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파글리플로진 심부전 치료 기전, 여전히 '미스터리?'
다파글리플로진 심부전 치료 기전, 여전히 '미스터리?'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9.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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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파글리플로진 이뇨작용으로 치료 혜택 나타났을 가능성 제기
DEFINE-HF 결과, 심부전 바이오마커 'NT-proBNP' 위약과 차이 없어
강석민 교수 "한 가지 기전보단 여러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이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심부전 치료 기전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다.

다파글리플로진 등 SGLT-2 억제제가 삼투성 이뇨를 통해 심부전 환자의 심장 부하를 줄여 심부전 치료 혜택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DEFINE-HF 연구에서 이 같은 가설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DEFINE-HF, 6주·12주 심부전 바이오마커 변화 확인

지난 13~16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미국심부전학회 연례학술대회(HFSA 2019)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이 심부전 바이오마커, 증상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DEFINE-HF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는 발표와 동시에 Circulation 9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DEFINE-HF 연구는 이달 초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에서 첫선을 보인 DAPA-HF 연구에 이어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HFrEF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연구에 모집된 HFrEF 환자 263명은 다파글리플로진 10mg 1일 1회 복용군(다파글리플로진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돼 12주 동안 표준 심부전 치료제와 병행치료를 받았다. 

1차 평가 종료점은 △평균 NT-proBNP △캔자스 대학 심근병증 설문지(KCCQ)로 평가한 심부전 관련 건강 상태가 5점 이상 증가했거나 NT-proBNP가 2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 등으로 설정했다. 

연구에서 확인한 NT-proBNP는 약해진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방출되는 호르몬이다. 심부전이 발병한 경우 체액량이 늘어나면서 심근벽이 팽창하고, 이때 자극으로 호르몬 전구물질인 proBNP가 BNP 또는 NT-proBNP로 분리된다. 

즉 NT-proBNP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다면 심장기능이 손상된 심부전 환자라고 진단 내리며, NT-proBNP 변화로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6주와 12주째 평균 NT-proBNP 수치를 확인한 결과, 다파글리플로진군과 위약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각각 1133pg/dL vs 1191pg/dL; P=0.43).

다만 KCCQ 점수가 개선됐거나 NT-proBNP가 2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다파글리플로진군이 61.5%로 위약군(50.4%)보다 많았다. 이를 통해 다파글리플로진이 HFrEF 환자의 증상 또는 삶의 질 등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혜택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뇨작용'만으로 심부전 치료 혜택 설명하기 어렵다?

SGLT-2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결과는 평균 NT-proBNP 수치다. 심부전 환자는 이뇨제를 복용하면 체내 과다한 수분과 염분이 제거돼 심장 부담이 줄고 NT-proBNP 수치가 떨어진다. 즉 이뇨제가 심부전 환자의 울혈 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다파글리플로진 등 SGLT-2 억제제는 이뇨작용을 통해 혈압이 조절되고 혈관 내 용적이 감소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이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DEFINE-HF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군과 위약군의 평균 NT-proBNP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다파글리플로진의 이뇨작용에 따른 울혈제거(decongestion)만으로 심부전 치료 효과를 설명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HFSA 2019에 참석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John Teerlink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고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촉진해 혈당을 낮춘다. 이 때문에 다파글리플로진이 단순히 '값비싼 이뇨제(expensive diuretic)'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이 가설이 맞는다면 다파글리플로진 치료 후 NT-proBNP가 줄어야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군의 NT-proBNP는 위약군과 비교해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DEFINE-HF 연구를 진행한 미국 성루크 중미심장연구소 Mikhail Kosiborod 교수는 "다파글리플로진이 단순 이뇨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데이터에서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며 "다파글리플로진은 이뇨작용 외에도 다른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억제했을 가능성 낮아

현재로써 다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치료 기전이 명확하지 않지만, 다파글리플로진이 혈당을 낮춰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을 억제해 치료 혜택이 나타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의 EMPA-REG OUTCOME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강력한 혈당 조절에 따른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예방 효과는 추적관찰이 약 10년간 이뤄졌을 때 나타났다(N Engl J Med 2015;372(23):2197-2206). 이는 SGLT-2 억제제로 죽상동맥경화증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DAPA-HF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치료 초기부터 다파글리플로진 치료군과 위약군간 차이가 벌어진다. 게다가 다파글리플로진의 치료 혜택은 당화혈색소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확인됐다. 즉 다파글리플로진이 혈당을 조절해 항죽상동맥경화 효과를 보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혈당 및 혈압 조절·이뇨 효과 등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

이에 학계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치료 혜택을 한 가지 기전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심장내과)는 "SGLT-억제제의 심부전 치료 효과는 명확한 한 가지 기전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기보단, 혈당 조절, 혈압 감소, 이뇨 효과, 신장 보호 등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 "치료 기전을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고, 여러 효과가 함께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파글리플로진 등 SGLT-2 억제제가 케톤체(ketone body) 사용을 늘려 심장 부담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SGLT-2 억제제는 체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케톤체 이용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심근이나 신장에 치료 혜택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근의 산소 소모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케톤체를 생성해 심장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학계에서는 이 같은 기전으로 인해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치료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SGLT-2 억제제가 신장을 보호하면서 심장과 신장 기능이 안정화돼 혜택이 나타났을 것"고 밝혔다.

한편 다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치료 혜택이 다른 SGLT-2 억제제에서도 확인될지 또는 심부전 표현형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SGLT-2 억제제 임상시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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