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협의회, "무리한 사업 추진 재고돼야 한다" 의견 피력
군복무 지자체 공무원 공보의 신분 한계 탓 강제로 이뤄졌다는 지적
공보의 대상 긴급 전수조사 실시 결과 전국 30여 곳에서 시범사업 중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공중보건의사들 대부분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요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의료법을 위반하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원격의료 사업에 공보의들이 강제적으로 참여되고 있는 모양새는 차치하더라도, 자칫 책임소재 문제로 불거질 경우 공보의 몫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원격진료의 전국적 확산에 대한 신속 대응의 일환으로 복지부 및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관한 전수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실시됐으며 전체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강원도·경상도·충청도 등에 속한 30여 개 시·군에서 위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확대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시행 중인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공보의가 원격지 의사로서 원격진료에 참여하고 보건진료소 공무원 또는 방문 간호사 등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현지 인력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의학상담은 대부분 원격지 의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으며, 절반 정도의 지역에서는 진단과 처방 및 방문 간호사를 통한 약의 배부·배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협에 따르면 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공보의들은 △처방 후 증상의 악화와 합병증의 포착이 어렵다 △원격진료 시 혈압과 BST 측정, 가벼운 문진만 가능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지 않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소재 등이 항상 무서울 수밖에 없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공협은 "방문간호사 대리처방, 처방약 전달 등은 의료법 및 약사법에 모두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법적으로 잘 규정되지 않은 시범사업 진행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긴밀한 사전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과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그동안 진행된 사업을 보면 의료인이 아닌 물리치료사가 개입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공협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의료계 및 해당 지역의사회와 전혀 상의된 바 없고, 임기제공무원으로서 특수한 신분인 공보의들이 시범사업에 의견을 피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부분이다.

대다수 공보의들이 근무지에 원격진료기기가 설치되고 나서야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근거로 해당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요당했다는 것.

대공협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격진료를 진행하는 데 있어 발생한 분쟁에 관한 책임에 대해 사전조율 및 협의 없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공보의에게 상당한 부담"이라며 "사업 집행 당국은 그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규정하거나 진료에 있어서의 책임은 응당 공보의가 져야할 몫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즉,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시행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므로 무리한 사업 추진이 재고돼야 한다는 뜻이다.

대공협은 "원격진료를 시행하면 의료취약자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주장은 신중히 평가돼야 한다"며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보건사업 역시 근거 입장에서 평가된 이후에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협은 이어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많은 공보의들은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 없이 약물처방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그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대면진료를 통해서도 해결하기 힘든 이 문제는 원격진료에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급격한 원격의료 사업 추진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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