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폐동맥고혈압치료를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대한폐동맥고혈압연구회, 치료제, 전문센터 부족 호소
제약사 낮은 수익성으로 '코리아패싱'... 신속한 약제 도입제 요구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전쟁터에서 무기가 떨어졌다."
대한폐동맥고혈압연구회는 12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 마련 토론회'에서 치료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고 지적하고 지원을 촉구했다.
학회는 토론회에서 폐동맥고혈압 치료 현황을 밝히면서 조기진단, 치료제 허가 및 도입이 미미하고 필요한 전문치료센터가 없다고 밝혔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환자 절반은 돌연사,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예후가 불량하고 치명적이다.
주로 40대 후반 여성 환자에서 발생하는데, 질환 심각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과 비슷하다.
확진 후 생존율이 불과 2.6년 밖에 되지 않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선진국, 특히 일본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관리와 지원 체계, 전문 치료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폐고혈압연구회 이신석 회장(빚고을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폐동맥고혈압은 마치 암 처럼 치명적인 질환인데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치료도 늦어지고 있다"며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 4500~6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실제로 진단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실제로 진단받는데 1.5년이 소요된다. 확진 후 생존율도 3년이 안 된다}고 발표했다.
길병원 정욱진 교수(심장내과)는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진단 및 치료에서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폐동맥고혈압 3년 생존률을 50%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며 "우리나라는 약가 도입부터 규제가 많고 3년 생존률이 32%에 그쳤다"면서 "지금도 많은 환자가 숨이 차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무기가 없어 싸울 수 없다"면서 "무기만 있다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똑같이 할 수 있다. 또 약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을 쓰는 데도 제한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허가됐지만 국내는 아직 보험급여가 안 되고 있는 것.
정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은 1994년도 미국에서 허가됐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약값을 너무 적게 주고 개발사에게 국내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래서 제약사가 '코리아 패싱'을 했다"며 "리오시구앗, 타다라필 등 많은 약물이 국내에 도입되다 중단됐고, 들어올 예정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약제 도입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게 폐동맥고혈압연구회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도와주고 학회가 관심을 기울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효율적으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며 "건물을 새로 짓고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센터(center of excellence) 사업 지원을 해주시면 환자를 더 많이 찾고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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