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도 HPV 예방접종 필요할 수 있다고 여지 남겨…권고 대상에 '남성' 포함
신생아 백일해 예방 위해 임신부 27~36주에 TDaP 예방접종 권고
공수병·일본뇌염·폐렴사슬알균·홍역·A형간염 등 권고안 변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감염학회(이사장 김양수)가 7가지 백신 예방접종 권고안에 변화를 준 '성인예방접종' 지침서 개정판을 공개했다. 

학회는 19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우리나라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성인예방접종 3판'의 주요 개정 내용을 소개했다. 

변경된 내용을 종합하면, 백신 예방접종이 필요한 대상군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실제 임상에 보다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2판보다 권고안을 단순화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질병명에 변화를 준 점도 눈에 띈다.

개정판은 현재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며 이달 말 또는 8월 초에 임상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7년 만에 전체 개정된 '성인예방접종 3판'의 변화된 내용을 정리했다. 

HPV 예방접종, '남성' 권고 대상에 추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접종 권고안의 경우, 중년 여성도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2판에서는 11~12세 여아에게 HPV 기초 예방접종을 진행하도록 했다.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을 다 마치지 못한 경우, 예방접종으로서 4가 백신을 13~26세 여성이, 2가 백신을 13~25세 여성이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대한부인종양학회는 HPV 백신이 중년 여성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2016년에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권고안'에서는 27~45세인 중년 여성에게 HPV 백신 접종은 효과가 있으며, 개인별 위험도에 대한 임상적 판단과 접종 대상자의 상황을 고려해 접종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HPV 백신 허가사항에 중년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개정판에서는 중년 여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본문에 언급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는 19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나라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3판 권고사항을 소개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는 19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나라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3판 권고사항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HPV 예방접종 권고 대상에 '남성'을 새롭게 추가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4년 소규모 개정 당시 HPV 백신이 성인 남성에게도 승인돼 권고안에는 HPV 백신의 허가사항이 남성까지 확대됐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남성에게도 HPV 백신을 권고해야 하는지는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상황.

학회 논의 끝에 이번 개정판에는 남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9~21세인 남성에게는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HIV 감염인을 포함한 면역저하자,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26세까지 접종을 권했다.

아울러 14세 이하에게 HPV 백신 2회 접종이 성인 3회 접종과 동등한 예방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HPV 백신을 총 2회 접종하도록 추가로 기술했다. 2차 접종은 1차 접종을 진행하고 6~12개월 후에 진행하도록 했다.

미국·유럽, 임신부에게 TDaP 접종 권고…국내는 '임신 26~37주'로 정리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예방접종 권고안에서는 임신 27~36주인 여성에게 TDaP를 접종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014년 소규모 개정안을 다시 검토하면서 임신부에게 TDaP 예방접종을 권고해야 할지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다. 미국, 유럽의 경우 백일해가 유행하면서 임신부에게 TDaP 접종을 권고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우리나라는 백일해 유행 상황이 아니었기에 일괄적으로 모든 임신부에게 TDaP를 권고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교수는 국내에서 백일해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월 발간한 '2018년도 감염병 감시연보'에서 우리나라 백일해 발생 상황을 보면, 2018년 980건으로 전년도 318건보다 2배 이상 환자가 증가했다. 

최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6월 발간한 '2018년도 감염병 감시연보' 자료를 활용해 국내 백일해 발생 상황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6월 발간한 '2018년도 감염병 감시연보' 자료를 활용해 국내 백일해 발생 상황을 발표했다.

그는 "백일해는 임상에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강하다. 환자들이 진료받지 못해 보고되는 환자보다 기저 환자가 더 많을 것"이라며 "백일해에 대해 알려지면서 의료진들이 백일해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백일해가 유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개정판에서는 TDaP의 안전성에 대한 큰 이슈가 없다고 보고, 임신부는 신생아의 백일해 예방을 위해 매 임신 27~36주에 TDaP를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그는 "제한적이지만 임신부에게 TDaP 접종 시 큰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추후 국내 백일해 발생 추이와 유행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겠지만, 백일해 예방을 위해 이번 개정판에서는 TDaP 접종을 임신 27~36주에 진행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홍역' 막아라…백신 접종력 '2회'라면 면역 증거 있다고 판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홍역은 환자 진술만으로 면역 추정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의료 기록을 통해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지 판단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예방접종 기록으로 확인한 백신 접종력이 2회라면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 실험실 검사로 진단된 홍역 병력, 혈청검사로 확인된 홍역에 대한 면역력 등이 있다면 홍역에 대한 면역 증거가 있다고 기술했다. 

다만 1967년 이전 출생자는 자연감염으로 홍역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이를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때문에 개정판에서는 1967년 이전에 출생한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일반 성인에게 적용하는 면역 추정 증거 중 출생연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는 "1967년 이전 출생자는 대다수 홍역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연령을 기준으로 면역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홍역에 대한 면역 추정 근거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 해당돼야 면역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볼거리는 사람 간 접촉이 잦은 집단 내에서 유행이 발생했을 때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기존 홍역-볼거리-풍진(MMR) 혼합백신 2차 접종을 한 사람도 3차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폐렴사슬알균 권고안 '단순화'

폐렴사슬알균 권고안은 기존보다 '단순화'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2014년 소규모 개정 시 △65세 이상 건강 고령자는 3가 단백접합백신(PCV13) 또는 23가 다당질 백신(PPSV23)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는 PCV13 접종 후 PPSV23 △18~64세 만성질환자는 PCV13 또는 PPSV23 △18세 미만 면역저하자는 PSV13 접종 후 PPSV23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안이 복잡해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최 교수의 전언이다.

이에 개정판에서는 접종 권장대상과 시기를 간단하게 제시했다.

먼저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PPSV23을 1회 접종하거나 PCV13과 PPSV23을 순차적으로 1회씩 접종하도록 했다. PPSV23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있고, PCV13은 우리나라 비용-효과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세 이상 만성질환자, 뇌척수액 누수 환자, 인공와우를 삽입한 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PCV13과 PPSV23을 차례로 접종하도록 명시했다. 기존 2판과 비교해 권고안을 간단하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접종 횟수 및 순서, 간격의 경우 △PCV13은 1회 접종 △PPSV23은 고위험 상태에 따라 최대 2~3회까지 재접종하도록 했다. 

PCV13과 PPSV23을 순차적으로 접종한다면 접종 간격은 최소 1년이다. 단 뇌척수액 누수 환자, 인공와우를 삽입한 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PCV13를 접종하고 8주가 지난 후 PPSV23을 접종한다.

광견병→공수병…면역력 없는 노출자, 5회→4회 접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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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서는 2판까지 '광견병'으로 표현했던 질병명을 '공수병'으로 변경했다. 사람에게는 '광견병'보다는 '공수병'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질병명에 변화를 줬다.

이와 함께 공수병 발생 위험지역에 대한 구분을 삭제했다. 2판에서는 '광견병 발생 위험지역'과 '비위험지역'으로 나눠 백신 접종 용량 및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공수병 환자가 없고 2013년부터는 동물 광견병 발생도 보고되지 않으며, 2016년 질병관리본부도 공수병 발생 위험지역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았다.

즉 공수병 위험지역을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해져 이번 개정판에서는 공수병 발생 위험지역과 비위험지역을 통합해 백신 접종 용량 및 방법을 기술했다.

공수병 백신 접종 횟수는 기존 5회에서 4회로 변경했다.

그는 "질본은 면역력이 없는 노출자에게 공수병 백신을 5회 접종하도록 권고하지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에 비춰볼 때 4회 접종을 권한다"며 "국내에서도 5회와 4회 중 접종 횟수를 권고하는 데 있어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학회는 4회 접종만으로 공수병에 대한 충분한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고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변화를 줬다. 이에 면역력이 없는 노출자는 공수병 백신을 0, 3, 7, 14일에 한 번씩 총 4회에 걸쳐 어깨세모근에 주사한다.

단 노출 후 공수병 면역글로불린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질본의 예방접종 지침서와 마찬가지로 28일에도 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 필요한 대상군 분류해 기술

일본뇌염 권고안은 뉘앙스가 달라졌다. 2판에서는 일본뇌염 백신 접종 권장대상으로 '국내 거주 성인의 보호항체에 대한 역학연구가 없어 일괄 접종을 권유할 수 없다'고 가장 먼저 명시했다.

그러나 대다수 지침은 예방접종이 필요한 대상군 또는 상황을 기술하기에, 학회는 '권유할 수 없다'는 권고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필요한 대상군과 접종 시기를 나눠 권고안을 명시했다. 또 일본뇌염 생백신 접종 용량 및 방법으로, 약독화 재조합바이러스 생백신은 0.5mL를 1회 피하주사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추가로 기술했다.

A형간염, 항체검사 나이 30세 이상→40세 이상

A형간염 권고안에서는 항체검사가 필요한 연령을 높였다. 2판의 경우, 국내 A형간염 유행과 역학을 고려해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30세 미만에게는 항체검사와 상관없이, 30세 이상에게는 항체검사 후 음성이면 백신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연령군에 따른 항체 유병률의 변화를 본 결과, 30세 이상에서 항체검사가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연령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개정판에서는 항체검사 기준을 기존 30세에서 40세로 높여, 40세 미만에서는 항체검사결과 없이 40세 이상에서는 항체검사 후 음성일 때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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