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신형주 기자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위장약 중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최초로 밝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라니티딘 성분에 대한 회수 및 판매중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FDA는 현재 모든 라니티딘 의약품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장하지 않지만 다른 의약품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식약처의 이번 라니티딘 성분 시장퇴출 결정은 지난 발사르탄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식약처의 대응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식약처의 대응이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사르탄의 경우, 1차 고혈압 약제 원료의약품으로 환자들이 장기 복용을 하기 때문에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이 높지만, 라니티딘의 경우 소염진통을 위한 보조적 약제로서, 단기처방이 이뤄져 국민들이 발암 물질에 노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 단체인 의료계에서는 NDMA 검출 기준인 0.16ppm은 1일 최대 복용량 600mg을 환자가 70년을 복용해야 암에 걸릴 수 있어 국민들이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흡연이 더 해롭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특히,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권한만 있지, 의약품 회수 및 판매 중지, 위해정보 발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발사르탄 사태 이후 식약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제약업계에 각 제약사들의 주력 의약품에 대한 원료의약품 성분 샘플조사 요청이나, 모니터링 주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의 회수, 판매 중지만 결정했을 뿐, 뒷 수습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약국가에게 떠넘겨 책임있는 정부 기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발사르탄과 라미티딘 사태로 재처방, 재조제로 의료계와 약국는 밀려드는 환자의 민원을 해결하기 바쁘고, 복지부는 의료계와 약국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한 발 물러나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병원 한 원장은 "발사르탄 사태 당시 사태 수습은 의료계와 약국가, 복지부가 다 했다"며 "식약처는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국민들은 의약품을 구매, 처방받을 때 식약처가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복용하고 있다"며 "그런 신뢰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근 라미티딘 성분에 대한 발암물질이 발견돼 정부와 의료계가 비공식 긴급회의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식약처는 라미티딘이 보험등재된 약이기 때문에 회수와 관련해 식약처에서 할 일이 없으니 복지부가 알아서 하기 바란다는 취지로 책임을 떠넘겨 복지부와 설전을 벌였다는 후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와 책임를 담당하기 위해 복지부 산하 '식약청'에서 독립된 기관인 '식약처'로 승격됐다.

그야말로 의약품과 식품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인 것이다.

독립된 부처로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을 통한 허가권한을 가진 식약처라면 국민 건강에 위해 우려가 있는 의약품에 대한 회수 및 판매 중지 결정 권한과 함께 그에 맞는 수습 프로세스와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안전성 정보만 제공하기 위한 기관이라면 식약'청'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발사르탄 사태, 인보사 사태, 라미티딘 사태까지 식약처는 무책임만 보여줬다. 그렇다고 사과도 없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로 식약'처'가 '청'이 아닌 '처'로서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무게감을 느끼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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