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비만대사수술로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비만과 당뇨병이라는 두 가지 질환을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매력적인 치료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어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비만대사센터를 개소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임상에서는 주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항당뇨병제 치료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비만대사수술로 체중과 혈당을 모두 조절하고 항당뇨병제도 중단할 수 있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는 약물과 수술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옵션으로서 비만대사수술이 갖는 의미와 함께 임상에서 치료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짚어봤다. 

[창간 18주년 ①]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 수술인가 약물인가

[창간 18주년 ②] 비만대사수술, 가이드라인·급여 등재 속속

[창간 18주년 ③] 비만대사수술, 혈당강하제보다 '먼저'인가?

[창간 18주년 ④] 비만대사수술 혜택 얻을 수 있는 환자 선별해라

당뇨병 '관해' 예측 도구 개발…수술 혜택 큰 환자 선별

결국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치료전략으로 비만대사수술과 약물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단, 수술 결정 시 이에 따른 혜택이 큰 환자 선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비만대사수술로 당뇨병 관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수술 후 관해를 예측하는 도구를 고안했다. △ABCD 점수 △DiaRem 점수가 대표적인 예측 도구다.

ABCD 점수는 대만 연구팀이(Surg Obes Relat Dis 2015;11(5):991~996), DiaRem 점수는 미국 연구팀이(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4;2(1):38~45) 개발해 각각 아시아인과 서양인에게 주로 활용된다.

두 도구는 각 평가요인에 점수를 부여해 합산 후 관해율을 예측한다. 차이가 있다면 인종에 따라 당뇨병 관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달라 각 도구의 평가요인은 상이하다.

예로, BMI는 아시아인에서 당뇨병 관해와 연관성이 나타났지만 비아시아인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Obes Surg 2015;25:199~208).

이에 ABCD 점수는 △나이 △BMI △C-펩타이드(베타세포 기능 반영 바이오마커) △당뇨병 유병기간 등 평가요인에 점수를 0점부터 4점까지 책정해 총 점수를 계산한다<표2>. DiaRem 점수는 △나이 △당화혈색소 △약물 △인슐린 투약 여부 등에 따라 각 평가요인에 0~10점을 부여한다<표3>.

분당서울대병원 박영석 교수(외과)는 "젊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나이가 어리고 수술을 고려할만큼 BMI가 높고 유병기간도 고령보다 짧다"면서 "때문에 젊은 환자는 ABCD 점수가 높고 비만대사수술 시 관해율 역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고령인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비만대사수술로 관해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아 수술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당뇨병 치료를 지속했지만 체중이 조절되지 않고 혈당 개선 효과도 나타나지 않아 수술을 결정하는 고령 환자도 있다"며 "수술로 당뇨병 관해가 나타나길 원하는 고령 환자는 많지 않다. 당뇨병 합병증이 걱정되거나 인슐린만이라도 중단하고 싶어 수술을 원하기도 한다. 때문에 수술 후 만족도는 고령 환자에서 더 높다"고 밝혔다.

다학제 협진으로 최적의 수술법 찾아라

이와 함께 비만대사수술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수술과 관련된 진료과들의 다학제 협진이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 비만대사수술 경험이 쌓인다면, 향후 수술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을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만대사수술과 관련된 외과, 내분비내과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과들의 협력관계 구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외과와 내분비내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효과, 문제점 등을 같이 확인하면 치료 경험이 쌓이면서 비만대사수술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과는 당뇨병에 대해, 내분비내과는 수술에 대해 서로 배워가고 긴밀하게 협조한다면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내분비내과)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 중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하고 환자에게 맞는 수술법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외과 등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자 관리 노력은 '선택 아닌 필수'

아울러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수술받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관리 노력도 중요하다. 비만대사수술로 체중 감량, 혈당 개선 효과를 얻었을지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다시 체중이 늘고 혈당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비만대사수술로 당뇨병 관해가 나타난 환자 중 시간이 지나면서 혈당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직후에는 식사량이 줄었을지라도 점차 그 양이 늘면서 수술 전 상태로 돌아간다"며 "환자는 수술 후 영양상태를 잘 관리하고 생활습관 교정, 운동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와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비만대사수술 후 1년이 건강한 식습관을 갖기 좋은 시기다. 이때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만 체중 감량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수술 전과 같은 식습관을 가진다면 체중이 증가할뿐 아니라 다시 당뇨병을 동반하게 된다. 수술 후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