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윤상선 교수팀, 장내 미생물 균주 감염 저항성 기전 보고
생쥐에 클리다마이신 처리 후 콜레라균 감염 여부로 입증
감염억제 능력 보이는 공생 미생물 특정해 감염 저항성 존재 밝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윤상선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윤상선 교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여러 가지 항생제를 투여해도 저항성을 갖춰 살아남는 '다제성 내성균'이 의료계에 우려를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장내(腸內)에 존재하는 유용한 공생 미생물을 이용해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물리칠 수 있음을 밝혀 화제다.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감염대응전략 수립에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연세의대 미생물학교실 윤상선 교수팀은 생쥐에서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를 찾아낸 후, 균주가 감염 저항성을 갖게 된 기전을 최근 규명해 학계에 보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람과 달리 콜레라균에 잘 감염되지 않는 정상 생쥐라도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이라는 항생제를 처리하면 콜레라균에 취약해짐에 주목해 설계됐다.

연구팀은 생쥐들을 무작위로 분류해 클린다마이신 처리를 시행한 실험군과 처리를 하지 않은 대조군으로 분류한 뒤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클린다마이신 처리가 된 대조군 생쥐들은 정상적인 생쥐가 지닌 미생물 균총이 완전히 변화됨으로써 콜레라균에 감염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은 콜레라균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생쥐 내장에서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에 속하는 미생물 종들이 사라짐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미생물 균총의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미생물 균총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 사이 상관관계 검증을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연구팀은 클린다마이신 처리를 통해 생쥐 장내미생물균총에 변화가 두드러진 개체들로부터 균을 분리동정해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라는 균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생쥐 장내에 존재하면서 콜레라 감염에 저항성을 갖게 하는 균주임을 밝혀내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 균을 이식하고 콜레라균에 노출 시킨 것이다. 

그 결과, 무균 생쥐보다 훨씬 더 높은 감염 저항성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 균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염억제 기전을 가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생쥐 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산물(metabolite)도 분석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 균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쥐 장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 많았으나, 클린다마이신 때문에 사라지면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아미노 당, N-acetyl amino sugars)들이 높은 농도로 존재함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 윤상선 교수는 "장내미생물균총 분포가 병원성 세균 감염 저항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며 "이번 연구로 감염억제 능력을 보이는 공생미생물인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특정해 감염 저항성이 존재함을 밝힌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연구결과가 공생 미생물을 활용해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은 감염 치료 전략 수립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전문학술지인 'Microbiome' 최근호에 '장내미생물균총 분포에 따른 장내 콜레라균 감염 저항성 제어(Commensal-derived metabolites govern Vibrio cholerae pathogenesis in host intestine)'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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