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전 회장·ADA 차기 회장 "내과 수련 과정에 '심장대사학' 프로그램 필요"
심대학 임수 학술이사 "미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모습…향후 전문가 양성 기대"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정의한 '심장대사증후군(cardiometabolic syndrome)'이 미국 의학계에서 중요한 전문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 전 회장이자 미국당뇨병학회(ADA) 차기 회장인 미국 콜로라도의대 Robert H. Eckel 교수는 내과 수련 과정에 '심장대사학(cardiometabolic medicine)'에 대한 새로운 분과전문의(subspecialty)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비만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을 동반한 환자들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분과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논평은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7월호에 실렸다(Am J Med 2019;132(7):788-790).

심장대사학 세부 전문분야 신설 주장한 이유는?

Eckel 교수가 심장대사학에 대한 분과전문의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로 혈당강하제의 다양한 혜택이 검증된 점을 꼽을 수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심혈관 안전성과 체중 조절 효과가 확인됐고, SGLT-2 억제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의 위험을 낮추는 심혈관 혜택이 입증됐다.

즉 혈당강하제가 혈당 조절을 넘어 다양한 득을 얻을 수 있는 치료제로 공고히 자리를 잡으면서 전문분야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러한 치료제를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항당뇨병제보단 '심장대사 치료제(cardiometabolic pharmaceuticals)'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ckel 교수는 "심장대사학은 정말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인턴과 내분비내과 전문의,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여러 번 진료받지 않아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수료 자격증뿐 아니라 이러한 환자를 볼 수 있는 공식적인 세부 전문분야가 신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갑상선·중재시술 등 제외한 심장대사 관련 분야만 다뤄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ckel 교수가 제시한 심장대사학 교육 프로그램에 따르면, 일반 내과에서 2~3년간 전공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내분비학과 심장학 중 심장대사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트레이닝을 3년간 받는다.

내분비학 분야에는 비만, 대사증후군, 제1형 또는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포함된다. 내분비내과에서 보는 갑상선, 생식계, 골 등 관련 질환은 다루지 않는다.

심장학 분야에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1차 및 2차 예방, 심전도 및 심초음파 검사, 관상동맥 CT, 심장 스트레스 검사 등의 결과 해석과 입원 환자의 심혈관질환에 대한 진료에 중점을 둔다. 중재시술, 전기생리학, 진행성 심부전, 심장이식 등은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하지 않는다.

아울러 프로그램의 중요한 분야로 생활습관 관리가 포함된다. 심장대사학 전문가들이 금연치료제를 포함한 금연 관리와 영양 및 식이요법, 신체 활동 증진을 위한 모바일 헬스 기술 활용, 개별화된 운동 목표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심장대사학 전문분야가 신설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ckel 교수는 "심장대사학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커리큘럼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10년에서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기상조?…"학문 발전이 우선돼야"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국의 다른 전문가들은 심장대사학의 중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진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다른 세부 전문분야와의 정리가 필요하며, 심장대사 학문에 대한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than D. Wong 교수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제안에 박수를 보내지만, 또 다른 분과전문의로 제안된 예방심장학(preventive cardiology)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심장대사증후군 환자들이 내분비내과 또는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충분한 관리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분야를 예방심장학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예방심장학이 심장내과만의 하위 분야여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내과학위원회(ABIM)의 Furman S. McDonald 부회장은 "이론적인 요구만으로 분과전문의로 구분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특별한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쌓이는 것이 인증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 "전문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마련하기 전 학문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 많은 의료진이 심장대사증후군에 대한 진료를 시작하고 새로운 분과전문의를 제안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한다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심장대사학 관심 높아졌지만 전문가는 부족"

이러한 논의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심장대사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심장대사증후군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심장대사증후군연구회가 처음 창립한 데 이어 지난해 심장대사증후군만 다루는 첫 국제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또 지난 2월에는 연구회가 학회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즉 우리나라가 심장대사증후군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임수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이전에는 심장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먼저 이 분야를 제안했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모습이다"며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심장대사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역으로 제안할 정도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심장내과 전문의는 대사질환을,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심혈관질환에 대해 공부하면서 학문의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임 학술이사는 "과거에는 심장내과 전문의는 심혈관질환만, 당뇨병 전문의는 당뇨병만 보는 등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연구해 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분야 간 영역이 파괴되고 서로 교류하면서 한층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는 등 학문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심장대사학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대사증후군을 보는 전문가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심장학, 내분비학 등을 융복합함으로써 전문분야의 영역이 넓어진다면, 이를 보는 전문가들을 양성할 수 있고 심장대사학 분야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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