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상센터, 미국외과학회외상위원회 검증·TQIP·PIPS 등 통해 체계적 질 관리
국가외상데이터뱅크, 외상환자 의료이용 등 정보 수집·관리해 매년 보고서 발간
국내는 그간 외상센터 설립 등 인프라에만 집중…인력양성·이송체계·질관리 미흡
평가체계·데이터 관리 개선해야…KTDB가 수집한 데이터 폭넓은 활용 모색도 필요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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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우리나라 외상시스템도 미국처럼 인력 양성, 이송 체계, 질 관리 등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외상센터 설립 등 인프라 확보 측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외상센터의 평가체계와 데이터 관리,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를 밟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연구부 서은원 주임연구원은 최근 'HIRA 해외정책 동향'을 통해 미국 외상 시스템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하고 국내 상황과 비교했다.
 

ACS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 외상 진료 시스템 구축

서은원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래 전부터 외상환자 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국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Surgeons, ACS)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외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ACS는 1913년 설립된 조직으로, 외상을 중요한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1950년 미국외과학회 외상위원회(American College of Surgeons Committee on Trauma, ACS-COT)로 명칭을 바꾼 후 외과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외상 진료의 표준화를 꾀했다.

ACS는 지역 단위의 EMS(Emergency Medical Services) 및 911 시스템 개발, 교육프로그램 설정, 외상센터 기준 마련, 외상 데이터베이스 확보 등의 활동을 했다.

특히, 1976년에 외상센터의 목표, 역할, 기준, 예방, 병원 전 단계, 치료, 재활, 연구를 모두 포함하는 외상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담아 발간한 'Optimal Hospital Resources for the Injured Patient'는 현재까지도 외상시스템 및 외상센터의 가이드북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 정부 지정·ACS-COT 검증 4개 등급 외상센터 분류 

미국은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해 외상센터 및 소아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있으나, 주마다 등급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ACS-COT는 각 외상센터가 지정된 수준에 맞는 자원, 진료절차, 지속적인 성과 향상과 관련된 200개 이상의 기준을 충족했는지 검증한 후 검증 결과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분류해 지정한다.
 

자료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등급 외상센터는 주로 대도시에 위치해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고 다양한 진료과의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으며 2등급 외상센터는 임상적인 의료 수준은 동일하나 일정 환자 수, 교육, 연구 등 추가적인 역할에서 1등급과 차이가 난다.

3등급은 외상환자의 초기 처치를 담당,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1·2등급으로 전원하는 역할을 하고 4등급은 주로 의료 취약지 및 외곽 지역에서 외상환자를 돌본다.

2019년 2월 기준 ACS-COT의 검증을 받은 성인 외상센터는 총 680개이며 소아 외상센터 또한 113개가 존재한다.
 

ACS-COT가 3년 주기로 질 관리
검토·조언·성과향상시스템 등 다양

미국의 외상센터는 ACS-COT가 직접 3년 주기로 검증하고 질 관리에 나선다.

질 관리 프로그램은 △외상센터 검증·검토·조언 프로그램(Verification·Review·Consultation, VRC) △외상 질 향상 프로그램(Trauma Quality Improvement Program, TQIP) △성과 향상 및 환자 안전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and Patient Safety, PIPS) 등 다양하다.

우선 VRC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상센터들은 각 센터 현장에서 동료심사팀에 의해 보유 자원, 진료실적, 성과 등이 평가된 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조언 및 검토가 이뤄진다.

외상센터 검증은 각 센터가 지정된 등급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자원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기준은 검증 당시 반드시 충족해야하는 Type1 기준과 충족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Type2 기준이 있다. 

이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검증 결과는 승인, 미승인, 1년 가승인으로 결정된다.

검토는 전문가들이 외상센터 검증 후 해당 센터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조언은 검증을 통해 ACS-COT의 승인을 받으려는 외상센터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검증과 유사한 절차로 실시된다.

자료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TQIP는 수집된 외상센터의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도를 보정한 표준화된 결과 값을 피드백 보고서로 제공해 센터 스스로 지속적인 질 관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ACS-COT의 승인을 받은 외상센터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하며 각 외상센터의 데이터를 보정한 값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다른 센터와의 객관적 성과비교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끝으로 PIPS는 외상센터 내 인력, 병원 전단계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외상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외상 관련 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시스템이다.

이 또한 ACS-COT의 승인을 받은 센터는 반드시 실시해야 하고, PIPS에서 검토하는 주요 내용은 △외상 사망 사례 △외상환자 발생 시 외과의사의 응급실 도착 시간 △외상팀 활성화 정도 △환자분류사례 △비외과적 치료 외상환자 사례 △전원 및 수술 지연 사례 등이다.

검토의 수준은 사례의 특성과 자료에 따라 결정되는데, 외상프로그램 매니저의 1차 검토에서부터 외상센터장 및 의사들의 2차 검토, 다학제적 외상 동료 심사 위원회의 3차 검토, 외부 동료심사의 4차 검토까지 이뤄진다.

검토 후에는 치료의 적절성과 타임라인에 기반해 결과 향상의 기회가 있었는지를 판단, 결과 향상의 기회가 있었다면 추후 유사한 사례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시정 조치 및 문서화 기록이 진행된다.
 

국가 외상 데이터뱅크 활용한 외상연구 활동도 활발

미국은 1973년 지역사회 및 정책결정자들에게 외상환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외상 데이터 뱅크(National Trauma Data Bank, NTDB)'를 구축하고 '국가 외상 데이터 표준(National Trauma Data Standard, NTDS)'에 따라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다.

NTDB 참여는 질 관리 활동에 필수적이기도 해 많은 외상센터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환자의 성·연령·지역 등의 인구학적 정보, 손상 정보, 병원전단계 정보, 의료기관 정보, 진단 및 수술 정보, 결과 정보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NTDB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 정책결정자들에게 근거를 제공하고 병원별 맞춤 보고서 및 연구용 자료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서은원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주 정부 및 지역사회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외상환자의 이송, 치료, 재활, 예방 등 모든 단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은 인력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과 데이터 및 질 관리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며 "최근에는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 0%를 목표로 군과 민간이 협력한 모델을 만드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국내 외상센터 평가체계·데이터 관리 개선해야
외상 관련 연구 활성화 위한 적극적 지원도 필수

우리나라는 2012년 권역외상센터 설치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현재 13개 권역 외상센터가 개소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간 외상센터 설립 등 인프라 확보에만 집중해 미국과 같은 체계적인 교육·질관리·평가 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게 서 연구원의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외상 인력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이 우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우리나라는 외상 인력에 대한 교육 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고 각 외상센터에 일정 금액의 교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외상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아울러 외상센터의 평가체계와 데이터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서 연구원은 "매년 외상센터 평가를 하고 있으나 의료자원 등 물리적인 측면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고, 국가외상등록체계(KTDB)에서 외상 데이터를 수집하나 공개를 하지 않아 폭넓은 활용이 어렵다"며 "미국처럼 공개된 데이터로 센터마다 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타 기관과 비교함으로써 센터 스스로 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외상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외상환자를 적정 의료기관에서 적시에 치료해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며 "권역외상센터, 병원전단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유기적인 협력 아래 정부가 현장, 이송, 치료, 재활, 예방 등 모든 단계가 체계적으로 뒷받침 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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