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정주영 교수팀, 11만 여명 연구조사
비알코올성지방간과 우울증 상관관계, 혼란변수 조절한 상황에서는 관련 있어
정확한 관련성 파악 위해 더 많은 연구 필요  

지방간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걸까? 우울증 때문에 지방간이 발생하는 걸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실마리를 주는 논문이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정주영(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와 우울증은 상관이 있다는 연구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 Korean Med Sci. 2019 Aug;34(30):e199)에 게재했다.   

정 교수팀은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하는 11만2797명을 대상으로 지방간 정도에 따라 ▲ 지방간 인덱스(FLI) ▲ NAFLD 섬유화 점수(FIB-4) 등으로 나눠 초음파를 실시했다. 또 우울 척도(CES-D)를 사용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비보정 상태에서, 비알콜성 지방간의 발병 및 중등도는 우울증 증상과 유의하게 관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혼란변수(covariate)를 조절한 상황에서는 지방간 정도에 따라 우울증 발생에 차이가 발생했다.

경증 지방간일 때 우울증 발생률이 1.14, 중증 지방간일 때 1.32였다. 또 지방간 지수는 30~60 미만일 때 우울증 발생률은 1.06이었고, 60 이상인 사람은 1.15로 증가했다. 

이미지출처:포토파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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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에게 지방간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는 주목받는 주제는 아니었다. B형, C형 간염에서 조직학적으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몇 편의 선행연구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눈길을 끄는 연구 논문이 대한의학회지에 실렸다.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정주영(소화기내과)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는 NAFLD와 우울증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논문에 관련된 얘기를 들어봤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지방간과  우울증 발생의 관련성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우리 연구에서 상관성을 밝혔다는 게 의미라 할 수 있다.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역학연구라는 점도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 지방간 때문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지방간이 이유가 돼 우울증이 생기는 것인지, 우울증이 지방간을 유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울증이 만성염증을 일으켜 지방간을 생기게 할 수 있고, 또 지방간이 있으면 인슐린저항성을 높혀 우울증을 악화시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정도의 추측을 할 뿐이다. 지방간과 우울증 간 직접적인 영향을 파악하려면 역학연구로는 부족하고, 임상연구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로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인슐린저항성을 지목하는 의견도 있지 않나?   
사실 이 분야에서 정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 병원에서 몇 년 전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선행연구를 한 적이 있다. 지방간이 있어도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는데, 그렇다면 우울증과 지방간은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졌다. 연구 결과 인슐린저항성을 보정해도 NAFLD와 우울증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과관계를 보려면 결국 임상시험이 필요한 것 같다. 

- 이 연구의 단점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우리 연구는 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울 척도(CES-D)를 설문조사와 초음파를 이용해 지방간을 조사했다. 설문조사와 초음파라는 것이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우울증상을 알아보기 위해 20문항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는 우울증을 확진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 증상을 알아보는 것이다. 초음파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음파는 지방간을 파악할 때 시간도 비교적 짧고, 방사선 노출 등의 문제도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초음파를 지방간의 확증검사로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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