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치협, 국회 토론회서 단독법 재차 촉구
의료계, 실망 넘어 분노 확산…우려했던 사항 모두 보여주고 있어 직역 간 공조 깨질 수밖에
복지부, 사회적 합의 필요하고 국회 논의도 있어야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단독법 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단독법 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오는 15일부터 열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앞두고 치솟는 중인 물리치료사협회의 단독법 제정 압박 수위에 의사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 중이다.

물리치료사들의 거침없는 행보와 강경 발언들이 의료계 직역 간 신뢰를 깨뜨리고 의료기사법을 부인하는 월권행위를 행하려는 것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는 것.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물리치료 제도개선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물리치료사 관계자들은 단독법 제정을 의식한 듯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물치협 이근희 회장은 축사에서 "의사의 지도하에서만 가능한 물리치료는 봉사활동도 불가능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중증장애인을 찾아가서 물리치료를 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간단한데도 금전적 요인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의사들이 수익을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 지도권을 포기하지 않아 국민들이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인 것.

물치협 심재명 정책이사도 "물리치료 업무를 시행하기 전 의사로부터 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며 "처방 또는 의뢰 하로 법제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병의원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과 비용이 책정되는 점 △병원의 경영 마인드와 의사들의 처방 및 청구비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점 △과도한 의료비 청구를 일으킨 일부 병의원과 의료진의 도덕적 해이 △물리치료에 MRI, 주사치료 등 다른 의료적 처치를 포함시키는 점 △물치사 1명당 하루 환자 30명까지 청구가 가능한 점 등을 단독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로 삼았다.

특히 의사의 지도를 '족쇄'라고 표현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들어 물리치료 단독 클리닉 개원을 일부 언급하는 등 단독법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토론에 포함되기도 했다.
 

의료계,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직역 간 공조 모두 깨자는 의미

이와 관련 의료계는 물리치료사협회의 독단적 행보가 진정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부터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독적으로는 여러 가지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의료기사법에서 의료기사가 하는 행위를 의사가 지도·감독한다고 명시한 것인데, 이 법을 부인하는 것은 면허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대한재활의학회 배하석 정책위원장은 "물리치료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라며 "근본적인 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본인들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 엄청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배 위원장은 "물치사 1명당 하루 환자 30명 제한을 둔 것도 정부가 여러 나라의 제도를 분석한 결과 적당한 기준치를 만든 것"이라며 "애당초 운동치료나 중추신경발달 치료는 30분 간격이기 때문에 하루에 12~13명 이상을 볼 수 없고 질관리 차원에서 나온 기준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현행 의료법이나 의료기사법 안에서 물치사의 업무 범위를 충분히 규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법을 제정하면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보건의료직역에서 단독법 제정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법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치사 단독법 얘기가 최초에 나왔을 때부터 의료계가 우려했던 사항들이 그대로 재현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해석 여하에 따라 물치사의 업무 범위 확대 혹은 단독개원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분명 우려한 상황이 모두 벌어질 것이고 의료기사법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액션을 취한다면 불필요한 직역별 갈등과 법 갈등이 생겨나 국민건강권 희생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며 "하나의 직역을 위해 국민을 희생하겠다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공청회 등을 통해서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해 합법적으로 도우려는 의지가 있었던 재활의학회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배하석 위원장은 "학회에서 식구로 생각해 물치협이 긍정적으로 활동하도록 최대한의 도움을 찾으려고 공청회도 함께 열고 여러 노력을 한 것인데 이런 식의 액션을 취하면 공조는 모두 깨지는 것"이라며 "물치사의 권익 보호나 의무기록의 법제화는 좋은 얘기지만 단독법으로 인한 직역별 충돌은 피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政, 보건의료인력지원 활용 언급하며 신중한 입장 보여

반면, 정부는 장기적인 사회적 협의와 국회의 논의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

의료체계와 의료기사의 환경적 변화로 인해 법의 변화도 필요하나 오랜 기간 형성된 환경을 당장 바꾸기에는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인 것.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현행법 안에서 소화가 가능한 당장의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며 "국회에서 논의하겠지만 장기간·종합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손 과장은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그 안에 의료인 단체와 의료기사단체를 모두 포함한 실태조사 및 종합계획이 있다"며 "이를 통해 변한 환경에 맞춰 어떻게 가야 할지 등의 논의·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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