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병원 김신곤 교수팀, 국가 기반 빅데이터 연구 'ECLIPSE-REAL' 결과 발표
대사증후군 환자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로 심혈관질환 위험 26%↓
김신곤 교수 "중성지방 낮추는 페노피브레이트 저평가돼…아시아 데이터에서 효과 입증"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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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타틴에 가려졌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페노피브레이트'의 유효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를 토대로 대사증후군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한 군이 스타틴만 복용한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26% 더 얻을 수 있었다.

페노피브레이트는 앞서 서양에서 진행된 두 가지 대규모 무작위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계기로 페노피브레이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임상에서 처방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팀(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김남훈 교수, 의학통계학과 이준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이 진행한 'ECLIPSE-REAL' 연구 결과는 BMJ 지난달 27일자에 실렸다(BMJ 2019 Sep 27;366:l5125).

저HDL-C·고TG군, 페노피브레이트 병용하면 CVD 36%↓

연구팀은 2002~2015년 건보공단 건강검진 코호트에서 스타틴을 복용 중인 40세 이상의 대사증후군 환자 2만 9771명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들 중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군(페노피브레이트군) 2156명과 스타틴만 복용한 군(스타틴군) 8549명을 1:5 성향점수매칭했다.

환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는 9.2%(985명), 제2형 당뇨병 환자는 37.8%(4046명)를 차지했다. 등록 당시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0.88mmol/L(34mg/dL) 미만으로 낮았던 환자는 8.3%(891명)였고, 중성지방이 2.3mmol/L(204mg/dL) 이상인 고중성지방혈증 환자는 52.4%(5604명)였다. 

1차 종료점으로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의 심혈관사건을 종합해 평가했다. 

평균 29.7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페노피브레이트군이 스타틴군 대비 26% 낮았다(HR 0.74; P=0.01). 1000인년당 발생률은 페노피브레이트군 17.7명, 스타틴군 22명이었다.

주목해야 할 결과는 HDL-콜레스테롤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군의 하위분석 결과다. 이들에게서 페노피브레이트군의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스타틴군보다 36% 유의하게 낮았던 것(HR 0.64; P=0.005).

스타틴은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20~30% 낮출 수 있지만, 개선하지 못하는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도(residual cardiovascular risk)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잔여 위험도 문제를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에 작용하는 페노피브레이트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성지방 낮추는 페노피브레이트, 왜 저평가됐나?

이번 연구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인 FIELD 연구와 ACCORD-Lipid 연구 결과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포함된 ACCORD-Lipid 연구는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N Engl J Med 2010;362(17):1563-1574).

앞서 진행된 FIELD 연구 역시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았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Lancet 2005;366:1849-1861). 두 연구로 인해 페노피브레이트의 유효성은 저평가됐던 상황.

그러나 페노피브레이트는 혈중 중성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즉 높은 중성지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FIELD 연구와 ACCORD-Lipid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FIELD 연구의 등록 당시 중성지방(중앙값)은 1.73mmol/L, ACCORD-Lipid 연구는 1.83mmol/L다. 이번 연구의 등록 당시 중성지방은 2.3mmol/L인 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국가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희귀질환 임상시험 활성화 플랫폼 구축' 연구 책임자 김신곤 교수(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김신곤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FIELD 연구와 ACCORD-Lipid 연구 환자군의 등록 당시 중성지방 수치는 약 160mg/dL이다. 중성지방이 낮은, 일반적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본 것"이라며 "이 정도 중성지방 수치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 가지 대규모 연구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페노피브레이트는 중성지방이 높거나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 대한 두 연구의 하위분석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FIELD 연구의 경우, HDL-콜레스테롤이 낮고(남성: 1.03mmol/L 미만; 여성: 1.29mmol/L 미만) 중성지방이 2.3mmol/L 초과한 대사증후군 환자는 페노피브레이트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27% 낮출 수 있었다(Curr Cardiol Rev 2010;6(2):112-118).

ACCORD-Lipid 연구도 HDL-콜레스테롤이 0.88mmol/L 미만, 중성지방이 2.3mmol/L 이상인 환자군에서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에 따른 추가적인 심혈관 혜택이 확인됐다.

"아시아에서 효과 입증…'ACCORD-Asia'로 평가 받아"

우리나라는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높은 이상지질혈증 유병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 국내 대사증후군 환자는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으로 심혈관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중성지방을 제거하는 유전자의 다형성(polymorphism)으로 인해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 이 때문에 국내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다면 페노피브레이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의 혜택이 조금 더 컸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서양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페노피브레이트의 유효성을 검증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이 연구에 대해 검토자(reviewer)가 'ACCORD-Asia'라고 말했다"면서 "서양에서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데이터를 이용해 페노피브레이트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이같이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페노피브레이트 처방이 활발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게 김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국내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처방되는 치료제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라며 "이와 달리 오메가-3는 페노피브레이트보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처방되고 있다. 페노피브레이트가 오메가-3보다 처방률이 낮은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페노피브레이트는 스타틴에 가려져 그동안 음지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페노피브레이트의 유효성이 확인된 만큼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페노피브레이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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