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다중오믹스 분석 후 엄브렐러 임상시험 진행 
진행성 위암 환자 생존기간 증가 확인..."맞춤형 암 치료 활성화될 것"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김승태 교수,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 병리과 김경미 교수, 혈액종양내과 강원기 교수)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김승태 교수,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 병리과 김경미 교수, 혈액종양내과 강원기 교수)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전체 분석 기반 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환자 유전체 특성에 따른 개인맞춤형 암 치료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지연·김승태·강원기 교수(혈액종양내과), 김경미 교수(병리과), 이혁 교수(소화기내과) 공동 연구팀이 전이성 위암 환자의 유전체 기반 개인 맞춤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15일 전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암학회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 최근호를 통해 발표된 데 이어, 올해 9월 네이처(Nature) 온라인 뉴스에서 선정한 혁신적 연구성과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암 정복 의지를 담아 빅토리(VIKTORY, targeted agent eValuation In gastric cancer basket KORea)로 연구 이름을 정하고, 2014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차 항암화학요법을 마친 전이성 위암 환자 77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단백질체 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다중오믹스 방식으로 환자를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정확하게 짚어 내기 위해 엄브렐러 임상시험(Umbrella trial)으로 약물을 선정했다. 

엄브렐러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어떤 약이 효과 있을지 수많은 후보 약물을 한 번에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 715명을 대상으로 미리 정한 8가지 바이오마커에 부합하는 환자들을 추렸다. 

RAS, TP53, PIK3CA 등 현재까지 보고된 암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 등에 따라 선별된 105명에게는 해당 바이오마커에 맞는 약물을 투여했다. 

나머지 환자 중 2차 치료가 필요하거나 가능한 317명에게는 기존 치료법 대로 약물을 투여한 뒤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두 그룹 간 생존율은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이나 성별, 전이 된 장기 개수 등을 모두 반영하고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치료법 대로 2차 치료까지 마친 환자 그룹의 중앙 생존값은 6.9개월로 집계됐다. 바이오마커에 따라 치료 받은 그룹은 9.8개월로 약 3개월 더 길었다. 

무진행생존기간 또한 바이오마커 치료 그룹이 더 길었다. 

바이오마커 치료 그룹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7개월로, 기존 치료법 그룹은 3.8개월이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없던 위암에 대해서도 치료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바이오마커 그룹 환자 중 일부에서 치료 후 면역항암제 치료 대상 기준인 PD-L1 단백질의 발현율 증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 총괄 이지연 교수는 “유전체, 면역 염색, RNA 시퀀싱 등 원스톱으로 여러 암 표지자를 한 번에 분석해 얻은 값을 토대로 맞춤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며 “국내 의료진의 힘으로 국내 병원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고 설명했다. 

유전체 분석 총괄 김경미 교수는 “위암은 매우 복잡한 암으로 다양한 분석 기법이 동원되어야 환자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더욱 정확하고 정밀한 환자 개인별 암 분석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구팀은 전이성 위암에서 유전체 분석과 면역치료 퍼즐을 맞춰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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