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전에도 건보공단은 특사경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반드시 특사경을 도입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넘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실제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도입을 반대하는 측을 설득하기 위해 최근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특사경 추천권을 복지부장관으로 조정하고 수사심의회를 운영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며 평소보다 한층 낮은 자세를 취했다. 건보공단이 특사경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만 하던 과거 모습에서 탈피, 국민적 동의와 의·약계 동의를 얻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이 같은 전략에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설문조사의 구성이 자칫 특정 의도를 갖고 진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첫 번째 아쉬움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행정조사를 받은 기관이 무혐의로 판정됐을 때 이에 대한 보상책 마련에는 아직까지 소극적인 건보공단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사무장병원과 건보공단 특사경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번 설문조사는 남녀노소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10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첫 질문은 '사무장병원이 불법적으로 개설된 병원인지를 알고 있냐'고 묻는 내용인데 절반 이상인 61.9%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아쉬운 점은 이후 질문부터인데,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폐해와 현 제도의 한계점을 일부 설명해주고 일각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주로 동의하는지 물어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같은 형식의 질문은 후반부에서 '건보공단 특사경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로 귀결됐고, 무려 81.3%가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얼핏 보면 국민 80% 이상이 건보공단 특사경에 동의한다는 깔끔한(?) 결과가 나온 설문조사 같지만, 기껏 설문 초반부에서 사무장병원은 '불법이다, 나쁘다, 폐해가 많다, 현재 제도로 단속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은 국민이 반대 의견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

물론, 건보공단은 이번 대국민 여론조사의 객관성을 최대한 높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신력 있는 외부 조사기관에 설문을 의뢰하고 문항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여론조사들은 첫 질문에서 특정 사안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은 후 추가 질문들이 구성되고, 내용을 모르는 국민에게는 간략한 설명으로 이해도를 높인 후 다음 설문이 진행된다.

이번 설문조사도 이 같은 형태를 통상적으로 따라갔을 뿐, 특별한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사무장병원 의심기관 조사 이후 무혐의로 밝혀지면 그동안 폐업까지 몰려 있던 해당 기관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을 명쾌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특사경 도입 의지에 매몰돼 건보공단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적발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하면 형사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급보류된 요양급여비용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상하고 있다. 여기서 이자는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 연 2.1%(2019년 기준)와 동일하다.

무혐의를 받기 전까지 사실상 폐업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의료기관들의 리스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결정 처분에 이의가 있을 경우 행정소송 판결 전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추가 보상방안 마련에 선을 긋고 있는 건보공단이지만 이는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재정누수를 차단하고 건전한 의료기관의 수익증대 및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를 더욱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불법의료기관 척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특사경이라고 외치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심각한 오류는 없다.

단지, 반대하는 측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건보공단 스스로가 일각의 오해와 비판이 없도록 조금 더 치밀하게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사무장병원 그리고 특사경법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이슈는 건보공단에게도, 의·약계에도 무척 민감한 사안이다.

쉽게 도입될 특사경이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을 건보공단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혹시라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던 부분이 단 1%도 없었는지 돌아봄과 동시에 지금보다 더 세심하고 빈틈없는 논리로 국민과 의·약계 모두를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위기는 어떻게 변화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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