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빠진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넘어야 할 허들 산더미'
미로에 빠진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넘어야 할 허들 산더미'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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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제도 개선 연구 보고회 개최…인증절차 수립 및 관리주체 역할 문제 등 존재
일부 학회 임의시행 허술한 유사세부전문의도 골치…의학회 차원 개선안 찾기 쉽지 않아
지속 가능한 제도 시행 목표로 도입 및 퇴출 절차 세부적 기준 마련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대한의학회는 지난 11일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개선 연구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와 도경현 국제이사.
대한의학회는 지난 11일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개선 연구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왼쪽)와 도경현 국제이사.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의 방향성과 기틀을 짚고 가야 할 시점이 됐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제도가 시작될 때 첫 의미를 되새김과 동시에 의료계의 자율적 관리로 전문의 위상을 강화하지 않으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 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11일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개선 연구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학회는 현황부터 문제점 및 개선 방안까지 폭넓은 논의 주제로 세부·분과전문의 제도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현재 대한의학회는 내과학회 9개 분과, 소아청소년과학회 8개 분과, 외과학회 5개 분과 총 22개의 분과학회에 분과전문의제도를 인증했고 세부전문의는 수부외과학회, 소아심장학회, 중환자의학회, 외상학회 4곳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한의학회가 관리의 최종 승인자이나 각 개별 학회의 응시자격과 수련내용 등을 다르게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문제는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의 본래 목적인 △전문분야의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의사 양성 △학문(교육, 연구)과 의료기술 발전 공헌 △의사 개인의 자기 발전 도모 △국민보건향상 기여 등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인제의대 내과)는 "세부·분과전문의 제도는 26개 법정과목과 달리 정부와 사회가 전문가 집단에 위임한 자율적 관리제도"라며 "스스로 조절하는 자율적 관리를 통해 전문의 위상을 강화하려면 제도 자체의 질 관리와 성과 평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세부·분과전문의 시행 이후 학문적으로 우수한 전문가가 실제로 양성됐는지, 교육 목적에 따라 운영됐는지, 적절한 수련 지침을 제공했는지 등을 확인할 때라는 것.

하지만 질 관리 및 성과 평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한들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는 게 대한의학회 측의 설명이다.

우선 의학 교육이 기본의학교육(BME), 졸업후의학교육(GME), 평생의학교육(CME)으로 나뉘어 진행됨에 따라 각각의 교육 주체들(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국가시험원, 분과학회 등)이 별도로 운영되는 '연속성의 문제'가 첫 번째 한계다.

염호기 이사는 "앞으로는 의학교육의 다양한 주체가 모여 전체 틀을 놓고 논의를 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변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도입 절차에 제도인증 대상, 전문분야, 전문의 자격, 수련과 자격인정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고 제도인증 필수사항 또한 선언적인 의미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세부·분과전문의의 현황과 수요를 파악하고 법적 표방을 한 후에 활용해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로 각종 정책에 활용하고 있는 아이러니도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다.

세부·분과전문의별 수요와 공급이 달라 인기과목에 편중 지원되고 있는 현상, 전문학회와 분과학회 간의 명칭·영역·수련기간을 둔 이견차이로 인한 갈등도 문제점이다.

염 이사는 "과와 상관 없이 세부·분과전문의 지원자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자격 인정 규정이 까다로운 것에 비해 자격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흡한 (재)인증 절차 보완 시급해
유사 세부전문의의 존재도 아픈 이빨

규정은 수립돼 있으나 구체적인 절차가 없어 현실 적용이 어려운 (재)인증 절차도 보완해야 할 영역으로 꼽혔다.

대한의학회 도경현 국제이사(울산의대 영상의학과)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자격에 대한 공신력 확보를 위해 재인증은 필수적이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식적으로 시행됐다"며 "재인증 심사를 나간 사람도, 심사를 받는 사람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회가 임의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세부전문의 즉, 인증의라 흔히 불리는 인정의의 존재도 의학회 입장에서는 아픈 이빨이다.

의학의 발전과 세분화에 따라 세부 영역에 대한 인증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이들은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의 목적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자격 인증을 받기 위해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한다.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심사 기준(안)

실제 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27개 학회에서 30개가량의 인증의를 운영 중에 있으며, 한 학회는 그 수가 6700여명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학회별로 명칭도 다양하게 사용해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조차 혼동을 겪고 있다.

의학회 이성순 세부·분과전문의제도 인증운영위원(인제의대 내과)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사세부전문의는 교육과 관리제도가 허술하고 타 전공의사의 의료행위를 제한해 업무를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적 수익증대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이 운영위원은 "전문 또는 진료과목인양 표방하거나 학회의 위상 강화 및 세확장의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의학회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심사기준(안)과 재인증 제출서류 및 평가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심사 기준은 크게 '규정 및 위원회 체계', '수련기관관리체계', '연수교육관리체계', '자격인정 및 갱신관리체계' 등 4가지로 △위원회 구성 현황 △수련병원 현황 △연수교육 기관 현황 △연수교육 결과보고 △자격인정시험 시행 및 배출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의학회 정지태 감사(고려의대 소아청소년과)는 "왜 안하던 것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세부·분과전문의 제도는 자율 시스템"이라며 "자율 시스템이 국가 관리 시스템보다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요구할 것이 있을 때 당당히 전문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이성순 세부분과전문의제도 인증운영위원(왼쪽)과 정지태 감사.
대한의학회 이성순 세부분과전문의제도 인증운영위원(왼쪽)과 정지태 감사.

정 감사는 "자체적으로 세부·분과전문의를 철저히 관리하는 학회도 있고, 세부·분과전문의 없이도 운영이 잘되는 학회 또한 있다"며 "그런 학회들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벤치마킹하고 도저히 운영이 되지 않으면 학회 스스로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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