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컨디션이 최악의 상태여야 폐이식 우선순위에 해당되는 건 문제
일본, 에크모 사용 환자 폐이식 하지 않아
생존율 높이려면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 필요

최근 병원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폐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2010년 9건이던 폐이식이 올해 7월 현재 90건일 정도로 급속하게 폐이식 수술이 증가하고 있는 것.

전국에서 폐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얘기에 좋은 소식은 우려로 번진다. 전문가들은 병원들이 폐이식에 에너지를 쏟기 전에 병원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또 현재의 폐이식 우선순위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2회에 걸쳐 폐이식 현황과 우선순위 등 폐이식 수술에 필요한 개선점 등에 대해 알아봤다.
 

병원들이 폐이식에 드라이브 걸기 전에 갖춰야 할 것은?(상)
우선순위 등 폐이식 수술에 있어 바꿔야 할 것은?(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이식받을 환자의 중증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현재의 폐이식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은 응급도에 따른다. 응급도는 0~7까지로 응급도 0일 때 이식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폐이식에서 응급도 0은 호흡부전증으로 인공호흡기(Intubation ventilator)를 부착 중인 환자나 체외막형 심폐기를 가동 중인 환자다.

응급도 1은 New York Heart Association(NYHA) IV이면서 산소투여 없이 측정한 동맥혈 가스 검사상 PaO2 < 55mmHg 이거나 NYHA IV이면서 평균 폐동맥 혈압 >65mmHg, 또는 우심방 혈압 > 15mmHg, Cardiac index <2L /min /㎡인 경우다 

"최악의 컨디션 환자 수술해서야..." 

전문가들은 이 기준을 하루빨리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고, 에크모까지 쓰는 환자 상태는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인데, 이런 상태여야만 폐이식을 할 수 있다는 기준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세브란스병원 백효채 교수(흉부외과)는 "최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폐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조건이라 수술에 성공해도 환자가 오래 입원해야 하고, 생존율도 낮아진다. 따라서 사망률은 높아질 것"이라며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최세훈 교수(흉부외과)도 백 교수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최 교수는 "환자가 좋지 않아져야만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가 많다"며 "다른 이식수술보다 폐이식은 생존율이 떨어지는 수술에 속한다. 그런데 그 수술을 받는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꼭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몇 년 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폐이식을 했던 환자들의 생존율이 좋았던 이유가 폐 이외의 다른 장기가 건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폐이식 수술을 하는 병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응급도 0인 환자가 계속 많아지고 있다. 응급도 0인 환자가 2014년 27명이었던 것이 점차 증가해 2016년 37명, 2017년 46명이 됐다. 2017년 폐이식을 기다리는 총 환자 93명 중 46명 응급도 0인 상태인 것이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이진구 교수(흉부외과)는 "병원들이 폐이식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폐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졌고, 절반이 넘는 환자가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사용하고 있다"며 "신체 상태가 너무 떨어진 환자에게 폐이식을 하면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에크모 사용 환자에게 폐이식 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응급도에 따라 이식 순서를 정하지만 일본은 환자의 대기기준으로 이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일본은 에크모를 쓴 환자에게는 폐이식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를 이식받은 환자는 물론 구득하기 힘든 폐를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점 등이 고려된 사항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 교수는 "일본은 에크모를 사용한 환자에게 폐이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절반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85%가 넘기도 한다"며 "에크모를 2주 이상 사용한 환자는 폐이식 성적이 좋지 않다는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도 일본의 상황을 거론했다. 일본은 에크모 등을 사용한 환자를 수술 대상자가 되지 못하고, 나이도 60세까지만 폐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백 교수는 "우리나라도 폐이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우선순위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이 폐이식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손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학회 내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후 이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건의한 후 정부와 법을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위원회가 1년에 1~2번 정도밖에 열리지 않고, 관련된 진료과와 병원마다 생각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결국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4~5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폐이식 수술은 증가할 듯 

국내에서 폐이식은 더 증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인구 백 명당 기증자 수(PMP:이식건/총인구수*100만명)가 미국이나 이탈리아, 영국, 독일보다 작기 때문이다. 

인구백

2015년 미국의 PMP는 6.46, 이탈리아 1.84, 영국 3.10, 독일 3.60, 우리나라 1.25이었다. 이후 2017년 미국 7.61, 이탈리아 2.40, 영국 3.05, 독일 3.70, 우리나라 1.80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이식건수나 PMP를 비교한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나라 폐이식 수술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별로 폐이식을 할 수 있는 거점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폐이식을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에서 하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에서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국을 3권역으로 나눠, 현재 폐이식을 하는 병원이 없는 전라도 지역에 거점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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