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19] ESC "스타틴 치료에도 재발? 40mg/dL 미만 고려할수도"
초고위험군 70mg/dL→55mg/dL, 고위험군 100mg/dL→70mg/dL 미만으로

사진 / ESC 2019 현장 -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지질조절 목표치가 번지점프를 타듯 계속 낙하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심장학계와 내분비학계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놓고 "LDL콜레스테롤(LDL-C)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을 전폭 지지, 위험군 전반에서 목표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

때마침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지질치료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목표치를 권고한 가이드라인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LDL콜레스테롤 조절의 하향세가 어느 지점에서 낙하를 멈출지 주목된다.

▲ 역대 최저치 갱신

유럽심장학회(ESC)는 프랑스 파리서 성황 중인 연례학술대회에서 '2019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6년 개정판을 다시 업데이트한 것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게 조절하도록 주문한 것이 핵심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지질 목표치 권고안이었다. 심혈관질환 위험군 전반에서 이전보다 목표치가 하향조정된 가운데, 역대 최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기록이 다시 한번 갱신됐다.

지난 2017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심혈관질환 극위험군(extreme risk)을 신설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비슷한 위험군에게 "40mg/dL 미만조절도 고려할 수 있다"는 보다 강력한 지질치료 권고안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 초고위험군 70mg/dL → 55mg/dL

먼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고위험·고위험·중위험 등 각각의 심혈관질환 위험군에서 2016년 개정판보다 낮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권고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체 LDL콜레스테롤 조절의 판도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ESC·EAS는 목표치 기준 치료의 틀을 유지한 가운데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의 50% 이상 또는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다(Class I, Level A)"고 밝혔다. 2016년 유럽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전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서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

이들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표적장기손상 또는 3개 이상 위험인자 동반 당뇨병, 중증 만성신장질환(GFR < 30mL/min/1.73㎡), SCORE 수치상 10년 내 치명적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10% 이상, ASCVD 병력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등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이 처럼 초고위험군에게 기존보다 낮은 55mg/dL 미만의 조절을 권고할 수 있었던 데에는 IMPROVE-IT(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FOURIER(PCSK9억제제), ODYSSEY OUTCOMES(PCSK9억제제) 등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 병용을 통한 고강도 LDL콜레스테롤 집중조절을 혜택을 검증한 연구들의 역할이 컸다.

▲ 고위험군 100mg/dL → 70mg/dL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100mg/dL 미만조절에서 더 나아가 과거 초고위험군에게 권고했던 목표치를 앞당겨 적용하도록 강력한 치료를 권고했다. "고위험군(high risk)에게 기저치 대비 50% 이상 또는 70mg/dL 미만까지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권고한다(I, A)"는 것.

가이드라인에서 고위험군은 "단일 심혈관위험인자가 현저히 상승했거나(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혈압 ≥180/110mmHg), 표적장기손상 없는 당뇨병, 중등도 만성신장질환(GFR 30~59mL/min/1.73㎡), SCORE 위험도가 5% 이상 ~ 10% 미만인 그룹"을 의미한다.

이어 SCORE 수치상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 초과 ~ 5% 미만인 중위험군(moderate risk)에게는 LDL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으로 과거의 115mg/dL 미만보다 낮은 목표치가 권고됐다. SCORE 위험도 1% 미만인 저위험군(low risk)에게는 기존과 큰 변화 없이 116mg/dL 미만조절을 주문했다.

▲ AACE 55mg/dL 제안에 ESC 40mg/dL으로 응답?

무엇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주목을 끈 부분은 LDL콜레스테롤 40mg/dL이 언급된 대목이다. ESC·EAS의 권고안을 그대로 직역해 보면 "스타틴 기반요법 최대내약용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내에 두 번째 혈관질환을 경험한 ASCVD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목표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IIb, B)"로 해석된다.

40mg/dL 미만조절의 가능성이 언급된 환자그룹은 스타틴 치료로 LDL콜레스테롤 조절하고 있음에도 심혈관질환이 재발하는 경우로, AACE가 앞서 정의한 심혈관질환 극위험군과 거의 일치한다. 한편 이 같은 권고에는 PCSK9억제제를 대상으로 한 FOURIER, ODYSSEY OUTCOMES 연구가 근거로 활용됐다.

▲ 초고위험군 위에 극위험군

AACE는 지난 2017년 '이상지질혈증 관리와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학회는 치료 목표치의 기존 틀은 유지한 채 위험군 분류를 세분화해 이전보다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가이드라인의 ASCVD 위험도를 보면, 저위험군(low risk)·중위험군(moderate risk)에 이어 고위험군(high risk)·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기존 분류에 극위험군(extreme risk)이라는 최상위 등급을 신설했다.

AACE가 정의한 극위험군은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달성 후에도 불안정형 협심증을 포함한 진행성 ASCVD를 겪고 있는 환자그룹이다. 여기에 당뇨병, 만성신장질환(CKD) 3·4기, 이형접합형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동반 심혈관질환 환자와 ASCVD 조기 발병력(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의 환자그룹도 극위험군에 속한다.

최고용량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이 계속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ESC가 40mg/dL 미만조절의 고려를 권고한 환자그룹과 AACE가 정의한 극위험군이 거의 일치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극에 달한 초고위험군 위의 상위 위험군에게 적용돼야 할 LDL콜레스테롤 목표치가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70mg/dL → 55mg/dL → 40mg/dL → ?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대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과거 100mg/dL에서 70mg/dL 미만으로까지 내려왔다가, AACE 가이드라인에 의해 한 번 더 조정을 받았다.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우선 고려돼야하지만, 70mg/dL보다 낮은 55mg/dL 미만까지 조절을 주문한 것은 AACE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ESC 가이드라인을 통해 55mg/dL보다 낮은 40mg/dL 미만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가 제시된 것이다.

이 처럼 너무 낮은 LDL콜레스테롤 조절이 임상에서 구현 가능한지, 또는 이에 따른 부작용 위험은 없는지 등에 대한 학계의 토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더 낮추기 위한 검증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MPROVE-IT, FOURIER, ODYSSEY OUTCOMES 등의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 50mg/dL 미만조절의 안전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PCSK9억제제 대상의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20mg/dL 선까지 LDL콜레스테롤을 낮춰 안전하게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한 때에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강하게 권고하는 것을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70mg/dL 미만조절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많았다.

그 때와 비교하면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치료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겪고 있다. 이제 학계의 최대 관심사는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조절 권고안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바닥점을 찍은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더 낙하할 여지가 남아 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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