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연구원발 스핀오프 바람...혁신신약 기술투자 '속도전'
유한양행·일동제약·동아에스티 등 국내사 이미 동참...'선택과 집중'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연구개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핀오프(Spin-off)가 그 중심에 서고 있다. 

스핀오프는 자회사나 관계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이전하거나, 한 제약사 출신이 만든 바이오벤처에 투자, 또는 병원·연구원에서 참여한 프로젝트가 기반이 돼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식 등이 주를 이룬다. 

병원·연구원 스핀오프 '붐'

최근 병원과 연구원에서 참여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스핀오프한 바이오벤처들이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표격은 웰마커바이오다. 웰마커바이오는 서울아산병원 1호 스핀오프 기업으로, 울산의대 진동훈 교수(융합의학과)가 설립한 혁신형 항암제 개발 벤처다.

웰마커바이오는 암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효과가 있는 항암제를 선별하는 형태로, 현재 5종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능성을 입증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유전체 정보분석 전문인 스핀오프 기업 지니너스는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박웅양 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니너스는 유전자 분석 후 환자에게 맞는 건강관리법 등을 확인하는 헬스스캔과 암 조직을 분석해 세포별 특징을 확인하는 캔서스캔, 암 환자 혈액으로 각종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액체생검인 리퀴드스캔 등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스핀아웃 기업인 박셀바이오는 화순전남대병원 이제중 교수(혈액종양내과)가 대표를 맡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진행성 간암을 비롯해 여러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는 자가유래 NK세포(자연살해세포) 치료제와 혈액암 및 다발성골수종에 적용 가능한 수지상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박셀바이오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가천대길병원에서 스핀오프 된 이뮤노포지는 항암제와 근감소증 치료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이나 국가 연구기관의 스핀오프도 한창이다. 

실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스핀오프된 항체신약 전문기업 파멥신은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국공립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의 스핀오프 기업 제놉시는 혈액이나 소변 등 소량의 체액으로 암 유전자를 검출하는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 중이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암 진단이 1시간 이내에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한·동아·일동, 국내 제약사도 스핀오프 주목

국내 제약업계도 스핀오프를 이용한 연구개발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하나의 제약기업이 모든 신약 파이프라인을 관리할 수 없는 만큼 특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우선 유한양행은 아임뉴런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다양한 약물과 결합 가능한 뇌혈관장벽(BBB) 투과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과 약물의 뇌혈관장벽 투과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인비보(in vivo) 라이브 이미징 기술을 갖고 있는 아임뉴런의 김한주 대표는 유한양행 R&D 전략팀장 출신이다. 

큐오라클은 동아에스티의 의약품 연구개발 자회사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3분기 대사질환 의약품 개발을 위해 100% 출자 자회사로 큐오라클을 설립했다. 

동아에스티는 보유 중인 대사내분비 질환 관련 신약 파이프라인 2건을 큐오라클에 현물출자하고, 큐오라클의 신주 633만 4320주를 배정받는 형태다. 

큐오라클이 보유하게 된 2건의 파이프라인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DA-1241(GPR119 Agonist)과 비만 및 당뇨 치료제 DA-1726(Oxyntomojulin Analogue)다. 현재 DA-1241은 미국 임상 1b상을, DA-1726은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관계사인 바이오벤처 아이디언스를 설립, 이 회사에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IDX-1197을 양도했다.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인 아이디언스는 지난 5월 일동홀딩스가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IDX-1197은 PARP 저해제로, 일동제약 중앙연구소가 자체개발한 항암제 중 임상단계에 진입한 첫 작품이다. 
난소암,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등 치료제로 개발될 IDX-1197은 권리 이전에 따라 아이디언스가 개발과 기술수출을 담당하게 된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기업 출신의 경력직 창업자 또는 대학 교수가 창업하고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며 "벤처캐피탈 투자 자금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생태계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