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이현주 기자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지난해 불안에 떨게했던 발암 가능 항고혈압제 '발사르탄 사태'가 재연되는 걸까. 

미국식품의약국(FDA)발 위궤양 치료제 잔탁(성분 라니티딘)의 안전성 검증 소식이 추석 연휴기간에 날아들었다. 잔탁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돼 있다는 내용이다. 

NDMA는 작년 발사르탄 성분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물질로, WHO 국제 암연구기관(IARC)에서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상황은 같지만 식약처의 대처 방식이 발사르탄 때와 사뭇 다르다.

작년의 식약처는 82개사의 219품목의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 판매중지를 결정했다.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후 해당 의약품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해당 제품에서 NDMA 검출량 및 위해성이 확인된 바 없으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차원의 조치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라니티딘의 경우, FDA의 발표 하루 뒤인 15일 식약처는 잔탁의 수거 검사를 진행했다. 해외정보에서 잔탁을 언급하고 있어 오리지널 제품과 주성분 원료를 우선 검사했고,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잔탁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회수 등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발사르탄 학습효과가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식약처는 해외 규제기관과 비교해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며 뭇매를 맞았다. 특히 NDMA 시험법 조차 확립돼 있지 않아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에 식약처는 NDMA와 NDEA 동시검사법을 마련했다. 이번 잔탁 사태에서 식약처는 NDMA 검사법을 통해 하루만에 '불검출' 검사결과를 내놨다.

물론 FDA가 라니티딘 성분에서 검출한 NDMA 양이 일반적인 식품에서 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을 상회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위기감도 적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내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 규모는 2664억원으로 전체 위장약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수거·검사한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제조소 1곳 외에 추가로 10곳의 제조소가 더 있다. 원료의약품을 우선 검사한 후에는 완제의약품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또다시 식약처를 향한다. 발사르탄 때와 비교하면 대처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덧붙이자면, '선 문제 후 해결'이 아닌 식약처에서 추진한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강화'와 '해외제조소 등록제' 등이 제대로 작동해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