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외과, 내분비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 협진이다. 

특히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비만대사수술로 비만과 당뇨병을 모두 조절할 수 있어, 외과와 내분비내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이에 비만대사센터의 외과, 내분비내과 의료진들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진료과의 협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들이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두고 견해차를 보여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외과에서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라면 반드시 비만대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만대사수술로 당뇨병 관해에 도달할 수 있고 안전성도 확보한 만큼 비만대사수술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내분비내과에서는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으로 조절 가능한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있으며, 비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의 장기간 유효성을 평가한 연구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지켜보면서 과거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두고 벌어졌던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간 갈등이 떠올랐다.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흉부외과, 심장내과 등 여러 진료과가 포함된 '하트팀(heart team)'이 통합적인 진료를 통해 TAVI 또는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SAVR)을 결정하도록 권고한다. 

TAVI 시행 후 대다수 대학병원은 하트팀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의 심장내과에서 TAVI를 먼저 진행하고 흉부외과에 동의를 구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학술대회에서 두 진료과가 만나 TAVI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를 비춰보면 비만대사수술의 다학제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더라도 향후 제2의 TAVI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극단적인 혹은 보수적인 입장 간의 간극을 좁혀야만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두 진료과는 다학제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서 나아가 서로의 진료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분비내과는 비만대사수술을, 외과는 당뇨병을 전문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비만한 당뇨병 환자를 잘 선별해 수술이 무분별하게 적용되거나 필요한 환자들이 수술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대한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비만 환자를 진료하는 외과, 내분비내과 전문가들이 만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각 진료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등의 학술대회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더 많은 의료진이 서로의 진료 분야를 배우고 최신 지견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과와 내분비내과 모두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는 같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전략으로 비만대사수술이 떠오른 만큼 두 진료과가 갈등 없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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