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FDA에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관련 자료 제출 
제약업계, 부정적 결과에 입 모아... "FDA 임상 재개 어렵다"
상장 폐지 위기에 '기술특례상장제도' 비판 또 다시 제기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인보사 파문으로 상장 폐지 등 벼랑 끝에 몰린 코오롱티슈진의 운명이 한 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 3상 재개가 반전카드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상장폐지 수순 밟는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반전카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대기업 계열사에 상장 폐지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보사 사태에 이어 상장폐지 수순까지 밟게되자 코오롱티슈진은 '기사회생'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현재 중단된 인보사 임상 3상 재개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FDA가 지난 5월 코오롱티슈진에 Clinical Hold Letter를 보내면서 임상 중단 해제를 위한 요구사항에 대한 응답자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인보사에 사용된 세포 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와 최종 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 제품 안전성 평가 자료 등이 포함됐다. 

코오롱티슈진이 이처럼 나선 데는 FDA가 인보사 임상 3상 재개를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내 증권시장에서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FDA는 코오롱티슈진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30일 이내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론내게 된다.  

만일 FDA가 인보사 임상 재개를 승인한다면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효능과 안전성 등에 대해 재확인을 받게 되고, 그 결과는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15 영업일 이내인 9월 1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여기서도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회사는 이의를 제기하고 재차 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3차 심의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나온다. 

이 기간은 최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기간 동안 FDA가 기존 인보사의 임상 2상 결과를 인정하고 바뀐 성분으로 임상 3상을 허락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사태가 터졌던 지난 6월 FDA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까지 이를 미뤄왔다. 

임상시험 중지는 시장 출시 연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다가 이제서야 제출한 것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FDA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코오롱티슈진은 이를 사활을 위한 '반전 카드'로 사용한 것 같다"며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결론에 대한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위 '배수의 진'을 친 코오롱생명과학이지만, 업계에서는 임상 재개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그동안 인보사는 세포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어 FDA가 임상 재개를 승인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FDA가 임상 재개를 승인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주 세포 성분이 바뀐 상황인 만큼 기존에 진행한 전임상부터 임상시험 모두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A 국내사 한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을 거치는 동안 연골세포인줄 알았던 세포주가 신장세포로 바뀐 만큼 향후 임상시험을 진행하더라도 프로토콜을 원점에서 수정해 시작해야 하는 게 맞다"며 "세포주의 성분이 뒤바뀐 상황인 만큼 FDA가 쉽게 임상 재개를 승인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 커지는 비판 목소리

한편,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를 시작으로 기술특례상장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뚜렷한 실적 없이 기술의 성장 가능성 만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하면서 기술성 평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주주 가치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지난달 기준으로 74곳이며, 이 중 60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앞서 펙사벡 임상 중단 사태를 겪은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고, 코오롱티슈진은 이를 활용하진 않았지만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핵심인 기술성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신라젠은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지만, 최근 펙사벡의 약효를 입증하지 못해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코오롱티슈진은 자체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인보사에 대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해 AA 등급을 받았지만, 지난 6월 품목허가가 취소에 이어 최근 상장폐지 결정까지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한 바이오 기업들은 수익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서 신약개발에만 몰두하다보니 임상이 실패하면 주락가 급락,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기술성 평가의 질을 높여 보다 정교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