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 심평포럼 열려
심평원, 실시현황 및 적정성 분석 결과 필요성 높다고 판단해
醫, 졸속추진·탁상행정 비판…현 관행수가 보전해야 논의 가능할 것
복지부, "착수 단계 의견 공유 자리일 뿐 적정한 해결책 같이 찾자"

심평원은 지난 30일 서울사무소 대강당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심평원은 지난 30일 서울사무소 대강당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정부가 응급실과 중환자실로 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인플루엔자 A·B 바이러스 항원검사(간이검사)의 확대 적용에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의료계가 관련 논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여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부의 추진 의지가 워낙 강해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안 마련 위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또한 학회나 대학병원보다는 대한의사협회 및 개원의사 단체 위주로 협의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상황이다.
 

심평원, 적정성 분석 결과 급여화 필요성 높다고 판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0일 심평원 서울사무소 지하1층 대강당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를 주제로 '제43회 심평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심평원 김소희 부연구위원은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의 실시현황 및 급여 적정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는 간편하고 신속하게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비급여를 실시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종별 환자 수(왼쪽, 상병기준, 2017년 7월~2018년 6월)
인플루엔자 종별 환자 수(왼쪽)와 종별 입원 및 외래 환자 수(오른쪽). 둘 모두 2017년 7월~2018년 6월까지 상병 기준. 

실제로 김소희 부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인플루엔자 상병환자는 240만명으로 이 중 71.67%인 178만명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그 뒤를 병원(14.13%), 종합병원(12.12%), 상급종합병원(1.84%)이 잇고 있다.

아울러 인플루엔자 환자 중 9세 이하가 32.33%, 19세 이하 46.70%로 소아청소년이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65세 이상 환자는 3.67~8.52%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종별로 따지면 91.17%가 외래 환자인데, 병원급 이상에서는 입원 환자의 비중이 크지만 인플루엔자 환자의 약 4분의 3을 진료하는 의원은 98.8%가 외래 환자인 특징을 보였다.

즉, 소아청소년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의원급에 외래로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의미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 심평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조사자료와 이비인후과학회 업체 판매량 조사자료를 토대로 의료기관 종별 관행가의 중앙값을 적용한 결과 약 830억원으로 추계됐다.

심평원은 급여화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한 대체가능성 여부와 해외 현황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적정성 분석요약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적정성 분석요약

우선, 검사장비 및 검사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검사로 분자병리검사 원리의 '신속검사'가 있으나 비용이 약 10만원 정도로 고가이고, '실험실 분자병리검사'도 검사 소요시간(5시간가량)이 긴 것으로 확인돼 대체가능성이 낮았다.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국외 행위 분류 및 등재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공보험인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에서 보험적용 금액을 1만8700원으로 정하고 있고, 일본은 2018년 진료보수 점수표에 약 1만4546원으로 등재했다.

김소희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전체 의료기관 종별 중앙값이 3만원으로 조사됐다"며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3만9250원, 종합병원은 3만원, 병원과 의원은 2만5000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항생제 투여 감소에 기여하고 빠른 격리가 가능한 점, 기술개발로 검사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급여화의 필요성으로 제시됐다"며 "단지, 검사 대상자 수가 많아 건보 재정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와 검사 제품별 검사정확성의 편차가 큰 것 등은 급여 전환 시 고려할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대다수 의료계 관계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대한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관련 학회, 의사회, 협회 등에서 참석한 대다수의 패널들이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보 적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감염학회 서유빈 정책기획위원은 "미국과 일본 수가 결정의 근거를 살펴봐야 하는데 객관적인 근거 없이 외국을 따라가겠다고 하면 수긍하기 어렵다"며 "국내 사정에 맞는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위원은 "부실한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현재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급여화가 됐는데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고 역설했다.

즉, 심평원 자료에도 나온 것처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검사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들이 응급실로 가는 상황은 올바르지 않다는 게 은 위원의 주장인 것.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승훈 보험이사도 미국과 일본의 수가를 예로 든 심평원 발표의 맹점을 꼬집었다.

이 이사는 "일본의 경우 검사 시행과 판독을 별도로 나눠 각각 약 1만5000원씩 총 3만원가량으로 수가가 책정됐다. 그냥 만들어진 수가가 아니다"며 "최소한 이 수준에서 수가가 결정되고 급여화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하상철 의무이사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를 '졸속'이라고 표현하며 탁상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감염관리료 위험 수가와 정부의 건보재정이 확충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못 박은 하 의무이사다.

하 의무이사는 "감염관리료 수가를 책정하고 건보 재정을 확충한 다음에 시간을 갖고 급여화 해야 한다"며 "의원급에서 독감을 71% 이상 관리한다고 하면서 관행수가에도 못 미치게 수가를 정하면 받아들일 수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정부의 설명이 부족해 이성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서 이사는 "현재 관행 수가인 3~4만원을 반토막 낸다면 나머지 차액 부분을 어떻게 보상해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는 것이 의료계를 흥분하게 만든다"며 "검사키트 별도 보상, 선별급여 여부, 행위료 등 이성적인 논의가 필요하게끔 정부의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급여화 착수단계일 뿐'…'합의점 함께 논의 하자' 제안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단상에 누워 2시간 침묵 농성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일 뿐 당장 건보 적용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며 의료계를 진정시키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급여 필요성을 이미 복지부가 인지했고, 제도 강행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내 의료계와의 합의가 어디까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급여화를 착수하는 단계, 즉 어떤 방식으로 갈 것이냐를 검토하는 시작 단계"라며 "빈도 측정과 관리에 대한 고려, 수가 수준 결정, 손실 보전 방법 이 3가지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쟁점"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급여로 관행가를 보존하려면 단일 비급여로는 높은 수준인 약 2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어떤 수가 항목으로 이를 보전할 것이지도 논쟁 사항이라는 게 손영래 과장의 설명이다.

손 과장은 "관계된 과도 많아 오랫동안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독감 검사는 개원가와 중소병원의 점유율이 높아 학회나 대학병원보다는 개원의 단체, 의협 등과 같이 논의해 적정한 해결책을 찾고 그 안에서 급여화 방안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행사상 단상에 누워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 반대 침묵 시위를 펼쳤다.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행사상 단상에 누워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 반대 침묵 시위를 펼쳤다.

또한 손 과장은 응급실과 중환자실로 인플루엔자 환자가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임을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우선 급여화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받은 권역센터, 지역센터 등이 해당된다"며 "각종 비용이 붙는 응급실에서 인플루엔자 검사를 받기 위해 10만원가량의 돈을 지불하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 중 한명으로 예정됐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포럼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단상에 누워 2시간이 넘도록 침묵 농성을 펼쳤다.

이에 좌장과 발제자, 토론자 등이 임 회장을 피해 다니며 행사를 진행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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