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빈센트병원 고승현 교수 연구팀 "중증 저혈당 빈도 늘수록 심혈관질환 위험 상승"
연령, 인슐린 사용 여부, 동반질환 등 하위분석에도 결과 일관돼
고 교수 "직접 인과관계 가능성 제시…중증 저혈당 경험했다면 목표혈당 높게 유지해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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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중증 저혈당과 심혈관질환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지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고승현 교수 연구팀(내분비내과)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해 중증 저혈당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확인,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증 저혈당은 본인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저혈당 쇼크 상태를 의미한다. 저혈당이 발생하면 교감신경계 활성화, 염증반응, 혈액응고장애, 내피세포 기능장애 등의 기전으로 심혈관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발생 원인을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중증 저혈당이 심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ACCORD, ADVANCE, VADT 등 대규모 연구에서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의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같은 환자군을 중증 저혈당 유발군 또는 유발하지 않은 군으로 나눠 비교해야 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 중증 저혈당이 발생한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특성을 매칭해 전향적 관찰연구를 시행하거나, 우수한 빅데이터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행된 이번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하면, 중증 저혈당 발생 빈도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상승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분석에서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는 환자를 배제했음에도 이 같은 위험이 나타나, 중증 저혈당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임을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의료기기기술개발사업(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활용 강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심장혈관과 당뇨 관련 국제 학술지인 Cardiovascular Diabetology 8월 14일자에 실렸다(Cardiovasc Diabetol 2019 Aug 14;18(1):103).

중증 저혈당 3회 이상 발생군, 심혈관질환 위험 가장 높아

연구팀은 건보공단 빅데이터에서 2009년 제2형 당뇨병으로 분류된 156만 8000여명의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2007~2009년 중증 저혈당 경험 횟수를 확인했다. 최소 1회 이상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는 1.2%(1만 9660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2015년 12월까지 새롭게 발병한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을 조사했다.

평균 5.7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중증 저혈당 경험 횟수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중증 저혈당을 경험하지 않은 환자(비경험군)와 비교해 △1회 경험군 1.56배 △2회 경험군 1.86배 △3회 이상 경험군 1.86배 높았다.

뇌졸중 발생 위험은 비경험군 대비 △1회 경험군 1.54배 △2회 경험군 1.62배 △3회 이상 경험군 2.14배 높았고, 심부전 발생 위험 역시 각각 △1.68배 △2.0배 △2.59배 의미 있게 상승했다.

고승현 교수 연구팀이 Cardiovascular Diabetology 8월 14일자에 발표한 논문 결과 재구성(Cardiovasc Diabetol 2019 Aug 14;18(1):103).
▲고승현 교수 연구팀이 Cardiovascular Diabetology 8월 14일자에 발표한 논문 결과 재구성(Cardiovasc Diabetol 2019 Aug 14;18(1):103).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비경험군과 비교해 △1회 경험군 1.98배 △2회 경험군 2.39배 △3회 이상 경험군 3.28배 높아, 중증 저혈당 경험 횟수가 증가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였다.

이 같은 위험은 추적관찰 1년 이내에 가장 높았고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위군 분석에서도 결과 일관돼…인과관계 가능성 제시 

그러나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비경험군보다 고령이고 인슐린 사용자가 많으며 동반질환도 더 많다. 

즉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많이 갖고 있어, 중증 저혈당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역인과관계에 의한 편향(reverse causation bias)'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중증 저혈당과 심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연령, 인슐린 사용 여부, 동반질환 등에 따라 하위군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65세 이상의 고령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어린 30~64세 성인도 중증 저혈당을 경험하면 심혈관질환 또는 사망 위험이 상승했다. 

또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고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도 중증 저혈당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사이에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역학적 인과성을 증명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용량-반응관계, 시간관계 등 분석과 하위군 분석을 진행했다"며 "최종적으로 다양한 분석에서 일치된 결과를 확인해 역학적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문 결과에 모두 담지는 않았지만, 주요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흡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동반 여부 또는 사회경제적 수준 등에 따른 분석에서도 모든 군에서 유의하게 중증 저혈당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저혈당 경험했다면 혈당조절 목표 높게 유지"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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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생존 혜택을 얻기 위해 중증 저혈당을 경험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증 저혈당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인 저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만약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을 경험했다면 철저한 혈당조절을 피해야 한다. 

과거에는 철저한 혈당조절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ACCORD, ADVANCE, VADT 등 대규모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이 심혈관질환 또는 사망 위험을 개선하지 못했고, 오히려 철저한 혈당조절군에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결과도 보고됐다. 

그는 "저혈당 발생 그 자체가 향후 저혈당, 중증 저혈당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가 돼 다시 저혈당, 중증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면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중증 저혈당 발생 빈도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졌다.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들은 반드시 혈당조절 목표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철저한 혈당조절의 장점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철저한 혈당조절로 당뇨병성 미세혈관 합병증의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화된 혈당조절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당뇨병제 선택 시 '저혈당 유발 위험' 고려해야

이에 따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항당뇨병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약물의 저혈당 유발 위험도를 고려해야 한다.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저혈당 유발 위험도를 항당뇨병제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요인으로 제시한다. 또 중증 저혈당을 경험했거나 저혈당 무감지증이 있는 경우 치료약제를 재평가하고 혈당 목표를 상향 조정하도록 권고한다. 

그는 "저혈당 발생 위험이 적은 약제는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DPP-4 억제제,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등이 있다. 인슐린과 설포닐유레아 등은 저혈당 위험이 높다고 제시된다"며 "인슐린의 경우 똑같은 기저 인슐린일지라도 중증 저혈당과 야간 저혈당 등의 위험이 낮은 인슐린이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을 경험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발생 시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와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의료진들은 저혈당 발생 고위험군을 적절히 선별해야 한다.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혈당조절 목표를 개별화하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저혈당 예방법과 대처법을 교육해야 한다"면서 "저혈당이 발생한 환자는 혈당강하제의 종류 및 용량을 점검 후 감량하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 중증 저혈당을 경험했거나 저혈당 무감지증이 있는 환자는 최소 2~3주는 저혈당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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