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
"고령 인구 증가하고 면역저하자 늘면서 성인 예방접종 중요성 높아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소아뿐 아니라 성인도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예방접종은 주로 소아에 초점이 맞춰졌었고, 소아 대상의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소아 예방접종률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면역저하자가 늘면서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이사장 김양수)는 대한백신학회(회장 강진한)와 함께 지난 7월 '우리나라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처음으로 개최하는 등 성인 예방접접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을 만나 국내 성인 예방접종의 현주소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들어봤다.
- 성인도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평균 수명이 늘면서 면역기능이 저하된 성인들이 많아졌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성인들이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 더해 기술의 발전으로 성인을 위한 백신이 많이 개발되면서 성인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예로 과거에는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폐렴구균 접합백신(conjugated vaccine)이 개발됐다. 또 고령에서 대상포진 발생률이 증가 추세인데, 이전에는 대상포진 백신이 없어서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백신이 개발돼 접종할 수 있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늘고 성인에 대한 백신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성인 예방접종이 이슈가 되고 있으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성인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 소아처럼 성인도 예방접종 스케줄이 정해져 있나?
성인은 소아처럼 명확한 예방접종 스케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아의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 어느 시기에 백신을 접종했을 때 면역반응이 잘 생기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많아 예방접종 스케줄이 명확하다.
하지만 성인은 환자 특징 또는 상황에 맞춰서 예방접종 스케줄을 조절해야 한다. 예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면역저하 상태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면역반응이 생기지 않을 수 있어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자궁경부암 백신도 성접촉 여부를 확인하고 접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성인은 소아처럼 예방접종 스케줄이 엄격하지 않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예방접종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 예방접종을 받은 성인에서 유병률이 효과적으로 줄었다는 근거는?
국외 보고가 있지만 국내 데이터는 드물다. 질환 예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환자군 모집이 쉽지 않고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는 새롭게 개발된 백신의 효능을 점검하는 연구에서 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 국내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최근 빅데이터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 빅데이터를 이용해 예방접종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폐렴구균 백신을 맞은 성인과 접종하지 않은 성인의 병원 이용률 또는 X-ray 판독 결과를 비교해 예방접종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빅데이터는 구체적이고 정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왔을 경우 예방접종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볼 수 있을 것이다.
-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확대되야 하나?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성인 예방접종에 국가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을 결정할 때 사회경제적 요인, 의학적 요인 등을 평가한다. 성인이 예방접종을 통해 의료기관을 적게 방문하고 생산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예방접종에 따른 비용 대비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또 성인의 경우 발생률이 높고 심각한 질환이라면 NIP에 해당 백신이 포함돼야 하지만,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의 심대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성인에서 예방접종을 통해 의료기관 이용률이 줄고 보험 재정 측면에서 이득이 된다면, 해당 백신을 NIP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성인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찾아 예방접종을 받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 학회에서는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
의사들을 대상으로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려, 간접적으로 대국민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성인예방접종' 지침서를 발간한 것이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학회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자칫 특정 회사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성인 예방접종이 중요해지면서 학계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학회 차원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여러 홍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 단기간에 성인 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을지?
국내 성인 예방접종률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본인이 접종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백신 비용이 비싸고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높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좋아지진 않을 것 같다. NIP에 성인에게 권장되는 백신이 포함되면 백신 비용이 저렴해지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결국 성인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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