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부터 3개 영역 7개 주제로 시작…개원가 반대로 전문심사위원회 구성 여전히 난항
심평원, 복지부 고시 행정예고 이후 두 차례 간담회 통해 의료계 설득 및 해명에 총력
의료계 일각, "개편 내용 자세히 이해하고 목적 알면 극구 반대하기만 할 일 아냐" 지적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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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심사체계 개편의 핵심인 '분석심사'의 첫 단추인 선도사업이 8월 1일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의사들이 이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인정하느냐에 따라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분석심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서서히 나오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한 선도사업 시행 직전까지 의료계 설득과 이해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협 등 일부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석심사를 강행하려는 모습에 불신과 반발이 더욱 높아져, 전문심사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분석심사로 대표되는 심사체계 개편을 시행하기 위한 고시 개정안을 지난 9일 행정예고 한 바 있다.

이에 심평원은 행정예고 직후 10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과 '전문심사위원회 구성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말 심평원이 분석심사 선도사업 시행을 위해 지역별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와 주제별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e, SRC)'의 위원 추천을 의료계 각 단체에 주문했지만 복지부의 행정예고 때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행정예고 이후 심평원이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전문심사위원회 구성'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한 의지와 다름없다.

심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의협은 회의 자체를 거부한 이전과 달리 궁금한 내용과 개선 사항을 물었고, 병협과 의학회는 심사체계 개편의 취지 자체에 이미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병협의 전문심사위원 추천은 완료됐으며, 의협을 필두로 한 나머지 의료단체의 추천 몫은 내부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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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의협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갔기 때문에 내부에서 논의를 거치면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두 번째 간담회에서 개원의협의회는 참석 자체를 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원의협의회는 두 번째 간담회 직전 '소신진료 저해하고 국민건강 위협하는 심사개편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개정안 예고 20일 만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개원의협의회는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진료 형태에서 벗어나면 이를 '변이'라고 지목해 삭감하면 진료 하향평준화를 이끌 것"이라며 "전문심사위원회 역시 지금의 심사위원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회의에 참석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간담회 당시 심평원이 '복지부의 행정예고 시기를 미리 알거나 의도하고 의료계 단체들과 회의를 잡은 것이 아니다'는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미 해당 고시 내용이 건정심에서 의결된 바 있고, 의결 사항에 심사체계 개편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고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함께 진행된 것뿐이라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심평원은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은 전문심사위원회 구성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심사위원회 구성도 구성이지만 시스템 개편을 하는데 오래 걸렸고, 고시 입법예고를 준비하는 과정과 시범사업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 소요된 시간 등 복합적인 이유로 지연됐다"며 "어느 한 가지 이유로 지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심사위원회 구성이 계속해서 늦어진다 하더라도 분석심사 선도사업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은 낮게 점친 이 관계자다.

그는 "위원회 구성이 안됐다고 8월 1일 일정이 늦춰지진 않을 것 같다"며 "만약 미뤄진다면 전체적인 준비의 문제이지 위원회 구성 때문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개편 방향·목적 이해도 높이는 것이 관건

이처럼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두고 정부와 의협 등 일부 의료계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지만 심평원은 심사체계 개편에 대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막바지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 18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제28기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수업에서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심사체계 개편 방향'을 강의했다.

강의를 청취한 참석자들은 예상대로 △위원회의 인적구성 △복잡한 개편 내용 △의학적 전문성 훼손 가능성 △정부의 급박한 추진 속도로 인한 불신 등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심평원 심사기획실 이영아 실장은 "그동안 일관되지 않은 심사를 한 심평원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큰데 앞으로 모든 개편 과정에 있어서 의료계의 자문을 충분히 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실장은 의료계 설득과정을 미리 갖지 못한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강의처럼 시도의사회 관계자, 보험위원 등 여러 의료단체에게 개편 내용을 진작 설명하려 했는데 의정 대화가 중단되면서 기회가 없었다"고 석명했다.

그는 이어 "심사체계 개편의 취지가 의료계가 바라던 방향이라는 의도를 알면 분위기가 괜찮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아 실장의 기대처럼 무작정 이번 심사체계 개편을 반대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감지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사표현을 해야지 왜 논의 자체를 거부하느냐는 염려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간 심평원 스스로가 쌓은 불신의 벽이 높은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바람직한 제안을 해도 못 믿는 것이 현재 의료계 분위기"라며 "심평원이 설명을 하면 할수록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지고 있으나 불신이 없어지긴 쉽지 않은 듯하다"고 꼬집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도 일부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개편 취지에 대한 이해가 퍼지고 있는 상황임에 동의했다.

그는 "분석심사를 100% 이해하고 있는 의사가 아직 많지 않으나 설명을 들은 후 생각보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꽤 있다"며 "PRC와 SRC가 구성되고 나서 이들이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지 설정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제도의 옳고 그름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정치적 이슈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식으로 의료계가 움직이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분석심사로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하향평준화와 혹시라도 총액계산제로 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인데, 당장 8월 1일에 강행되더라도 필드에서 느끼는 차이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중요한 것은 향후 심사체계를 어떻게 개편하고 보다 수용성이 높은 제도로 탈바꿈 시킬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며 "기존 심사체계가 익숙해 이를 고수하려는 위원과의 충돌 중재 과정 등 앞으로 많은 논의 과정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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