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재판부 입회 하에 열람 예정…공개 범위·절차는 입장차로 미확정
소송단, 미뤄지는 변론·검증기일에 답답함 호소…국시원, “의도적 지연 아냐” 해명
올해부터 이의제기 제도 신설되나 CCTV 통한 재평가 방식 아닌 것으로 알려져
의대협, 국시원 정기 간담회에서 매년 발생하는 소송의 심각성 피력할 예정

2019년 1월에 시행된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실 배치표를 확인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2019년 1월에 시행된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실 배치표를 확인하고 있다. (기사와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제83회 의사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는 불합격생들이 곧 CCTV 영상 자료를 직접 확인할 예정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단, 국시원을 비롯해 재판부 입회 하에 3인이 함께 열람하며 구체적인 공개 범위 및 절차는 원고와 피고의 입장 차이로 인해 확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변론기일과 검증기일이 지연된 상황을 두고 소송단과 국시원이 갈등을 빚고 있으며, 올해부터 신설되는 '실기시험 이의제기 제도' 또한 CCTV 공개와는 별개임을 국시원 측이 명확히 밝힘에 따라 소송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제83회 의사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자 8명의 불합격 근거를 확인하기 위한 CCTV 검증기일을 오는 8월 8일로 지정했다. 

이에 지난 6월초 국시원이 법원으로부터 CCTV 영상제출을 명령받은 이후 약 2개월 만에 객관적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전체 영상 공개" VS "특정 부분 공개" 

문제는 소송단과 국시원이 CCTV 영상 공개 방식과 범위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시원은 특정 항목, 특정 시간대의 일부 영역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12개 항목 각각 10분씩, 소송인 총 8명의 영상을 확인하려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 불가능하다"며 "전체를 보면서 문제를 찾는 것보다는 소송인이 요청한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비표준화된 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사국시 실기시험 진행 모습들.
의사국시 실기시험 진행 모습들.

이와 관련 소송 당사자 A씨는 "시험을 치른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 긴 시험시간 중 어떤 시점이 의심되는지 일일이 기억하기가 더 어렵다"며 "CCTV 영상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더 투명한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자 소송단은 지난 11일 1차 변론기일에서 당초 주장한 12개 모든 항목의 전체 영상이 아닌 불합격한 항목의 전체 영상만 공개하라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12개 항목의 전체 영상을 모두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국시원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시원은 불합격한 항목의 CCTV만 공개하더라도 특정한 시간대를 정해 검증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국시원 관계자는 "전체 검증이 곤란하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양쪽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재판부가 검토해 방식을 결정하는데, 8월 8일 당일에 정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시원은 현재 불합격자 8명 각각의 12개 항목 실기시험 영상 전체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의도적인 지연" VS "의도적 지연 아냐" 

두 번째 쟁점은 국시원의 CCTV 영상 제출 기한이 늦어진 것을 시작으로 변론기일과 검증기일 모두 지연된 부분이다.

서울행정법원이 국시원에게 CCTV 보존 명령을 결정한 날은 6월 3일. 

예정대로라면 국시원은 결정을 받은 후 은행영업일 3일 이내에 CCTV 영상을 법원에 제출했어야 하나 6월 17일 경이 돼서야 자료를 건넸다.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단기간 내 검증이 어려워 1차 변론기일이 6월 중순에서 7월 11일로 미뤄졌고, 재판부는 7월 11일 1차 변론기일 날 8월 8일을 검증기일로 지정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결론적으로 2차 변론도 8월 8일로 예정된 검증기일이 끝난 후에야 진행될 수 있다.

A씨는 "국시원이 정상적으로 CCTV를 제출했다면 6~7월 중에 1차 변론과 검증을 했을 것"이라며 "백번 양보해 소송단은 미뤄진 7월 11일 변론기일 이전에 준비서면을 제출했는데 국시원은 11일 당일 오후에서야 답변서를 보내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즉, 영상제출이 늦어진 것은 차치하고 국시원이 답변서를 7월 11일 변론기일 이전에 냈으면 검증이 앞당겨질 수 있었으나 당일 오후에 제출하는 바람에 검증기일도 지연됐다는 게 소송단의 주장이다.

반면, 국시원은 내부 사정상 일정에 변동이 있었을 뿐 고의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6월 3일에 제출 명령이 났지만 이틀 후인 6월 5일에 전산으로 등록된 내용을 열람했다"며 "이때부터 휴일을 제외하고 3일을 계산하면 6월 10일이 제출 기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합격자 8명의 응시 일자와 시간이 모두 달라 이들의 CCTV를 분류하는 작업시간이 필요했고, 실기시험 개선을 위해 담당자들이 6월 7일부터 9일 일정으로 외부에서 작업을 하다보니까 물리적으로 10일까지 제출을 못하게 됐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한 후 일주일 뒤인 17일에 제출한 것이지 의도적인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통상 법원은 공식 재판 전에 원고와 피고의 서면 내용 중 불명확·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준비기일을 두기도 한다. 

또한 한쪽에서 증거를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일 마지막 날에 내는 일은 비일비재해 국시원의 행동이 엄밀히 말하면 위법은 아니다.
 

"이의제기 제도=CCTV 공개" VS "이의제기 제도≠CCTV 공개"

앞서 국시원은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을 공고하면서 이의제기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발표일을 포함해 합격자 발표 후 5일 이내 이의제기가 가능하며, 이번 제84회 실기시험의 경우 합격자 발표일이 2019년 12월 20일이기 때문에 12월 24일 18시까지가 기한이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응시생들이 그동안 의사국시에 가진 의문과 불만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A씨도 "소송 과정 중에 국시원이 먼저 올해보터 이의제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큰 발전"이라며 "국시원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되나 소송단은 앞으로도 시험결과에 납득할 수 없는 불합격자들의 이의제기를 위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국시원의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 공고 중 일부 발췌. 이의제기 기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국시원의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 공고 중 일부 발췌. 이의제기 기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와 달리 국시원은 신설되는 이의제기 제도는 지난 4월 실기시험전문위원회 의결을 통해 개선방안을 이미 마련한 것이고 시행계획 공고가 6월에 났을 뿐, 소송과는 무관함을 밝혔다.

특히, 이의제기 제도가 CCTV 공개를 통한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국시원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당일 이의제기는 원래부터 있었고 시험이 끝난 다음날부터 합격자 발표 전까지의 문제제기는 종전에도,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응시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의제기 제도 신설이 CCTV 검증을 말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이의제기 제도는 전산상의 점수 산출과정 오류, 합격/불합격 처리 과정에서의 오류 등에서만 인정한다.

다시 말해 실기시험진행이나 기계적인 점수 산출과정에서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서만 이의를 받아주는 것이지, CCTV 재평가 불가가 기본 방침이라는 것.  

그는 "합격자 발표를 할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공지할 것"이라며 "매년 불합격자 100명 이상을 CCTV로 재평가 하는 것은 실기시험 유지·관리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의대협도 관심…국시원과의 정식 간담회서 의견 개진 예정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에 대한 일부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의대협은 정기적으로 여는 국시원과의 간담회를 비롯해 어려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대협 전시형 회장은 "협회 내부에서 미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국시원 사이의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거나 조정할 수 있을지를 첫 번째로 다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회장은 "비단 이번 소송뿐만이 아니라 응시생들이 매년 끊임없이 국시원과 소송을 겪는 일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의대협은 응시료 인하 등에서만 문제제기를 했지 국시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개진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 불합격생은 "국시원이 서로 간 오해를 풀 모든 대화경로를 닫고 증거를 수집할 기회조차 차단하는 모습을 보고 국가기관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새로 생기는 이의제기도 CCTV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면 겉보기 형식의 폐쇄적 제도일 뿐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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