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큰 산업”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도 지난 5년간 제약·바이오 업계는 꾸준히 일자리를 늘려왔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제약업계 고용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2.7%씩 고용을 늘려왔다. 

사상 최악의 일자리 기근에 제약·바이오 업계에 뛰어든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메디칼업저버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업계에 뛰어든 청년들을 만나봤다. 

이른바 ‘취뽀(취업 뽀개기)’에 성공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동아제약 홍보팀 권희재 대리, 아스트라제네카 임상팀 김세중 차장, 아주약품 마케팅팀 박주성 주임,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바이오메디컬아트 김미승 연구원이 참여했다.

① 다양한 전공자 모인 제약산업...성취감은 '대박'
② 공부 그리고 또 공부...전문성 키워야 

- 제약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화학, 생물 등을 전공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전공이 궁금하다.  

동아제약 홍보팀 권희재 대리 : 경제학을 전공했다. 부산이 생활권이었던 만큼 부산지역 영업직을 지원했었다. 

합격한 이후 신입사원 교육 때 생각치도 못한 홍보 업무를 맡게 됐다. 이를 계기로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지금은 홍보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

아주약품 마케팅팀 박주성 주임 : 경영학을 전공한 후 금융권 공기업 취업을 준비했다. 

나이가 차면서 취업에 대한 압박이 와 ‘제약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기도 했고, 경영학 전공자들이 금융권에 많이 진출하는 만큼 기왕이면 경영학 전공자가 하지 않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의료봉사를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제약사도 의약품 기부 등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상팀 김세중 차장 :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동기 대다수는 의사나 약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난 의학화학 쪽으로 진학했다. 

보통 의학화학을 전공하면 제약사 연구소에 많이 취업한다. 하지만 난 다른 분야를 알아보다 임상이라는 직무를 알게 됐다.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바이오메디컬아트 김미승 연구원 :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바이오메디컬아트를 공부하고 있다. 또 매니아마인드라는 회사와 3D 모델링 제작을 함께하고 있다. 

논문에 들어가는 삽화나 피규어, 의료기관이 필요한 인포그래픽 등 이미지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 헬스케어 분야와 접점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미승 : 학부시절 우연히 물리학과 교수로부터 논문 표지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 일을 하면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흔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원에 진학해 바이오메디컬아트를 공부했다. 헬스케어 분야와 협업하게 된 것도 우연이다. 매니아마인드에서 의학 분야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해부학 지식이 있으면서 3D 모델링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내가 적임자가 돼 함께 일하고 있다.
 

# 고생한 만큼 성취감도 


- 현업에 뛰어든 뒤,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김세중 : 제약·바이오라는 산업 특성은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답이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계속 하게 된다. 

성취감이 업무 동력이 될 텐데 제약·바이오 산업, 특히 임상 부서는 이를 느끼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난 사실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입사 초기, 마지막에 다다른 임상을 담당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5년 정도 일을 하고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성취감도 몇 배는 크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권희재 : 제약 홍보 업무도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기자 응대가 특히 어려웠다. 

내가 기자에게 설명하는 게 우리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입사 초기에는 기자에게 전화가 오는 것조차 무섭게 느낄 정도였다.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부담은 여전하다. 

박주성 : 마케터로서 우리 회사 약의 장점을 의사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 환자들이 우리 회사 제품을 복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일반적인 소비재를 마케팅하는 것과 전문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신입 때도, 지금도 항상 같은 고민을 한다. 

-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업계만의 장점도 있지 않나.

박주성 : 이 업계에 오지 않았다면 인간의 건강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단적인 예로, 1%도 안 되는 확률이지만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사람마다 소위 '약빨'이 다르다는 것도 이 업계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들 아닌가. 
의약품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알게 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권희재 : 항상 의약품을 접하다 보니 건강에 관심이 더 많이 생긴 게 장점이다. 이렇게 얻은 지식으로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건강을 챙기라는 충언을 할 수 있는 점도 어쩌면 장점일 수 있겠다. 

김세중 : 나도 비슷하다.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와 함께 일하면서 생긴 전문지식을 일반인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게 장점이다. 

예전에는 몰랐을 불필요한 비급여 검사들이 무엇인지,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검사는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김미승 : 내가 먹는 약, 내가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검사하는 장비 등을 연구·개발하는 건 먼 미래의 일이라는 느낌이 있다. 

이 때문일지 몰라도 직접 제약·바이오 업계에 발을 담그지 않은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미래를 보고 일하는 사람들 같다. 

앞을 보고 일한다는 건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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