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URAI·SPARTAN 하위분석 결과, CVD 위험요인 동반 환자에서 효과·안전성 입증
지난달 30일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서 발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편두통 신약 '라스미디탄(lasmiditan)'이 기존 치료제와 다른 독보적인 입지를 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스미디탄의 임상 3상인 SAMURAI와 SPARTAN 연구를 하위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에서 라스미디탄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라스미디탄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처방이 제한적인 '트립탄(-triptan)'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의 한계점을 보완한 신약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결과에 따라 라스미디탄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편두통 환자에게 좋은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할지 학계의 관심이 모인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노르웨이에서 열린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EAN 2019)에서 지난달 30일에 발표됐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높은 편두통 환자

편두통 환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다. 

편두통 환자를 19년간 추적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심근경색 1.49배(aHR 1.49; 95% CI 1.36~1.64) △허혈성 뇌졸중 2.26배(aHR 2.26; 95% CI 2.11~2.41) △출혈성 뇌졸중 1.94배(aHR 1.94; 95% CI 1.68~2.23) △정맥혈전색전증 1.59배(aHR 1.59; 95% CI 1.45~1.74)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1.25배(aHR 1.25; 95% CI 1.16~1.36) 높다(BMJ 2018;360:k96).

그러나 트립탄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는 혈관수축작용으로 인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편두통 환자에게 처방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디탄(-ditan)' 계열 치료제인 라스미디탄은 5-HT1F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효과를 발현해 혈관수축작용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을 줄였다. 

게다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도 포함된 SAMURAI, SPARTAN 임상 3상에서 라스미디탄은 편두통 증상 완화와 안전성을 입증한 상황.

다만 SPARTAN 연구는 라스미디탄 치료용량을 50mg, 100mg, 200mg으로 분류해 그 효과를 검증했지만, SAMURAI 연구는 라스미디탄 50mg을 복용하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 SAMURAI 연구에는 SPARTAN 연구와 달리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연구에 참여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에 따라 라스미디탄의 효과 및 안전성이 달라지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2개 이상 동반해도 치료 효과 변화 없어

이번 하위분석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으로 등록 당시 △40세 초과 △당뇨병 동반 △흡연자 △총 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HDL-콜레스테롤이 남성 40mg/dL 미만, 여성 50mg/dL 미만 △수축기 혈압 140mmgHg 이상 또는 고혈압 과거력이 있는 환자 등을 확인했다. 전체 환자 중 55%가 40세 이상이었고, 여성 환자가 84%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심혈관질환 0~1개 동반군과 2개 이상 동반군으로 분류됐다. 

이를 바탕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많이 동반할수록 약물 투약과 연관된 유해사례(treatment-emergent adverse event, TEAE) 발병 가능성이 커지는지 평가했다.

연구의 효능 종료점으로 치료 후 편두통 증상이 소실된 환자 비율 또는 2시간 시점에 빛과 소리, 오심에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MBS(Most Bothersome Symptom) 개선 등 두 가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많이 동반하더라도 라스미디탄의 치료 효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시간 시점에 편두통 증상이 소실된 환자 비율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0~1개 동반군과 2개 이상 동반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P=0.637). 이는 2시간 시점 MBS 개선 효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P=0.343).

라스미디탄, 부정맥 발생 위험 높지만…발생률 1% 미만

이어 연구팀은 라스미디탄 복용군(3177명)과 위약군(1262명)의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라스미디탄이 심혈관질환에 대한 TEAE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부정맥 발생률은 라스미디탄 복용군 0.9%, 위약군 0.2%로, 라스미디탄 복용군의 부정맥 발생 위험이 3.59배 높았다(OR 3.59; P=0.02). 이는 빈맥 또는 심계항진이 빈번하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버몬트대학 Robert E. Shapiro 교수는 "두 가지 임상 3상에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TEAE로 빈맥 또는 심계항진 보고됐지만 발생 건수는 적었다"며 "발생률이 낮아 위약과 비교해 부정맥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스미디탄은 다양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의 심혈관질환에 대한 TEAE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이지 않았다"면서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이와 관련된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에게 라스미디탄이 안전하다면, 좋은 치료옵션이 없는 이들에게 라스미디탄이 유의미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에 대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Erling Andreas Tronvik 박사는 "매우 희망적인 결과"라며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에게 과거 개발된 트립탄 계열 약물을 처방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트립탄 계열 약물과 유사한 편두통 치료제이면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우려가 없는 라스미디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라스미디탄의 신약승인 신청서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됐고, 현재 승인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라스미디탄은 다국적제약사인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 및 아세안 8개국에서 판매는 일동제약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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