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 치료, HIV 감염 위험을 90% 이상 감소시키지만, 실제 복용률은 낮아
미국 연구진, PrEP 치료 대상자를 전자 의료기록 기반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식별법 개발
감염내과 교수 "미국과 한국은 HIV 감염 통로가 많이 달라... 한국 적용은 힘들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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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프렙(PrEP, pre-exposure prophylaxis)' 치료는 HIV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획기적인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복용하는 사람은 적다.

이에 미국 연구진은 전자 의료기록을 사용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HIV 고위험군을 성공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를 최근에 발표했다.

미국 연구진은 식별하기 어려운 PrEP 치료 대상자를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HIV로 감염되지 않고, PrEP을 치료받지 않은 대규모 통합 건강 관리 시스템인 카이저 퍼머넌트 북캘리보이나(Kaiser Permanente Northern California)에 등록된 370만 명 성인의 의료 데이터를 사용했다.

81개의 전자 건강기록(EHR)을 변수를 사용해 LASSO 회귀모델 분석을 적용해 3년 이내 HIV 진단 가능성을 예측했다. 최종 위험 예측 모델에는 성별, 인종, HIV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 거주, 발기 부전 치료제 사용, 성병 감염(STI) 검사 및 양성과 같은 변수가 포함됐다. 

그 결과, 예측 모델은 일반 환자의 약 2%만 잠재적인 PrEP 치료자 후보로 식별했다. 또 남성 HIV 사례의 46%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연구에 관련해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미국과 한국에서 HIV 감염 상황은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동성애, 마약, 성관계 등 많은 요소가 섞여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약 90%의 HIV 감염은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국내에서 치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아직 동성애자에 대해 상당히 폄하가 심하고 인권적인 모욕도 많이 당한다. 이런 장벽 때문에 동성애라고 사람들에게 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PrEP을 하려면 동성애자라고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는 동성애는 상대적으로 보편화 돼 있다. 한국에서 PrEP 하는 경우는 남편이 HIV 양성인데 육아 준비를 위해 아내가 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PrEP 치료를 하는 것은 상당히 적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미국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젊은 연령층에서 에이즈 환자 급증...PrEP 처방은 어려워

한편 우리나라는 젊은 연령의 에이즈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에이즈학회에서는 늘어나는 신규 환자는 대부분 젊은 층이라는데 인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밝힌 신규 감염자 1199명 중 20대가 33.7%(404명)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30대 24.1%(289명), 40대 18.6%(223명)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6.4%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로는 대부분 성관계다. 남자들 간의 성생활을 즐기는 동성애자고 이들은 또 다시 여성과도 관계를 즐기는 양성애자다. 

에이즈를 예방 방법은 두 가지다. 에이즈 감염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과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성관계를 해야 하는 이른바 '에이즈 노출 위험이 큰 사람'이 스스로 약물을 먹어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런 감염 예방 치료는 PrEP 치료로 알려졌다. 즉 동성애자, 양성애자, 에이즈 환자를 둔 가족이나 애인은 둔 사람 혹은 성 매수와 관련된 사람이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치료를 하면 에이즈 감염을 95%가량 막을 수 있다.

PrEP 약물로는 7년 전 허가된 길리어드의 트루바다(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가 있다. 성관계를 앞두고 일정 기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매일 복용하면 PrEP은 HIV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PrEP은 매일 복용 할 때 성관계로 인한 HIV 감염 위험을 약 99% 감소시킨다. 영국에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주요 PROUD 연구에 따르면 트루바다 복용은 HIV 위험을 86% 줄였다.

그러나 PrEP 사용의 장벽은 의료진이 HIV 감염 위험 높은 환자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트루바다와 같은 치료제가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PrEP 치료를 복용하는 사람은 사회적인 부담이나 비용 문제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의료원 신형식 교수(감염내과)는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PrEP 처방은 아주 적다. 국내에서 실제로 처방된 수는 200건이 안 되는 것 같다"며 "PrEP이 우리나라에서 잘 홍보돼 있지도 않고 처방이 가능한지 잘 안 알려져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이 오기 힘들고 약값도 비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고위험군은 이 약을 먹아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쑥스러워하거나 남의 눈치를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트루바다 1알은 약 14,000원으로 한 달에 약 420,000원에 이른다. 1년에 약 5백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편 길리어드에 따르면 트루바다 특허는 미국에서 예상보다 1년 일찍 만료될 예정이며 2020년부터 트루바다 제네릭이 사용 가능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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