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환자 마이크로바이옴, 건강한 흡연자, 비흡연자와 달라
건강한 흡연자, COPD 환자보다 높은 '식이섬유' 수준 섭취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의해 우리 몸속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불리는 2kg를 달하는 100조 이상의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간은 90% 미생물, 10% 인간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들이 당뇨병, 천식, 자폐, 암,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것을 알려졌다.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2019년 마이크로바이옴 심포지엄'은 다양한 업계, 학문 전문가를 초청해 마이크로바이옴과 다양한 질병에 대한 연결고리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COPD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비흡연자 및 건강한 흡연자의 마이크로바이옴과 다르게 나타난 가운데 식이요법을 통해 비흡연자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COPD는 흔하고 예방·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기도 또는 폐포 이상으로 인한 지속적인 호흡기 증상 및 기류 제한이 특징으로 꼽힌다. COPD는 일반적으로 유해한 입자와 가스 노출 의해 발생한다.

흡연은 COPD 발생의 주요 위험 요소로 간주되며 발생 위험의 약 90%를 차지한다. 많은 역학 연구에서 COPD 발생은 흡연자에 많았다. 

그러나 많은 흡연자에서 COPD가 꼭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흡연자라고 무조건 COPD를 앓는 게 아니다. 실제로 흡연자(15~50%) 중 일부에서만 COPD가 발생한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호흡기내과)는 비흡연자에서 COPD가 발생하는 이유를 검토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25일 서울아산병원 마이크로바이옴 심포지엄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면서 "COPD는 담배를 피워 모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담배 피우는 사람 중에서도 일부에서만 생긴다"면서 "왜 일부는 COPD가 발생하고, 일부는 생기지 않는 질문에 혹시 마이크로바이옴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OPD 환자 마이크로바이옴, 비흡연자와 달라'

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호흡기내과)는 25일 서울아산병원 마이크로바이옴 심포지엄에서 폐-장 축(lung-brain axis)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호흡기내과)는 25일 서울아산병원 마이크로바이옴 심포지엄에서 폐-장 축(lung-brain axis)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폐는 과거 균이 없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미생물이 비록 적기는 해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폐도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폐-장 축(lung-gut axis)'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팀은 폐-장 축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2017년 비흡연자, 건강한 흡연자, 및 COPD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팀은 폐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의 마이크로바이옴은 COPD 및 흡연 여부에 따라 뚜렷한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어 연구진은 정상 폐활량계를 가진 비흡연자 13명(비흡연자군), 정상 폐활량계를 가진 '건강한 흡연자' 13명(건강한 흡연자군)과 COPD를 앓는 환자 13명(COPD군)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분석했다. 

연구진은 모든 환자의 연령, 성별 및 흡연 수준을 그룹 별로 매칭했고, 각 군의 평균 연령은 각그룹에 65.5세, 각 남성 12명과 여성 1명이 포함됐다. 

그 결과, 모든 그룹에서 EV는 폐 조직보다 일관되게 더 많은 조작상분류단위(operational taxonomic units, OTU)가 보였다. Stenotrophomonas, Propionibacterium 및 Alicyclobacillus가 가장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속(屬)이었다. 

건강한 흡연자군과 COPD 환자군을 비흡연자군을 비교했을 때, 비흡연자군의 미생물 다양성이 달랐다. 건강한 흡연자군 및 COPD군에서, EV는 폐 조직보다 높은 샤논 지수(Shannon index) 및 낮은 심슨 지수(Simpson index)를 나타냈다. 이 경향은 COPD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어 건강한 흡연자군보다 COPD 환자군에서 Firmicutes 수준이 EV에 높게 나타났다((27.0% vs 13.4%, P=0.037). 또 Ochrobactrum은 COPD 폐 조직에서만 발견됐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폐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EV 및 COPD군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군집은 OTU,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 주성분분석(PCA) 군집화(clustering)에서 차이가 있어 뚜렷한 특성을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COPD와 폐 마이크로바이옴 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있다. 특히 COPD 환자의 폐 조직에서 Lactobacillus 속의 증가로 Firmicutes phylum가 증가했다는 결과는 이전 연구들에서 일치하게 발표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조절로 COPD 예방 가능할까?

연구결과 토대로 이 교수는 한 발짝 더 나가 식이요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조절해 COPD를 예방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키는 4가지 요소로는 ▲음식 혹은 음식 대용품인 '프리바이오틱스' ▲유익한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 ▲생존 불가능한 박테리아 제품 혹은 프로바이오틱 미생물의 대사 부산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 ▲대변이식인 '분변미생물군 이식(FMT)'가 있다. 

이 교수는 "혹시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통해 알레르기 질환 혹은 COPD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COPD에 맞춰진 식이요법(프리바이오틱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COPD 환자에서 폐가 부풀어 올라 장을 압박하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배가 빨리 부른다"면서 "이런 환자들이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특히 COPD 환자는 많은 연구에서 저체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저체중일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반면 과체중일수록 COPD 환자의 사망률 위험이 감소했고 예후가 더 좋았다.

따라서 식이요법이 COPD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현재 COPD 식이요법의 가이드라인은 ▲적은 양이면서 풍부한 영양이 있으며, 자주 먹는 식사 ▲충분한 칼로리로 체중 증가를 유도 ▲준비 과정이 쉬울 것(예 액체 영양식, 전자레인지로 조리 가능) 및 ▲다양한 비타민 함유 등 간단하고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아울러 이 교수는 프랑스 CESP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식이섬유 식이요법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설명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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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구진은 미국에서 거주하는 11만 1580명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1984~2000년 사이 COPD는 총 832명에서 발생했다. 참가자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설문지를 통해 계산됐다.

11개의 변수를 조정한 후, 식이섬유 섭취는 새로 진단된 COPD 위험과 부정적으로 연관됐다(highest vs. lowest intake, RR 0.67, 95% CI, 0.50, 0.90; Ptrend=0.03).

시리얼, 과일 및 채소인 식이섬유 경우, 다른 식이섬유 섭취와 상관없이 시리얼 섬유 새로 진단된 COPD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highest vs. lowest intake, RR 0.77, 95% CI, 0.59, 0.99; Ptrend=0.04). 

프랑스 연구진은 "이번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과일, 채소, 생선,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한 신중한 식이 패턴이 COPD로 진단될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면서 "육류, 디저트, 정제된 곡물, 감자튀김을 포함한 서양식 식단은 COPD 진단 위험과 연관성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연구에서도 건강한 흡연자가 식이섬유 섭취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식이섬유는 COPD를 방어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결과를 실제 한국인에서도 확인하면서 개인적으로 식이섬유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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