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가이드라인 논의 시간 가져
CVD 위험도 예측모형·LDL-C 목표치·오메가-3·CAC 검사 등에 대해 토의

▲18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3차 추계학술대회'에서는 'Overview and Deep-dive Discussion: Recent Lipid Guidelines'를 주제로 세 가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18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3차 추계학술대회'에서는 'Overview and Deep-dive Discussion: Recent Lipid Guidelines'를 주제로 세 가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해와 올해 한국, 미국, 유럽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모두 개정되면서 향후 국내 가이드라인이 어떤 방향으로 업데이트될지 관심이 쏠린다.

18~20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3차 추계학술대회'에서는 'Overview and Deep-dive Discussion: Recent Lipid Guidelines'를 주제로 세 가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18일 가졌다.

학술대회에서는 △한국형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 △오메가-3 △관상동맥석회화(CAC) 검사 등 네 가지 이슈에 대한 열띤 토의가 이뤄졌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정인경 위원장은 'Korean KSoLA Guideline'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정인경 위원장은 'Korean KSoLA Guideline' 주제로 국내 치료지침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국형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 언제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하 지동학회)는 지난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4판'을 발표하며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치료지침에서는 한국형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이 없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동반 여부 또는 개수로 위험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개개인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의 위험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예측모형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 반영했고, 위험도에 따라 치료전략을 다르게 권고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형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하므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로 근거를 쌓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보라매병원 김학령 교수(순환기내과)는 "우리나라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최근 국내 빅데이터 연구가 좋은 논문에 실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에게 적합한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임상에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지동학회는 학회 차원의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MOU를 체결하고 예측모형 개발을 위한 걸음을 뗐다. 

지동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정인경 위원장(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에서 LDL-콜레스테롤 농도에 따른 사망률 및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또 위원회에서는 한국인에서 심혈관질환 위험군별로 사망률 및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내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지동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은정 간사는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의 개정된 내용을 강의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동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은정 간사는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의 개정된 내용을 강의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 'ZERO'까지?

심혈관질환 고·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가 더 낮아질지도 학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근거가 쌓이자 미국과 유럽 심장학계, 내분비학계는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강하치료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를 기존보다 각각 '100mg/dL 미만→70mg/dL 미만'과 '70mg/dL 미만→55mg/dL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권고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가 계속 낮아지면서 조만간 '0'을 목표치로 제시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 위원장은 "세포 수준에서 보면 세포막 구성을 위해 혈중 LDL-콜레스테롤이 최소 12.5mg/dL는 있어야 한다.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신에서 스테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며 "치료 후 LDL-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아지는 것도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LDL-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낮아졌을 때 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출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국내 치료지침에는 LDL-콜레스테롤을 어느 정도 낮춰야 할지에 대한 권고안이 없다"면서 "LDL-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아졌을 때 문제가 감지된다면 너무 낮추지 않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개발될 것 같다.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보라매병원 김상현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리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보라매병원 김상현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리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고중성지방혈증 환자, 오메가-3가 피브레이트보다 우선?

중성지방이 높은 고중성지방혈증 환자는 피브레이트 계열 약제보다 오메가-3를 먼저 복용해야 하는지도 이슈다. 

과거에는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게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을 권고했지만 최근에는 REDUCE-IT 연구를 근거로 오메가-3 지방산을 권고하는 추세다. 

ESC·EAS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중성지방이 높은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게 오메가-3 성분인 아이코사펜트 에틸(icosapent ethyl)을 스타틴과 병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서양인 대상 연구를 근거로 만들어진 권고안으로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높은 국내 유병 패턴을 고려했을 때 서양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아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게 오메가-3보다 피브레이트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최근 오메가-3 권고 등급이 높아졌다"면서 "오메가-3는 REDUCE-IT 연구의 1차 종료점에 도달했지만 피브레이트는 FILED와 ACCORD 연구에서 1차 종료점을 달성하지 못했고 하위분석만 충족시켜 우선순위가 밀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REDUCE-IT 연구가 1차 종료점을 달성했을지라도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라매병원 김상현 교수(순환기내과)는 "REDUCE-IT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심근경색후 증후군(post myocardial infarction) 환자에게도 오메가-3가 효과적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또 오메가-3 복용 후 예후가 좋아졌지만 중성지방과 관련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성지방 감소를 위해 스타틴과 생활습관 교정 후 피브레이트와 오메가-3 중 오메가-3를 먼저 제시한다"면서 "하지만 REDUCE-IT 연구로 중성지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게 맞을지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지동학회는 향후 가이드라인에 관련 연구들을 고려해 이 같은 권고안을 반영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국내 치료지침에서는 중성지방을 관리할 경우 생활습관 교정을 우선 권고한다. 치료지침 개정 당시 REDUCE-IT 연구가 발표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피브레이트와 오메가-3 치료를 권고했다"면서 "중성지방 관리에 대한 내용을 고려해 다음 치료지침 개정에 반영할지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세 가지 가이드라인 개정내용이 발표된 후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좌부터)보라매병원 김학령 교수, 강동성심병원 서원우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안효석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 중앙대병원 조준환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세 가지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이 발표된 후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좌부터)보라매병원 김학령 교수, 강동성심병원 서원우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안효석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 중앙대병원 조준환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CAC 검사해 스타틴 치료 결정해야 하나?

아울러 심혈관질환 저위험~중등도 위험군도 CAC 검사를 권고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AHA·ACC는 ASCVD 10년 위험도가 7.5~19.9%이지만 스타틴 치료를 결정할 수 없다면 CAC를 고려하도록 주문한다. 전통적인 ASCVD 위험요인은 없으나 CAC 점수가 높아 스타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판별하기 위해, CAC 점수를 통해 환자 모니터링에 신경 쓰도록 한 것이다. 

ESC·EAS도 심혈관질환 저위험~중등도 위험군이면서 무증상인 환자에게 CAC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국내 치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에서 CAC 등 위험인자를 고려해 개별화된 치료목표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명시했다. 

지동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은정 간사(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CAC 검사는 비용 대비 혜택 측면에서 임상에서 보편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CAC 점수가 0점이라면 4년 동안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 미만으로 낮다. 일반적으로 심혈관질환 저위험~중등도 위험군의 CAC 점수가 0점이라면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이 경우 4년간 재측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AC 점수가 다른 위험요인보다 예측도가 더 높은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대병원 김치정 교수(순환기내과)는 "CAC 병변이 있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지만 다른 위험요인보다 더 예측도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면서 "만약 죽상동맥경화증 저위험군도 CAC 검사를 받도록 한다면 상당히 많은 환자가 대상군이 된다. 이를 권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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