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피해자 보상 대안 제시 못하는 특사경은 'NO'
선의의 피해자 보상 대안 제시 못하는 특사경은 'NO'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10.2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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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불법개설기관 근절 방안 마련 포럼 개최
病, "피해 당사자인 의사협회·병원협회가 반대하는 이유 알아야"
法, 경·검찰은 전문지식 부족하나 공단은 수사에서 비전문가 '모순'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가 25일 여의도 태영-T아트홀에서 '불법개설의료기관 근절 방안 마련 포럼'을 개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가 25일 여의도 태영-T아트홀에서 '불법개설의료기관 근절 방안 마련 포럼'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왜 사무장병원의 가장 큰 피해자인 의협과 병협이 건보공단 특사경을 반대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병원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의 명확한 반대 이유를 전달했다.

생활적폐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는 취지는 좋으나 수사권을 갖겠다는 의지에만 매몰돼 무고한 의료기관에 대한 보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가 25일 여의도 태영-T아트홀에서 개최한 '불법개설의료기관 근절 방안 마련 포럼'의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시병원회 이필순 윤리위원장으로부터 나왔다.

이날 이필순 위원장은 수익증대에만 혈안이 돼 열악한 시설환경, 과잉진료,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무장병원의 심각성에는 동의했다.

아울러 제한적인 신고접수 및 감시 권한만 갖고 있어 구체적 자료획득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민간인(건보공단 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은 오남용 우려와 일반 국민의 법감정 등을 내세워 매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의견이다.

서울시병원회 이필순 윤리위원장
서울시병원회 이필순 윤리위원장

이 위원장은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가장 반대하는 곳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로 알고 있을 것이다"며 "왜 국민만큼이나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두 단체가 반대 하는지 건보공단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즉, 사무장병원의 단속은 꼭 필요하고 시급하지만 정작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두고서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등으로 의심받은 요양기관 총 751개소 중 69개소(9.2%)가 재판을 통해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정됐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법안 판단으로 무혐의가 입증됐지만 지급 보류 방침으로 요양기관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는 부분이다.

이 위원장은 "소송기간 동안 요양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 실직자까지 발생해 의협과 병협이 두려워 하고 있다"며 "사무장병원 조사가 아닌 부당청구 등으로 현지조사만 받아도 공포인데, 건보공단 직원이 수사권까지 들고 흔들면 심각한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건보공단이 내놓은 보상안은 조사과정에서 지급이 보류됐던 진료비에 대해 연 2.1%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 보상안이 충분한 대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 이 위원장이다.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은 전무하고 무죄를 받은 당사자들은 이미 폐업 상태인데, 건보공단이 병원 문을 닫게 만들고 아무리 사죄한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사경 제도가 도입 된다면 불기소 원칙으로 하고 기소 이전에는 지급보류 보다 개인 재산 압류 등 다른 방법으로 대신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비록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헌법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전했다.
 

법조계, "부족한 경·검찰 전문지식을 건보공단이 보완가능"
But, 수사 그 자체에 있어서는 비전문가라는 모순 존재

포럼에 참석한 법조계는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치우쳤다.

다만, 도입을 위한 준비사항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동시에 건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용자 공판부장검사는 "사무장병원 사건의 수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반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나 검찰은 수사경험이 없고 전문지식이 부족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한다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예상한 김 부장검사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용자 공판부장검사(왼쪽)와 서경대학교 정웅석 법학대학 교수.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용자 공판부장검사(왼쪽)와 서경대학교 정웅석 법학대학 교수.

서경대학교 정웅석 교수(법과대학)는 "건보공단이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므로 이를 활용하면 초기 단계부터 신속·정확한 수사 및 적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단지 건보공단은 경·검찰이 갖지 못한 전문성은 갖고 있으나 수사능력은 떨어진다는 모순이 있다는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에 법조계는 특사경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사항으로 인권보호 및 적법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수사인력 뿐만 아니라 변호사 등 법률 전문 인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담당 직원들에게 수사기법을 사전 교육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김 부장검사는 "특사경이 부여된다고 하더라고 체포 및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면서 적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법률 전문 인력을 확보, 적법절차를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와 수사는 엄연히 구분되는 절차"라며 "그동안 건보공단 직원이 조사 과정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영역인 수사기법에 대해 충분한 사전 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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