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프라벨 처방받은 환자 리얼월드 분석, 임상연구 DKA 결과보다 위험 높아
SGLT-2 억제제, DKA 문제로 FDA 승인 연이어 좌절
세브란스병원 차봉수 교수 "DKA 위험 무릅쓰고 SGLT-2 억제제 투약할 필요 없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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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SGLT-2 억제제가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치료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DKA)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오프라벨로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제1형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리얼월드 연구 결과, 임상연구 결과보다 DKA 위험이 더 컸다.

현재 SGLT-2 억제제는 임상연구를 근거로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고자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위원회(EC) 등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DKA 위험을 무릅쓰고 SGLT-2 억제제를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리얼월드 DKA 위험, 임상연구보다 1.83배 높아

FDA 의약품 평가연구센터 Christian Hampp 박사 연구팀은 리얼월드에서 SGLT-2 억제제를 오프라벨로 복용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DKA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Diabetes Care 10월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상연구는 연구 디자인에 따라 환자가 엄격하게 선별되지만, 리얼월드 연구는 실제 임상에서 보는 환자들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임상연구와의 온도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임상연구에서 보고되는 DKA가 실제 임상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그리고 그 결과를 소타글리플로진의 임상연구(Trial no. 309, 310, 312)와 비교했다. 

소타글리플로진은 SGLT-1과 2를 모두 억제하는 항당뇨병제로, 임상연구에서 DKA 위험이 위약 대비 5~17배 높다고 보고된다(Diabetes Care 2019;42:991~993).

연구에서는 미국 센티넬시스템(Sentinel system)을 이용해 2013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제1형 당뇨병 유병률을 확인했고 청구자료를 통해 DKA 발생률을 조사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소타글리플로진 임상연구 결과와 비교해 SGLT-2 억제제를 오프라벨로 복용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DKA 표준화 발생비(standardized incidence ratio, SIR)는 1.83배 높았다(SIR 1.83; 95% CI 1.45~2.28).

즉 리얼월드에서 확인한 DKA 위험은 임상연구에서 보고된 결과보다 더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DKA 위험은 젊은 성인과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제1형 당뇨병 환자 중 DKA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환자는 25~44세였고, 이 연령에서 여성의 발생률은 100인년(person-years)당 19.7명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SGLT-2 억제제 복용자 중 제1형 당뇨병 환자는 1% 미만으로 매우 적었다. 

SGLT-2 억제제 복용자 47만 5500여명 중 넓은(broad) 기준의 제1형 당뇨병 환자는 0.92%, 좁은(narrow) 기준은 0.5%에 불과했고, DKA 발생률은 100인년당 각각 4.5명과 7.3명이었다.

연구에서 정의한 제1형 당뇨병의 넓은 기준은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의 질병코드에 따라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SGLT-2 억제제 또는 시타글립틴(대조약) 투약 전 등록 당시 기간이 5~365일인 경우다. 

좁은 기준은 넓은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 중 등록 당시 속효성 또는 지속형 인슐린을 최소 1회 투약했고 메트포르민 외에 다른 항당뇨병제를 복용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Hampp 박사는 논문을 통해 "임상연구를 토대로 예상했던 결과보다 리얼월드 연구에서 DKA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며 "단 이번 리얼월드 연구는 임상연구와 환자군, 분석 약물 등에 차이가 있어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DA, DKA 문제로 SGLT-2 억제제 제1형 당뇨병 승인 거부

이처럼 SGLT-2 억제제의 DKA 문제는 FDA가 예의주시하는 이상반응 중 하나다. 

FDA는 지난 3월 소타글리플로진의 DKA 위험 때문에 인슐린 단독요법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성인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서 소타글리플로진을 승인하지 않았다. 

다파글리플로진 역시 지난 7월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FDA 승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3월 EC가 DEPICT 임상 연구를 근거로 다파글리플로진을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학계에서는 FDA 결정을 두고 임상연구보다 실제 임상에서 예후가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지지한다는 의견과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한 만큼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FDA 결정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김재현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DKA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즉 DKA 위험을 안고 SGLT-2 억제제를 허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러나 DKA는 의료진과 환자가 관리할 수 있는 이상반응이다. 당뇨병 관리에 대한 교육 수준이 높은 환자들은 DKA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GLT-2 억제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있어, 체중 증가가 문제인 미국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다. 국내 제1형 당뇨병 환자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체중이 줄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체중이 증가하기에, SGLT-2 억제제가 일부 환자에게는 필요하다"면서 "FDA가 SGLT-2 억제제를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할 경우 DKA를 주의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DKA를 예의주시하며 치료제를 처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미국, 영국, 스페인, 일본 등 전 세계 당뇨병 전문가들이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SGLT 억제제(SGLT 1·2 이중 억제제 포함) 임상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 SGLT 억제제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DKA 위험을 낮추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Diabetes Care 2019;42(6):1147~1154).

권고안에서는 SGLT 억제제의 DKA 위험은 무작위 임상연구의 기준에 맞춰 엄격하게 선별된 환자에서 확인된 결과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SGLT 억제제의 유효성과 DKA 위험을 '리얼월드'에서 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투약 후 메트포르민·TZD 등 대안 있다"

이번 리얼월드 결과를 두고 국내 전문가는 제1형과 제2형 당뇨병은 병인이 다르기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SGLT-2 억제제를 DKA 위험을 무릅쓰고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 파괴돼 인슐린이 결핍되는 질환이며, 제2형 당뇨병은 베타세포 기능장애로 인한 인슐린 분비장애와 인슐린 저항성으로 나타난다. 

즉 제2형과 달리 제1형 당뇨병은 원칙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있을 수 없고, 제2형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유전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 이들에게만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쓸 수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의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 차봉수 교수(내분비내과)는 "제2형 당뇨병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쓸 수 있다. 이런 환자는 대략 10%로 추산되고 인슐린만 투약 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이들에게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등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쓸 수 있다. 인슐린 투약 후 쓸 수 있는 항당뇨병제가 있는데 DKA를 무릅쓰고 SGLT-2 억제제를 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치료로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어 혈당조절 목표를 7.0% 미만으로 설정해 조절한다"면서 "하지만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저혈당 위험이 커져 어쩔 수 없이 인슐린 용량을 줄인다. 안전을 위해 혈당 조절을 포기하는 셈이다. 저혈당 위험으로 인슐린 용량을 줄이는데 SGLT-2 억제제를 병용한다면 저혈당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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