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관련 美 사망자 26명, 부상자 1천 2백명 넘어
CDC, 사망 사건을 'EVALI' 명칭 지정
美 전문가 "대부분 사례는 대마 문제...전자담배 판매 중지는 NO"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중지로 암시장 우려

미국 보스턴대 Michael Siegel 교수
미국 보스턴대 Michael Siegel 교수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사망자 급증해 캘리포니아주는 전자담배 판매금지 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건은 니코틴이 아닌 대마 제품과 관련돼 전자담배 제품을 판매 중지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담배 통제(tobacco control) 전문가인 미국 보스턴대 Michael Siegel 교수는 대다수의 사례는 대마초 제품, 특히 암시장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오일과 관련이 있다는 게 "분명하다"면서 일부는 니코틴 제품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은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불법 위조 혹은 변조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 관계자인 Siegel 교수는 17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상적으로 가게에서 판매된 니코틴 기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은 몇 년 동안 문제 없이 시장에 출시됐기 때문에 이들이 (사망 사건의) 원인일 가능성은 적다"면서 "만약 (니코틴 기반)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이었으면 더 많은 성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iegel 교수는 "전자담배 판매 금지는 하면 안 된다"면서 "전자담배를 금지하면 수백만 명의 흡연자들이 다시 연초를 피우게 되고 액상형 전자담배 암시장(black market)이 생길 우려가 있다. 암 시장이 생기면 현재 사태가 더욱더 확산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타바코 및 연소(combustion)를 포함하지 않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연구에 따르면 화학 독소 공급량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낮았고,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흡연자는 호흡기 증상과 폐 기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원인 불명확한 전자담배 사망 사건인 'EVALI'

미국 CDC는 전자담배 사망 사건을 'EVALI(e-cigarette, or vaping, product use associated lung injury)'로 명칭 하면서 EVALI 환자 관련 데이터를 설명하고 초기 권고사항을 11일 발표했다

CDC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미국 49주에서 1299건이 보고됐다. 

이 중 21주에서 26건의 사망 사건이 나타났다(사망자 평균 나이 49세, 범위 17~75세).

전체 환자의 성별, 나이에 대한 정보가 보고된 1043명 중 70%는 남성, 평균 나이는 24세(13~75세)였다. 80%는 35세 이상, 15%는 18세 이하였다. 

전자담배 혹은 베이핑 제품의 물질 관련, 환자 76%는 THC를 담은 제품을 사용했고, 58%는 니코틴을 사용했다. THC 물질만(exclusive)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환자는 32%,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환자는 13%였다. 

CDC는 "현재까지 부상의 원인으로 단일 화합물이나 성분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원인이 두 가지 이상일 수 있다"면서 "데이터를 따르면 THC 함유 제품이 EVALI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EVALI 발생을 일으키는 특정 화학 물질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니코틴 함유 제품은 여전히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Siegel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질병통제예방센터(FDA, CDC)가 내린 경고는 니코틴과 THC 베이핑을 묶어 발표해 너무 일반적이고 애매해 혼동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 암시장 THC 카트리지와 같은 주요 원인에 대해 대중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내 보건당국 '사용 자제' 권고에 엇갈린 전문가 입장

14일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의심 환자 국내 첫 발생한 가운데 한국 보건복지부의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에 대한 전문가 입장이 갈렸다. 

미국 UCSF 흡연 규제 연구·교육 센터 Stanton Glantz 센터장은 7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복지부의 권고를 '신중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아이코스, 글로를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의 일시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Glantz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는 신중한 조치다"면서 "이어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Korea)의 글로(glo)을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을 일시 판매 중지하고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아이코스(IQOS) 같은 제품을 밀접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Siegel 교수는 복지부 권고에 대해 "비흡연자는 전자담배 사용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흡연자가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하는 것이면 연초로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전자담배 판매 중지가 아닌 암시장 제품의 제조업체 및 유통 채널을 식별하고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이런 제품들을 판매 중지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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