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세, 2000년 임상시험 활성화 계획 새 버전에 불과
식·의약품 안전성 책임지는 국가기관으로서 전문성 갖춰야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건강세상을위한네트워크(이하 건세)가 식약처가 발표한 '임상시험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 이미 2000년대 초반 신약개발역량 강화를 위한 국내제약산업육성을 목표로 추진됐던 임상시험 활성화 계획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환자의 치료기회확대와 임상시험 안전성 강화가 강조되기는 했으나, 임상시험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수사적 어구에 지나지 않으며, 이를 추진 및 실행하기 위한 신뢰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세는 16일 논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건세에 따르면 2000년 초반부터 추진된 임상시험 활성화 정책의 기조는 신약개발을 통한 국내제약산업 발전이었으나 오히려 기형적으로 다국적제약사 임상시험 유치로 인한 수익증대에 집중하게 되면서 임상시험 유치 및 승인건수 증대로 축이 옮겨졌다. 

건세는 "이 같은 방향성은 임상시험 종합계획에서도 살펴볼 수 있으며 임상시험을 산업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규제완화정책의 내용에서 그 목적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임상시험 종합계획에서는 IND 승인기간의 획기적 단축(30일 → 7일)과 함께 임상시험계획 변경승인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변경승인사항을 보고 대상으로 규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형적인 규제완화정책의 기조인 ‘선허용 후규제’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 안전관리체계 확립과 관련해 식약처 역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고도 비판했다.  

피해보상은 임상시험 참여시 임상시험참여자가 동의한 계약내용 및 임상시험 피해자 보상에 관한 규약에 근거해 피해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식약처의 개입역할은 상당히 축소돼 있고 결과적으로 임상시험참여자와 임상시험책임자 쌍방간의 계약관계에서만 다룰 수 밖에 없다. 

식약처가 임상시험참여자의 안전 및 권리보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피해보상 및 권리구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건세 측 주장이다.

건세는 "예상치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SUSAR) 관리체계에 있어서는 모든 안전성 정보에 대해서 보고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망사고 보고시’ 필요에 따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현황 관련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식약처가 실시한 정기점검 실태조사 실시횟수는 총 66회이며, 점검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아 행정처분은 받은 곳은 단 두 곳 밖에 없었다.

건세는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여러 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3년 동안의 임상시험 승인건수가 2546건임을 감안하면 66회의 실태조사건수는 3%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실효성있는 실태조사였다고는 볼 수 없다"며 "임상시험 종합계획의 내용을 보더라도 향후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세는 "지난 20년 동안 식약처가 임상시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조한 키워드가 '신약개발', '제약산업발전'이었던 반면 '임상시험의 안전성', '임상시험 참여자 권리보장' 및 '피해보상'은 언급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세는 "그간 추진돼 온 임상시험 활성화 정책의 역사적 맥락이 이러함에도 이번 임상시험 종합계획에는 임상시험의 안전성 및 임상시험 참여자 권리보장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내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건세는 "의약품의 안전성은 정치적 성향 및 정책적 목적과는 별개로 엄격하게 판단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식약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흘러가는 대로 줏대없이 휘둘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식·의약품의 안전성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성과 그에 맞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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