 보완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장성이 강화돼도 구속력 있는 표준진료지침이 적용되지 않으면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는 늘어난다"며 "실손보험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의도로 가입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액보험은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보험차익이 늘어나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2018년 1월 기준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34개 OECD 회원국은 요양 기간 중 상실소득을 법정유급병가나 사회보험의 상병수당 형태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유급병가를 기업의 임의복지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2018년 미국 노동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업 정규직 82%는 유급병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이나 법정유급병가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상병수당을 제공하는 기간은 34개 회원국 모두 26주 이상이며, 처음 2~12주 정도는 기업의 법정유급병가로 보장하고 있다.
법정유급병가기간 중에는 대부분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며, 사회보험에서 지급하는 기간에는 50~100%까지 보장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표준진료지침과 의료공급자 보수체계 비교.
주요 국가의 표준진료지침과 의료공급자 보수체계 비교.

상실소득보장제도가 충실해 OECD 다른 회원국에서는 우리같은 정액보험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가장의 장기요양은 실직과 의료비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라며 "법정유급병가나 상병수당이 도입되지 않으면 정액보험 가입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기철 교수는 신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비급여의료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수 밖에 없으며,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되어도 실손보험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게 된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행위별 수가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실효성 있는 표준진료지침이 없는 현재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실손보험 가입 필요성은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OECD 회원국 대부분은 표준진료지침을 도입해 의료공급자 유인수요를 최소화하고, 병원에 대해 포괄수가제 혹은 총액예산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OECD 회원국들과 같이 보장성 강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우선 과제로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도입하거나, 기업의 유급병가를 의무화 해야 한다"며 "가장의 요양 기간 중 상실소득에 대한 보장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병수당제도의 도입 방향에 따라 민간 의료보험을 정비하고,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있어야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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