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케어로 쏠림현상이 크지 않다고 하는 이유
대형병원도 의원도 현장은 곡소리 가득해 시전 차이 존재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지역 병원 혹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지난한 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현재의 쏠림 현상이 특별할 것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의료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 상급종합병원은 그들 나름대로 고충을 겪고 있고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줄어가는 환자를 체감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고 난 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화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통계자료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공식적·객관적·확정적인 데이터는 딱히 나온 것이 없는 실정이다. 환자 쏠림 현상을 두고 현장과 정부의 시선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는 대목이다.

 

[창간 18주년] 대형병원 쏠림 심화? 어디까지가 진실?①에서 계속(클릭)
 

■ 政 “지급시점 말고 진료시점으로 보면 예년 수준”

정부는 아직까지도 일관되게 문재인케어 이후로 환자쏠림현상이 심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019년도 복지부 업무추진 계획' 발표장에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상급종합병원 내원 환자가 문재인케어 추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반박했다. 

당시 박 장관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환자 증가 수를 파악 중인데 10% 내외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을 통해 환자 쏠림현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월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건강보장 Issue&View' 웹진을 통해 빅데이터 시대 다양한 통계 속 정책의미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을 일부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케어 이후의 환자 쏠림현상이 사실이거나 거짓이거나의 얘기가 아닌 시점차이에서 오는 통계적 오류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다.

올바른 해석을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의 청구 과정과 관련된 시점별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정확한 평가와 원인 진단을 위해서는 '지급시점'이 아닌 '진료시점'에서의 통계를 바탕으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이 웹진에 따르면 총 진료비용인 요양급여비용총액의 진료시점과 지급시점에 따른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전체적인 추세로 보면 지급시점에서의 총 진료비용(지급된 비용)이 진료시점에서의 총 진료비용(진료된 비용)과 유사하나 특정시점 기준으로는 차이가 발생한다.

절대 금액으로는 분기 기준 1조 6000억원(2017년 1분기), 연 기준 1조 5000억원(2017년)까지 최대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만 보면 진료시점과 지급시점에 따른 차이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그래프3>. 상급종합병원의 2017년 1분기 지급된 비용 1조 5627억원은 진료된 비용 3조 337억원의 약 52% 수준에 불과한 반면, 2018년 3분기의 지급된 비용 4조 7387억원은 진료된 비용 3조 3326억원의 142%에 해당한다.

2017년 1분기와 2018년 3분기만 단순 비교해도 전혀 다른 통계치가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년 같은 분기(2017년 1분기)와 대비해 증감률을 보면 2018년 1분기는 지급된 비용이 약 1.6배, 즉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진료된 비용은 11%(1.11배)에 불과하다.

아울러 2017년도에는 진료된 비용에 비해 지급된 비용이 1조 5000억원가량 적었으나 2018년도에는 1000억원 많았다. 이에 2017년도에 비해 2018년도의 진료된 비용은 약 6조 6000억원 증가했지만 지급된 비용은 약 8조 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도별 전년 대비 증감률을 진료된 비용 시점으로 하면 2016년 11%, 2017년 8%, 2018년 9%로 집계되고 지급된 비용 시점으로 하면 2016년 11%, 2017년 7%, 2018년 12%로 다른 수치를 보이는 것도 시점별 차이가 발생했음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상급종합병원만 관련해 지급된 비용으로 해석하면 2018년도 1분기 진료비용이 2017년도 1분기보다 약 60% 급증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지급에 대한 처리시점 때문인 것으로, 실제 진료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며 '심사 및 지급 업무'가 2017년보다 2018년에 더 많이 이뤄졌다는 업무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강조 사항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빅데이터실 김연용 건강서비스지원센터장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에 대한 진단이 지급시점에서의 진료비용에 근거한다면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질 수 없다"며 "왜냐하면 심사 및 지급 업무는 실제 진료가 이뤄진 현상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지급된 비용'과 관련된 부분은 '지급'적자와 상급종합병원 '지급'쏠림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진료시점에서의 진료비용에 기반해 평가하면 문재인케어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의한 현실변화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료 시점에서 통계를 활용하면 문재인케어로 인한 재정 지출은 예년 수준의 증가폭을 보이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증가 추세도 예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급격한 재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장기 추세적 증가에 대한 진단 및 평가는 이뤄질 필요가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하지만 현실은? 대형병원도 의원도 현장 곡소리 가득

정부는 소위 '진짜 쏠리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계 현장은 상급종합병원, 중소병원, 의원 할 것 없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병원은 의사 1인당 환자 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몰리고 있고 반대로 중소형병원과 의원은 환자들이 모두 대형병원으로 떠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계 환경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부분이다.

주요 대형병원들이 넘치는 환자로 기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박리다매'로 병원 살림을 지탱하고 환자진료에 목을 매는 상황이 교육이나 연구가 더 큰 책무이자 역할인 상급종합병원에게는 불행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박리다매'로 병원 살림을 지탱하고 환자진료에 목을 매는 상황이 교육이나 연구가 더 큰 책무이자 역할인 상급종합병원 및 빅5병원들에게는 불행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재인케어로 빗장이 풀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에만 집중해 몸집을 불리는 '진료병원'으로 전락하는 것이 의료계나 국가 경쟁력에 도움을 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MRI와 CT 검사를 받으려면 비정상적인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현재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K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환자 수 급증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말은 이미 교수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오던 얘기"라며 "MRI와 CT 등을 받기 위해서 기본 대기 시간이 2개월을 넘어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핏 보면 좋은 일 같지만 가뜩이나 전공의법과 인력 부족난 등으로 심각해진 상황이 의료진의 피로도를 급격히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Korea Healhcare Congress 2019(KHC 2019)'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애로사항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됐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이진우 진료부원장은 "문재인 케어 실시 이후 상급종합병원들의 진료수익이나 진료량이 기록 갱신을 하고 있다"며 "채혈하는 데도 1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발생하고 연장 근무는 당연시돼 인력 피로도가 증가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인력 피로도를 줄이고 밀려드는 MRI 및 CT 검사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단순히 인력과 시설을 늘리는 것이 능사인지에는 의문부호를 띄웠다.

이 진료부원장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력과 시설투자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집중화 지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인 고려대안암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지표상으로 쏠림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병상 가동률이 92%에서 94% 수준까지 올랐다"며 "1~3%가 90% 이상 병상가동률에서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고 걱정했다.

수익이 늘어난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은 박종훈 병원장도 마찬가지다. 박 병원장은 "대형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 폭증과 더 많은 진료를 요구하는 패턴으로 가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방향"이라며 "이렇게 의료비가 폭증하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을 낮춘 것이 양극화·가속화로만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인해 환자 안전 담보가 안 되고 질이 떨어져 직원들은 번 아웃되고,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의장 겸 공동회장은 "그 전에는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는데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환자를 너무 많이 보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대형병원들이 우울하다고 하는 순간 중소병원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의료생태계는 대학병원만 잘 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병원은 중소병원대로, 의원은 의원대로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의 역할에 집중해야 유지되고 발전한다"며 "대학병원이 진료에 매몰돼 연구도 못하고 교육도 못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병원의 경영난과 상급종합병원의 과도한 업무량 상승 등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현상이 의료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초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더 늦기 전에 단기적인 해결방안이라도 내놓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병원들도 본연의 역할인 연구와 교육 등이 저해되고 비정상적인 의료이용 행태가 양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은 "더 위중하고 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의료서비스 제공을 지연 받고 있다"며 "대형병원 본연의 역할인 연구와 교육 등이 저해되고 비정상적인 의료이용 행태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 도달, 정부의 계획과 해결책은? 

현장에서는 문재인케어 이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 돼 아우성인데, 정부는 착시현상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온도차는 극명한 상태다. 의료계는 현장의 상황을 근거로, 정부는 아직 명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통계를 이유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문재인케어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수익이 25%, 병·의원급이 10% 증가했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통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실제 진료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상급종합병원은 12%, 동네의원은 1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신임 차관으로 임명된 김강립 차관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강립 차관은 복지부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야기하는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업무 이전도 착시현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다. 심평원이 지난 2017년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심사를 지원으로 이관하면서 2017년의 1개월치 심사가 누락됐고 이 결과가 2018년에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손영래 과장은 "2017년의 경우 11개월치의 심사를 진행했지만 2018년에는 13개월치를 심사한 결과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다행인 것은 정부도 의료계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해 해당 착시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확인에 나섰고, 곧 쏠림현상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도 발표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손 과장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급격한 증가가 아니라 상급종합병원도 동네의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지 쏠림현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조만간 쏠림현상에 대한 객관적 자료 분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의 원인이 다양하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일정 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의료이용 행태 변화를 통해 의료소비자들이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적정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또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난제임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속화되고 있는 쏠림현상 속도를 우선적으로 제어할 단기적 역할의 브레이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것이 대형병원 교수들과 중소 병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들이 오전에 환자만 보다보면 연구는커녕 교육도 할 수 없다"며 "선택진료비를 부활시키는 게 단기적 해결책 중 하나"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 씩은 급여를 해주되 그 이후부터는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며 "중증질환 희귀난치 치료 등 대학병원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은 "대형병원 외래 진료 축소를 유인하려면 경증질환은 회송하고 30일 이상 장기처방은 규제해야 한다"며 "1차의료기관은 진찰료 정상화와 의원역점질환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방안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역할 정립을 할 수 있도록 중증질환 진료를 보상하고 수련 및 교육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 김 연구위원이다.

그는 "지역단위 의원 간 협력체계 구축 및 의원 간 의뢰 시 환자부담을 경감시키는 방법도 있다"며 "대형병원과 권역별 동네의원의  협력 체계를 위한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병원계의 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은 우선순위가 바뀐 보장성 강화정책에서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사전에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을 비롯한 중소병원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책이 고려됐어야 하는데 되레 중소병원 퇴출 구조 마련 등이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계를 옥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학병원이 환자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도 경영이 가능한 수가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소병원이 함께 살 수 있는 차선책일 수 있다"며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에만 매달려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통제할 강력한 기전도 필요하다. 통제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국민을 위한 일이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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