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25일 성명서 통해 EMR셧다운제 폐지 요구
설문조사 응답자 70% '타인 아이디로 처방 경험'
38개 시행병원 공개...국감 지적사항 후속조치 미비 지적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자의무기록(EMR) 셧다운제'를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했으나, EMR이 차단되어도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이 만연해지면서 대리처방과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EMR 셧다운제 관련 설문조사를 공개하고 EMR셧다운제를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70%가 넘는 전공의가 '근무시간 외 본인 아이디를 통한 EMR 접속 제한이 있거나 불가능하다', '타인의 아이디를 통한 처방 혹은 의무기록 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서 전공의 대부분은 대리처방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의 아이디가 차단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아이디 공유 실태에 대해 수련기관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진이 알고 있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웠다.

대전협은 "이는 곧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의 근로 및 수련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공의에게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를 가르쳐야 하는 선배 의사들은 이를 알고도 병원의 운영을 위해 전공의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며, 불법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함께 환자를 보고 치료하는 의료인으로, 선배로, 스승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들의 노동을 일률적으로 착취하는 편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자동적으로 종료되는 EMR 시스템이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시간을 축소 보고하는 기능을 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실제 근무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마치 전공의법이 명시하는 근로시간 조항을 준수하며 근무하고 있다고 보고되는 작금의 사태를 낳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꼼수가 뒤섞여 있는 이 제도에 대해 실체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의 부실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전협은 자체 조사와 제보를 통해 EMR 셧다운제를 시행중인 38개 수련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5일 전국 EMR 셧다운제를 시행중인 수련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지만..."형식적인 후속조치"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대전협은 관계 당국에서 EMR 셧다운제와 관련된 지적사항에 대해 형식적인 공문을 발송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시간이 실질적으로 준수되는 방안으로 대체될 수 있도록 협조'라는 내용의 공문이 각 수련병원에 발송됐지만, 단지 의료법 관련 내용일 뿐이었으며, 어떤 규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전공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현 상황에서 어느 병원이 이 공문에 협조적일 것이며 누가 시스템을 변화시키겠는가?"라며 "뭐라도 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전협은EMR 셧다운제를 즉각 폐지하고, 이와 관련된 수련병원의 실태를 조사하여 이 제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폐단에 관리감독의 의무를 다 할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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