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는 보건복지부의 권고는 연구논문 등 근거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흡연 자체가 해로운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흡연은 폐, 심장, 뇌, 장, 피부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 악영향을 미치며, 폐 질환뿐만 아니라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현재 흡연할 수 있는 방법은 연초로 만든 '일반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및 액상형 전자담배가 있다.

일반 담배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판매됐고, 궐련형 및 액상형 전자담배는 출시한 지 불과 10년이 안 돼 비교적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흡연 기기다.

신기술인 만큼 궐련형 및 액상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해로운지 검토하는 연구에서 상반되는 결과들이 발표됐다.

NEJM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행동 지원을 동반한 경우, 니코틴대체요법보다 금연에 더 효과적이었다. 미국 UCSF대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매일 피우는 사람은 금연에 성공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왕립외과협회에 따르면 영국보건국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약 95% 더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대로 몇몇 연구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더 해로웠다. 미국심장협회지(JAHA)에 실린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은 일반 담배보다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켰다.

또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만큼 해로웠으며,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두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위험했다. IQOS 제조자인 PMI 데이터에서도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일부 독소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IQOS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았다. 

이런 상반되는 연구가 발표됐지만 액상형 전자담배가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미국에서 전자담배 사용으로 폐질환 및 사망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중증 폐손상자 1,479명, 사망 33명이 보고됐다. 모든 환자가 전자담배 사용력을 밝혔지만 환자의 78%가 대마유래 성분인 THC가 함유된 전자담배를, 10%만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했다. 

CDC는 현재 원인물질 및 인과관계 규명 중이며, "THC 함유된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를 하면서 전자담배보다 THC 사용중지에 초점을 뒀다. 결론적으로 전자담배는 일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보건당국의 조치에 대한 전문가 입장도 갈렸다.

미국 UCSF 흡연 규제 연구·교육 센터 Stanton Glantz 센터장은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복지부의 권고를 '신중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아이코스, 글로를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의 일시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반면 전 CDC 관계자인 보스턴대 Michael Siegel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중지하고 연초 담배에 대한 경고가 없었던 권고가 "터무니없다(ludicrous)" 평가하면서 많은 공중보건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발표 근거는 무엇?

핵심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강력 권고 브리핑에서는 근거가 될만한 연구논문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1월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검사를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유해성분을 검출하는 데 필요한 시험법조차도 확립하지 않은 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대부분 사망 사건은 대마 성분과 관련됐지만 23일 질의응답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10%는 니코틴만 사용한 환자인 '관리 사각지대'를 향해 예방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니코틴에 대한 예방적 차원이었으면 니코틴이 함유된 연초 또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중지 권고도 포함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고를 발표할 때 정부는 국민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근거에 기반한 발표를 했으면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