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도 힘겨운데…병원 빈익빈 부채질"

NCSI(국가고객만족도지수) 평가결과는 병원 이용객들의 서비스 만족도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지표다.
 하지만 상당 수 평가대상 병원들이 평가결과에 앞서, NCSI 조사가 병원의 비자발적 참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1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고객서비스팀 관계자는 "일부 대학병원이 NCSI 조사는 물론 결과 발표에서 순위를 아예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조사기관에서 반강제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셈"이라며 "결국 병원측 요구에 따라 병원 밖에서 출구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사기관인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NCSI의 목적 자체가 현 병원의 고객서비스 수준을 알려주는 데 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며 "몇몇 병원의 경우 병원장들을 만나 평가 취지를 설명했으며, 각 병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조사대상이 되는 병원 입장에서야 좋을 것이 별로 없지 않겠느냐"며 "소비자 중심의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병원들이 NCSI 조사에 대해 자발적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조사과정 및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일부 병원 관계자들은 일단 3주라는 짧은 조사기간과 내원객 250명의 적은 조사 사례수로 전반적인 병원 의료서비스를 평가, 분석한 데이타를 신뢰할 수 없으며, 특히 환자가 피부로 느끼는 병원서비스보다 `의료의 질`, `치료의 질`을 따져야 진정한 의료기관평가가 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또 평가대상 병원 선정 기준도 우려의 여지가 남는 대목. NCSI 평가대상 병원은 경희의료원, 서울아산, 삼성서울, 강남성모, 서울대, 신촌세브란스, 고대안암 등 7곳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NCSI 평가가 국내 모든 병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중 7개 병원만이 순위에 진입했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병원의료서비스분야의 경우 병상수, 인지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상병원을 줄인 것"이라며 이유는 "병원들을 다 조사하지 못하는 인력을 포함한 조사비용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 병원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예산문제로 평가대상 병원 수를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NCSI 조사에 소요되는 재원은 산업자원부가 일부를, 나머지를 생산성본부가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엇을 담고있나
  본지가 입수한 설문지를 통해 살펴본 결과, NCSI 평가 설문에는 ▲의료서비스 이용 전 기대수준 ▲의료서비스 이용 후 서비스 품질 ▲지불비용에 대한 서비스 고객인지 ▲고객 만족도·불만사항 ▲의료서비스 재구매 의향 등 NCSI 평가를 위한 총17개 질문과 컨설팅 보고서 작성을 위한 추가 질문 50여개로 구성돼 있다.
 특히 NCSI 평가를 위한 대다수 설문들은 의료기술 수준, 의료진의 환자에 대한 배려, 진료 및 투약 대기시간, 치료 및 수술의 가능 범위, 예약 편리성, 환경의 청결성 및 쾌적성, 시설 이용 편리성 등 의료서비스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항목이 제시돼있다.
 하지만 몇몇 질문은 의료서비스평가를 위한 객관적 가치부여가 모호한 질문도 있었다.
 예를 들어 `○○님은 ××병원 의료서비스 품질을 고려할 때, ××병원에 지불하신 의료비가 얼마나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의 경우 `품질에 비해 매우 적정하다`를 10점, `품질에 비해 매우 비싸다`를 1점으로 책정, 1~10점 사이의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NCSI 평가 자체가 고객 인지 및 인식수준에 근거한 주관적인 답변이 토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엄연히 건강보험에서 수가로 정해진 진료비(의료비)에 대한 부담 수준을 주관적 잣대로 평가하는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한편, NCSI 조사과정에 있어 병원이 따로 지불하는 비용은 없다. 다만 NCSI 결과 발표 후, 평가대상 병원이 좀 더 세밀한 평가결과와 자체분석 및 타병원과의 비교분석 자료를 원할 경우 컨설팅 의뢰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상 `스폰서십`, 또는 `후원사` 가입으로 부른다.비용은 3,000만원. 이를 통해 `병원의료서비스업 NCSI 분석보고서`를 받게 된다.
 또 이와는 별도로 5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방대한 양의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분석보고서와 달리, 관련 업종간 기본 평가 데이타만을 요약한 `산업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NCSI 분석보고서는 스폰서십을 맺은 병원이 3,000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제공받으며, 더욱이 타 병원간 디테일한 비교분석 데이타를 통해 해당 병원의 CS(Customer Satisfaction)를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공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본지가 입수한 56쪽 분량의 NCSI관련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여기에는 7개병원을 대상으로 진료과별 표본분포, 병원별 고객만족도, 진료행위별 고객만족도, 진료과별 고객만족도, 의료기술· 의사·간호사·원무직 등 주요품질요인 분석, 병원별 주요불만사항 분석 등 다양한 항목에서 타병원과의 비교분석 자료를 담고 있었다.
 현재 병원의료서비스분야의 NCSI 분석보고서를 받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다. 삼성서울병원은 NCSI 평가 2회차부터 후원사에 가입, 분석보고서를 받아오고 있다.
 분석보고서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 병원들의 필요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제3자의 잣대를 갖고 평가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삼성서울병원 QA관리팀 관계자는 분석보고서와 관련 "타 병원의 평가결과를 알 수 있어 다양한 비교분석을 할 수 있다"며 "일반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이 같은 결과물을 얻는데 소요되는 비용에 비한다면 경제적"이라고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면 다른 병원 관계자는 "NCSI 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분석보고서 또한 필요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모기업을 갖고 있는 병원이야 3,000만원 정도 투자할 여건이 되겠지만, 우리의 경우 예산상의 문제로 쉽지 않다"며 "이 같은 의료기관평가가 결국엔 병원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안으로는 비현실적인 수가와 규제 일변도 진료비 심사와 삭감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의료시장 개방이 코 앞에 닥친 의료계. NCSI 등 각종 의료기관서비스 평가를 통해 병원을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자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들 의료기관서비스평가가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 외형적 평가에 치중한 결과라는 병원들의 불만은 누가 해결해줄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더이상 민·관의 의료기관평가가 병원들로부터 `그들만의 잔치`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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