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바이오 등 4개 바이오업체 대사항암제 신약 개발 나서 
업계, 기존 항암제 대비 적은 부작용·높은 효과 전망
대사항암제 개발 가능성 낮게 보는 학계 "이론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대사항암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보다 큰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연구개발 방향성은 맞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이르기에는 어렵다는 시선이다. 

K-바이오, 다음 타깃은 '대사항암제'

국내 바이오 업계는 4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대사항암제 연구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성공하지 못한 영역인 만큼 국내 바이오 업계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대사작용에 관여, 암 세포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차단함으로써 굶겨 죽이는 기전이다. 

몸 속 암 세포가 성장하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차단, 자연적인 소멸을 유도하는 셈이다. 

1세대 항암제는 독성으로 암 세포를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쳐 골수기능 저하와 위장장애, 탈모 등 부작용을 보인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를 피해 목표로 하는 암 세포를 공격한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내성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몸 속 면역체계를 자극해 활성화한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면역체계 교란과 항암제 투여 후 암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과다진행 등 부작용이 문제로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메티메디제약은 최근 가천대길병원에서 대사항암제 후보물질 OMT-110의 전이성 대장암에 대한 임상 1상을 마쳤다. 

대사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업체 중 가장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임상 2상을 진행하기 위한 펀딩도 완료한 상태다.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분사한 이뮤노멧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대사항암제 IM-156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뉴지랩은 미국 항암 신약물질 개발 전문기업 고디스커버리로부터 대사항암제 기술을 이전받았다. 

고디스커버리는 3-브로모피루브산(3BP) 물질을 기반으로 대사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뉴지랩은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 미국에 자회사 뉴지랩파마를 설립했고, 2020년 임상 1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임바이오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사항암제 후보물질 NYH817100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임바이오는 임상 1상을 통해 NYH817100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하임바이오는 "임상시험을 통해 4세대 대사항암제 개발을 위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는 대사항암제가 그간 개발된 항암제들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 에너지 생성경로의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을 억제해 암의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는 기전인 만큼,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완치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암 세포의 대사를 타깃으로 부작용 없는 First-in-Class 신약을 만들어 낸다면, 국내 바이오가 전 세계 21조원 규모의 항암제 시장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시각 보이는 학계
"이론상으로는 매력적이긴 한데..." 

대사항암제가 기존 항암제의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학계에서는 개발 가능성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대사항암제가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가설이고, 앞으로의 연구개발 방향과도 부합하지만, 임상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란 반응이다. 

대사항암제가 과거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실패한 만큼, 바이오 업계가 현재 개발된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임상을 통해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종양혈액내과)는 "대사항암제의 기전이 이론적으로는 꽤나 설득력 있고 매력적이다"면서도 "신체는 실험실의 계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암도 세포의 일종인 만큼 공격에 대한 회피전략을 만드는 한편, 우리 신체도 암 세포의 에너지를 차단하는 대사항암제 기전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보다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인 만큼 임상시험 결과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개발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 대사항암제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사를 조절해 항암효과를 갖는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정상세포의 대사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정상세포도 대사활동을 하며, 암 세포의 대사활동과 다르지 않은데 그 차이를 구분해 암 세포만 특정해 대사활동을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암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자고 정상세포까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암 세포의 대사활동 기능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우리 몸의 대사활동 기능도 억제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암 세포가 갖고 있는 특정 활동을 공격하는 기전을 뒷받침할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만큼 대사항암제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김강모 교수(소화기내과)도 "대사항암제라는 게 뜬구름 잡는 가설이 아닌 만큼 신약 개발 가능성을 단정짓긴 어렵다"며 "그간 여러 연구를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연구개발의 방향성은 맞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