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단국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윤리위 회부…소청과, 조국 후보자 직접 고발
의학회도 긴급이사회 열고 사실 규명 권고…의료윤리연구회, 저자권 철저 검증 요구
의대생들, 비리·편법 물든 현실에 분노 표출…관련 대학교 입시전형 전수조사 해야

사진출처: 청와대 게시판
사진출처: 청와대 게시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이 의료계로 번졌다.

조국 후보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과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은 일 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사실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의대생들은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협와 소청과의사회는 윤리위 회부·고발 등 직접 행동

조국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2학년이던 지난 2008년 단국대학교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단국의대 A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논문을 발표했는데 조국 후보자의 딸 이름이 제1저자에 올라간 것.

이 논문은 2009년 3월에 발간된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됐다.

논란이 일자 단국대학교는 "연구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음을 사과한다"며 "부당한 논문저자의 표시를 중심으로 연구윤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사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 21일 오전 상임이사회를 통해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지도교수인 단국의대 병리학교실 A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한 것.

의협은 "고등학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드문 사례"라며 "과정의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조국 후보자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업무방해죄'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한병리학회 공식 논문의 저자로 올리는 것 자체가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라며 "조 후보자는 아버지로서,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비양심적인 행보를 보인 책임이 있다"고 고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의학회와 의료윤리연구회 등은 논문 철저 검증 요구

이번 논란이 논문으로 촉발된 만큼 의학연구 출판 윤리와 저자권 등 관련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2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1저자로 등재된 사람의 소속을 정확히 표기하고 제1저자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의학회의 주 요구사항이다.

논란의 방향이 단편적인 부분에 집중돼 있고, 각 단계별로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할 기관이 충분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학회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속 표기가 학술지 기록으로 허용이 가능하더라도 일반적인 기록인 해당 연구수행기관과 저자의 현 실제 소속 기관을 동시에 명시하는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회는 이어 "실제 연구가 진행된 시기와 제1저자가 연구에 참여한 시기를 고려하면 당사자가가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저자기준에 합당한 지 의심된다"며 "통상 저자의 순서 결정에 있어서 모든 저자들의 동의에 의해 책임저자가 최종 결정되는 원칙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단, 대한병리학회 학술지(당시 Korean Journal of Pathology, 현 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 Medicine)가 논문의 투고, 심사, 게재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원칙대로 수행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의학회이다.

의학회는 "논문 채택 과정에서 정당성, 저자의 충실성 여부가 논란이 된 현 시점에서 이 논문에 참여한 저자들의 실제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구윤리심의(IRB) 승인 기록의 진위도 확인하는 등 빠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윤리연구회도 저자권 철저 검증을 통해 조국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올라간 것이 연구윤리에 위반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저자는 논문 초안과 연구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자를 뜻하는데,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이 조건을 충족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회는 "지도교수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제1저자를 정하는 관행을 방관한다면 같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양산될 것"이라며 "비윤리적 대학 전형을 통과한 자가 의사가 된다면 의사 전체 집단의 윤리성에도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확산되는 의대생들의 분노와 박탈감

제1저자 논란을 넘어 조국 후보의 딸이 해당 논문의 도움을 받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진학했다는 의혹까지 생겨나자 의대생들은 술렁이고 있다.

의대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번 논란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번지고 있는 한편, 비리와 편법으로 얼룩진 현실에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한 의대생 B씨는 "의대생, 나아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이런 종류의 의혹과 논란은 정치적인 입장과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며 "속해있는 사회에 불법과 비리가 난무하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그것에 집중 분노하는 것이 학생" 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대학교와 부산대의전원의 입학전형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사 양성 과정 자체를 불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의대생 C씨는 "부산대의전원의 최근 입학 전형 모두를 조사하고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이 사례만 봤을 때 의대, 의전원, 의사시험에 이르기까지 의사 양성 과정이 투명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형태의 비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노력한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의료계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일이 실제로 많다면 의료계 전체의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의대협, 입장문 통해 장학금 수령 문제 지적
노환중 부산대의료원장, 관련 의혹 직접 해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의대협은 △제1저자의 등재 적절성 △대학 측의 잘못된 입학 사정 △특정 기준 없는 장학금 사적 지급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의대협은 조국 후보의 딸이 수령한 장학금과 관련해 '모든 장학 제도의 목적은 학생의 면학을 장려하고 가장 중요한 미래 자원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공익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의대협은 "투명한 절차와 기준 없이 사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공익과 사적인 이익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 장학 제도의 합목적성을 중대하게 훼손한다"며 "어떠한 장학제도든 그 취지와 방법의 정당성 그리고 모든 학생의 공평한 접근성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가운데 노환중 부산대학교의료원장은 조국 후보의 딸이 유급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노환중 의료원장은 "소천장학금은 성적, 봉사, 가정형편 등 학교 장학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공식 장학금이 아니라 학업 격려를 위해 개인적으로 마련한 장학금으로 2014년부터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노 원장은 "2015년 지도 학생 3명 중 1명이 조 후보자 딸이었고 그 해 1학기 유급된 후 2016년 다시 1학년으로 복학했지만 의학공부에 전념할 자신감을 잃고 학업 포기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즉, 학생 면담 통해 복학 후 유급만 하지 않고 매학기 진급을 하면 소천장학금을 주겠다고 격려했고 6학기는 유급하지 않아 약속대로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4학년 진급을 앞둔 2018년 2학기에 다시 유급을 당해 그때는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 원장의 해명이다.

노 원장은 "유급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금년 2019년도 1, 2학기에도 면학에 힘쓰는 또 다른 학생이 소천장학금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지도 학생에게 왜 연속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냐는 세간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지도학생의 학업포기를 막겠다는 것만 생각한 우매함을 깊이 성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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