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DAPA-HF로 항당뇨병제에서 심부전치료제로 영역 넓혀"
2021년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를 'ACC Asia'로 개최하기로 ACC와 잠정 합의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 세계 심혈관 건강(Global Cardiovascular Health)'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가 닷새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핫 라인 세션에서 처음 베일을 벗은 연구만 27편, 초록 발표까지 포함하면 약 4500편으로, 이번 학술대회는 그야말로 심혈관 관련 연구의 향연이었다.

수많았던 연구 중 가장 이슈가 됐던 연구는 무엇일까.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의 임상 3상인 DAPA-HF 연구를 꼽았다. 

이와 함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던 사쿠비트릴/발사르탄(제품명 엔트레스토)의 PARAGON-HF 연구도 심장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연구로 지목했다. 

강 총무이사를 만나 ESC 2019에서 발표된 주요 연구들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대한심장학회의 활동 등에 대해 들었다.

- ESC 2019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유럽 심장학계가 주최하는 연례학술대회이지만, 여러 국가의 심장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마치 전 세계 심장학회 학술대회 같았다. 참가자 수만 3만 5000명 이상이었고, 학술대회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 중 DAPA-HF 연구와 PARAGON-HF 연구 그리고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최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임상연구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DAPA-HF 연구가 좋은 결과지를 받아 학계 관심이 더 뜨거웠다. 

DAPA-HF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세션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학회장이 가득 찼고, 학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많은 참가자가 외부에서 이 결과를 지켜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DAPA-HF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HFrEF 환자의 1차 복합 종료점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는 게 굉장히 센세이션하다. 다파글리플로진은 항당뇨병제이지만 심부전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치료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 결과가 발표되기 전 많은 전문가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게 나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결과는 다파글리플로진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사실이다. 심부전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 등의 종료점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hard endpoint에 해당한다. 최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심혈관질환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이 이를 입증한 것이다.

- 심부전치료제인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PARAGON-HF 연구는 1차 종료점 달성에 실패했다. 그 이유를 분석한다면?

PARAGON-HF 연구는 박출률 보전 심부전(HFpE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HFpEF 치료제가 없어 PARAGON-HF 연구에 많은 기대를 했다. 이 연구에 우리나라도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종합해 평가한 1차 종료점 위험을 낮추는 경향만 나타났고 통계적인 유의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1차 종료점 달성에 실패한 이유로 HFpEF 환자가 다양하고 이질적(heterogeneous)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HFpEF는 한 가지 질환으로 정의되지만, 다양한 유형의 환자가 이 질환에 해당된다. 예로 수축기 기능은 괜찮은데 이완기 기능이 약한 HFpEF 환자가 있다.

결국 여러 유형의 환자가 HFpEF로 진단받고 PARAGON-HF 연구에 포함되면서 이번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부정적으로 나왔을 수 있다. 앞으로 이번 연구가 1차 종료점 달성에 실패한 원인을 확인하고자 지역별 또는 국가별, 환자군 특성 등에 대한 여러 하위분석이 진행될 것이다. 그 결과들을 더 지켜봐야 한다.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유럽 심장학계가 '2019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the lower is the better'가 이상지질혈증 치료 개념(concept)임을 보여줬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최대한 낮춰야 하고 한계치가 없다는 의미다.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더 엄격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추고 있기에, 향후 우리나라도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고령 환자가 늘고 심혈관질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 엄격한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강력한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이드라인 변화로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가 기존보다 늘어나게 될지?
그렇다. 특히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친 복합제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에서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보다 50% 이상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타틴을 기반으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추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복합제 처방이 많아질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PCSK9 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도록 했다. '권유'에서 '권고'로 변화를 주면서 앞으로 PCSK9 억제제 처방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학술대회에서 대한심장학회가 국외 학회와 논의한 내용이 있나?

미국심장학회(ACC)와 리더십 미팅을 했다. 학회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시아에서 ESC는 'ESC Asia', ACC는 'ACC Asia'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ACC와 함께 2021년 대구에서 열리는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를 'ACC Asia'로 개최하기로 잠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