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불승인에 대한 입장문 26일 발표
"생명 위협받는 상황에서 동료 안전 먼저 생각…의사자 지정으로 오래 추모할 수 있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故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 불승인을 두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가 유감을 표하며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살린 임세원 교수는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돼야 한다"며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2019년 제3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심사한 끝에 임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학회는 "우리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이야기해야 합니까?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무시하고 본인의 생명만을 우선 챙기라고 해야 할까요? 승객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탈출하는 침몰선의 선장처럼 자신만 탈출하라고 해야 할까요? 희생을 인정받기 위해, 의사로서 칼을 든 피의자와 목숨을 건 몸싸움을 해야만 희생과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입장문을 통해 격양된 감정을 표출했다. 

학회에 따르면, 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가방에 칼을 숨기고 예고 없이 병원을 찾은 피의자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그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회는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임 교수는 방을 나오면서 간호사가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피했다"며 "본인의 안전을 우선 생각하여 계속 뛰지 않고 멈춰 뒤를 돌아보아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했다. 또 멈춰서 다른 간호사에게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리는 피의자가 간호사를 해치는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임 교수를 쫓게 한 신호가 됐다"면서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타인의 안전을 지키려 한 이 찰나의 행동이 생사를 갈랐다"고 피력했다. 

동료 간호사 역시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 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 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은 바 있다.

학회는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 추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원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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