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코리아 심혈관질환사업부 이진아 총괄 "신장애 등 동반질환 있는 비판막성 환자에 혜택 강조"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가장 치열하고 역동적인 치료제 시장 중 하나를 꼽으라면 비-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AC) 시장을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실제 급여확대 이슈가 있었고, 4가지 신약이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경구용 항응고제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포스트 와파린'이라는 수식어도 지웠다.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는 국내 출시된 첫번재 NOAC으로 10년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비스트 기준으로는 상반기 NOAC 원외처방액 1위 자리도 내줬다. 바이엘코리아 심혈관질환사업부 이진아 총괄을 만나 그동안 자렐토가 이뤄놓은 성과와 함께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들어봤다.

Q. 자렐토가 국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항응고제 시장에서 자렐토의 성과와 역할을 평가하자면. 

= 자렐토는 해마다 적응증 뿐만 아니라 치료영역을 확장하고자 꾸준하게 노력을 해왔고, 현재 국내 시판중인 NOAC 중에서 가장 많은 6개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27만 5천명의 환자가 자렐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워낙 광범위하게 연구가 이뤄져 왔고, 그 결과들이 쌓이면서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근거 중심의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시장 리더십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심혈관질환 맞춤 치료제’로 성장하려고 한다. 심혈관질환 자체가 복잡하고 다양한 환자군을 포함하는 만큼, 폭넓은 적응증과 치료영역을 바탕으로 자렐토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Q. 자렐토 책임자로서 가장 위기였던 순간을 꼽자면?

=2013년 11월에 바이엘에 입사했다. 자렐토는 2009년 7월에 국내에 출시됐고, 2012년도에 주요 적응증인 SPAF(Stroke Prevention in Atrial Fibrillation)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입사 당시엔 자렐토의 성장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 확대를 두고 어려움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장 좋았으면서 위기였던 순간은 2015년이다. 당시 내부적으로는 주요 적응증인 SPAF분야에서 자렐토의 급여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시작됐다. 병원 출입에 제약이 생겨 의료진에게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 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생각해낸 묘안이 Record V Detailing이다. 담당 MR이 주요 메시지를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의료진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메일 전송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받는 부분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다. 여러 노력 끝에 제품 관련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상당히 많은 선생님들께 보내드릴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2015년을 기점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마케팅팀이나 영업팀에서도 당시 이야기를 많이 한다. NOAC은 2015년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한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되면서 처방량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Q. 올해 상반기 원외처방실적을 보면 자렐토가 2위로 밀려났고 3위인 엘리퀴스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 독일 레버쿠젠 공장의 개보수 작업 떄문에 발생된 품절의 영향이 컸다.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품절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는 제품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품절을 예방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었다.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즉, 신장애와 같이 동반질환이 있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자렐토의 혜택 등 자렐토가 얼마나 가치 있는 치료 전략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릴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품절 이슈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렐토를 쓰는 선생님과 환자는 그만큼 약의 장점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

Q. 최근 4가지 NOAC 대상 뇌졸중 예방 효과와 출혈위험을 비교한 리얼월드 연구가 발표됐다. 자렐토에 유리하지는 않은데. 

= 리얼월드 연구가 갖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한계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각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일관성이다. 물론 후향적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자렐토가 무작위대조시험(RCT)부터 전향적인 리얼월드에비던스(RWE), 후향적인 RWE를 분석, 취합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 연구들로부터 일관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자렐토는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가진 RCT인 ROCKET-AF를 중심으로 해서 그 이후에 RWE를 통해 근거를 강화해 가는지를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향적 RWE인 XANAP연구 결과, 자렐토를 투여받은 환자의 96% 이상이 주요출혈,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경험하지 않았다. XANAP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약 37%는 한국인으로, 국내 임상의들에게 한국인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자렐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도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 정도에 발표될 예정이다.

Q. 경쟁제품은 회사 간 코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자렐토 역시 국내사의 러브콜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특별히 코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 오히려 초창기에 러브콜이 많았던 것 같다.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NOAC 시장의 주요 적응증인 SPAF 분야 처방의 90% 이상이 병원에서 나오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협업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초기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원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나서고 있고, 우리도 종종 개원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코프로모션 관련해서는 무엇이 결정됐다기 보다는 아직 열려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Q. 경쟁제품은 제네릭이 출시됐다. NOAC 시장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자렐토팀의 계획과 포부는 무엇인가.

= 지난해 NOAC 중 유일하게 관상동맥질환(CAD)과 말초동맥질환(PAD)에서 적응증을 받았다. 적응증을 하나 추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NOAC 중 유일하게 정맥과 동맥 모두에서 치료가 가능한 제품임을 입증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심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환자에게 권유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NOAC인 셈이다. '자렐토는 있어야 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렐토는 항응고 치료가 필요한 모든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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